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따라 가는데〉, 〈장승상댁 가는데〉, 〈장승상 집 경치〉
판소리 《심청가》 중, 심청이가 시비를 따라 무릉촌 승상댁에 건너가는 대목
시비따라는 심청이가 밥을 빌어 아버지를 봉양하던 중 심청의 효성을 들은 무릉촌 장승상 부인이 심청을 부르기 위해 보낸 시비를 따라가는 대목이다. 장승상댁의 경치 묘사, 수양딸을 제의한 승상부인에게 심청이 아버지를 떠날 수 없다고 거절하고 돌아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청가》 중 시비따라 대목의 음반으로는 이선유(李善有, 1897~1949)가 1931년에 콜럼비아(Columbia)에 취입한 ‘심청이가 장승상 부인 찾아가는 데’라고 기재된 것(Columbia40132-B)이 확인된다. 이 음반은 유성기음반으로서 전집이 아닌 단일 음반으로는 유일하게 시비따라 대목이 녹음된 매우 귀중한 자료인데 이동백, 한애순, 성창순이 부른 해당 대목과 상이하다. 이동백이 중모리로, 한애순과 성창순이 진양조로 짧게 부른 반면, 이선유는 진양조로 음반 한 면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길게 불렀다.
《심청가》 중 시비따라 대목은 장승상 부인의 부름을 받은 심청이 시비를 따라 승상댁을 건너가는 대목으로 사설의 내용은 무릉촌에 당도하여 승상댁의 경치를 자세하게 묘사한다. 현재 전승되는 《심청가》 가운데에는 동초제 김연수바디 《심청가》의 시비따라 대목이 가장 확대된 사설로 되어있는데, 승상부인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을 진양조장단으로 심청의 얼굴 묘사를 중중모리장단으로 확대하고 있다. 동초제 사설은 장승상댁 부인을 기품 있게 표현하고, 심청을 매우 황홀하고 신비한 모습으로 묘사하면서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에 대화체를 삽입하는 등 극적인 요소가 강하다. 시비따라 대목의 시작되는 부분은 진양조장단으로 장승상댁의 위엄한 경치가 묘사되고 이어서 중모리장단 혹은 중중모리장단으로 승상 부인이 심청의 효성을 칭찬하며 수양딸을 제의하는 부분이 이어진다. 무릉촌에 당도하여 승상댁을 들어가는 장면은 화평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주기 위하여 길고 유창하게 뻗는 가곡성우조의 성음으로 부르는 것이 이면에 맞다. ‘시비따라 건너간다’의 시작 부분에 가곡의 음악적 특성인 한 글자에 많은 음이 붙는 가곡성우조의 선율진행을 보인다. 진양조장단에 우조 악조를 중심으로 평조와 일시적 계면조로 변조가 나타난다.
시비따라 대목은 심청이 장승상댁 부인을 만나러 시비를 따라가는 장면과 인당수 가기 전에 장승상댁에 인가를 가는 대목 두 대목이 있다. 아래 노랫말은 앞부분에 등장하는 시비따라 대목이다. (진양조) 심청이 거동 보아라 시비 따러 건너간다 이 모롱 지나고 저 고개를 넘어서서 승상댁을 당도허여 대문간을 들어서니 좌편은 청송이요 우편은 녹죽이라 정하의 있난 반송 광풍이 건듯 불면 노룡이 굽니난 듯 중문 안에 들어서니 가세도 웅장허고 문창도 찬란헌듸 반백이 넘은 부인 의상이 단정허고 피부가 풍양허여 복기가 많은지라 심청을 반겨 맞으며, 아가 네가 심청이냐 듣든 말과 과연 같구나. 좌를 주어 앉힌 후에 자세히 살펴보니 별로 단장 없을 망정 국색일시 분명쿠나. (중중모리) 엄용허고 앉은 거동 백석청탄 맑은 물 목욕허고 앉은 제비가 사람을 보고 날랴는 듯 황홀한 그 얼골은 천심의 돋은 달이 수면에 비친 듯 추파를 흘려뜨니 새벽빛 맑은 하날의 경경한 샛별이요 팔자청산 가는 눈썹은 초생편월의 정신이라 양협의 고은 빛은 부용화 새로 핀 듯 입을 열어 웃는 양은 모란화 한송이가 하로밤 비기운에 피고저 버난 듯 호치 열어 말을 허니 농산 앵무로다 전신을 살펴보니 응당히 선녀라 월궁에 노든 선녀 도화동에 적하허여 벗 하나를 잃었도다. 무릉에 내가 있고 도화동 네가 나니 무릉에 봄이 들어 도화동이 개화로다.
시비따라 대목은 서편제의 경우 한 번만 등장하고, 강산제에서는 두 번 등장한다. 강산제 《심청가》 앞부분에 등장하는 심청이 승상댁에 건너가는 대목과, 인당수로 가기 전 장승상댁에 인사를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같은 강산제라 하더라고 성창순의 경우, 인당수 가기 전 시비따라 대목의 사설은 전하지 않는다. 앞부분에 등장하는 시비따라 대목은 가곡성우조로 부르며, 심청이 인당수에 가기 전 나오는 시비따라 대목은 계면조로 구성되는 특징이 있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유산(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2003)
김종철, 「《심청가》와 《심청전》의 〈장승상부인 대목〉의 첨가 양상과 그 역할」, 『고소설 연구』, 한국고소설학회, 2013. 김혜정, 「심청가의 바디별 음악적 특징과 선율 구성 원리 비교연구」, 『호남문화연구』,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2015. 김혜정, 「판소리의 전조 활용 원리 연구 -정권진창 심청가를 중심으로-」, 『호남문화연구』 58,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2015. 박희순, 「판소리 가곡성우조 연구」, 『한국음악연구』, 한국국악학회, 2007. 백대웅, 「판소리의 우조와 평조」, 『한국 전통음악의 선율구조』, 대광문화사, 1985.
정수인(鄭琇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