《심청가》 중 〈어유화 방아요〉
《심청가》 중 방아타령은 황성에서 열리는 맹인잔치에 함께 올라가던 뺑덕이네가 황봉사와 눈맞아 도망간 후 홀로 황성을 올라가던 심봉사가 점심을 얻어먹을 요량으로 동네 여인들의 방아를 찧어 주는 대목
뺑덕이네와 함께 황성에서 열리는 맹인잔치에 올라가던 심봉사는 가는 길에 만난 황봉사와 뺑덕이네가 눈맞아 도망간 후 개천에서 목욕을 하다 의관까지 잃어 버린다. 《심청가》 중 방아타령은 지나가던 무릉태수의 도움으로 의복을 얻어 입은 심봉사가 뺑덕이네를 원망하며 홀로 황성을 올라가던 중에 점심이라도 얻어먹을 요량으로 동네 여인들의 방아를 찧어 주는 대목이다.
《심청가》 중 방아타령은 대목의 첫 소절인 ‘어유화 방아요’를 인용해 대목의 명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심청가》의 초기본에 등장하는 방아타령은 현재 불리는 것과 초반부의 형태는 유사하지만 사설의 길이는 짧다. 『신재효본』의 《심청가》에서도 방아타령이 확인되지만 현전하는 방아타령과 달리 사설이 여러 종류의 방아타령을 부르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고 외설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신재효본』 방아타령의 사설은 현전하는 일부 창본에 수용되어 불리고 있다.
○ 역사적 변천 과정 《심청가》 중 방아타령은 조선시대 서울에서 출판된 방각본(坊刊本)인 경판본(京板本)이나 그 계열의 필사본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 출현이 확인되는 《심청가》 초기본에서 방아타령은 심봉사가 황성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우연히 방아를 찧는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지만 현재 불리는 방아타령에 비해 그 사설은 짧다. 19세기 중반의 『신재효본』에 등장하는 방아타령은 동네 여인들을 만나 방아타령을 부른다는 설정만 동일하며 ‘유식한 〈방아타령〉’, ‘육담 〈방아타령〉’, ‘그 근방 〈방아타령〉’ 이상 세 가지의 방아타령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19세기 중ㆍ후반에 《심청가》의 삽입가요로서 방아타령이 이미 유행하고 있었음이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사설에 음담을 사용해 골계를 확대한 『신재효본』 방아타령은 현재 동초제 《심청가》에 거의 그대로 수용되어 있으며, 박동진(朴東鎭, 1916~2003)제 《심청가》에도 상당 부분 차용되어 불리 운다. 반면 강산제 《심청가》에서는 방아타령의 육담적 성격이 배제되고 방아를 찧는 해학적 모습만을 희화해 부르고 있다. 현전하는 강산제 《심청가》 중 김수연(金秀姸, 1948~)의 방아타령은 임금의 성덕을 노래한 중중모리장단 부분과 방아 찧는 모습을 표현한 자진모리장단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진모리장단 부분의 끝에 몇 장단을 느린 중중모리장단으로 구성해 소리를 마무리한다. 한편 동초제 《심청가》 중 오정숙(吳貞淑, 1935~2008)의 방아타령은 김수연의 방아타령과 장단의 구성은 유사하지만 음담한 사설이 담겨 있는 빠른 자진모리장단 부분을 상당한 길이로 추가해 부르고 있다. ○ 음악적 특징 현전하는 《심청가》 중 김수연의 강산제 《심청가》와 오정숙의 동초제 《심청가》의 방아타령은 중중모리와 자진모리장단을 바탕으로 빠른 장단이 지닌 특유의 리듬감을 통해 방아 찧는 모습을 보다 사실적으로 구현한다. 장단에 따른 사설 붙임에 있어 김수연이 부르는 방아타령은 사설이 원박과 맞아떨어지는 대마디대장단을 중심으로 하는데, 그 외 사설이 원박에서 조금 지나 엇붙이는 잉어걸이의 사용 빈도도 높다. 반면 오정숙이 부르는 방아타령은 주로 대마디대장단으로 부른다. 사설이 원박에서 앞으로 밀어 엇붙이고 뒤로 당겨 엇붙이는 완자걸이와 사설을 뒤로 당겨 엇붙이는 당겨불임은 동초제와 강산제 방아타령에서 모두 유사하게 나타난다. 김수연의 방아타령은 고음과 저음을 고르게 활용하고 오정숙의 방아타령은 주로 중저음의 선율을 사용하면서 아니리 형 대사를 삽입하는 것으로 방아를 찧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중중모리]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떨그덩 덩 떵 잘 찧는다 어유화 방아요 태고라 천황씨(天皇氏)는 이목덕(以木德)으로 왕하였으니 남기 아니 중헐소냐 어유화 방아요 유소씨(有蘇氏) 귀목위소(九木爲巢) 이 남기로 만들었나 어유화 방아요 신농씨(神農氏) 만든 나무 이 남기로 집 지셨나 어유화 방아요 이 방아가 뉘방아냐 강태공의 조작이로다 어유화 방아요 방아 만든 태도를 보니 사람을 비양튼가 이상하고도 맹랑허다 어유화 방아요 옥빈홍안(玉鬢紅顔) 태돌련가 가는 허리에 잠이 질렀구나 어유화 방아요 길고 가는 허리 보니 초왕궁(楚王宮)의 허릴련가 어유아 방아요 떨그덩떵 잘 찧는다 어유화 방아요 머리 들어 오르는 양 창해 노룡이 성을 낸 듯 어유화 방아요 머리 숙여 내리는 양 주문왕의 돈술(頓首)런가 어유화 방아요 오거대부 죽은 후에 방아소리를 끊쳤드니 우리 성상 즉위허사 국태민안(國泰民安) 하옵시니 하물며 맹인잔치 고금에 없는지라 우리도 태평성대(太平聖代) 방아소리나 하여보자 어유화 방아요 [자진모리]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한다리 치어들고 한다리 내려딛고 오르락 내리락 허는 모양 사람보기 이상허구나 어유화 방아요 고소허구나 깨방아 찐득찐득 찰떡 방아 어유화 방아요 제체기난다 고추방아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보리쌀 뜬물에 풋호박국 끄려라 우리 방애꾼 배 충분허자 어유화 방아요 [중중모리] 떨그덩떵 자주 찧어라 점심때가 늦어간다 어유화 방아요
성우향 판소리 연구회, 『(성우향 창본) 강산제 심청가』 , 학림사, 1995.
심봉사가 황성으로 올라가는 대목에 삽입되어 있는 현전하는 방아타령은 경쾌한 중중모리와 자진모리장단으로 골계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해학과 풍자로 점철된 방아타령은 황성에 함께 올라가던 뺑덕이네가 도망가고 개천에서 목욕한 후 의관마저 잃어버리는 연속된 심봉사의 슬픔과 고단함을 희석시키고 부녀상봉이라는 행복한 결말로의 국면전환을 견인해 주는 역할을 하는 대목이라 하겠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강경아, 「강산제와 동초제의 심청가 비교연구 -‘방아타령’을 중심으로-」, 단국대학교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2. 이대중, 「판소리 심청전에 나타난 ‘방아타령’의 내적 기능과 역할」, 『한국학연구』 27, 고려대학교 한국학연구소, 2007.
김민수(金珉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