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흥보가》 중에서 흥보 또는 흥보 마누라가 둘째 박을 타고 온갖 비단이 나올 때 부르는 소리 대목
비단타령은 《흥보가》 중 두 번째 박을 타고 비단이 나와서, 첫 번째 박을 타서 나온 돈과 쌀과 함께 흥보가 부러진 제비 다리를 고쳐준 은혜에 대한 보상을 받는 대목이다.
19세기 후반 무렵에 정착된 것으로 보이는 박타령은 사람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의(衣), 식(食), 주(住)를 풍족하게 보상받는 내용이다. 사설의 내용은 다르지만 온갖 비단을 나열하며 노래하는 비단타령은 휘모리잡가, 향토민요, 무가, 고사소리 등에도 있다.
비단타령은 두 번째 박에서 나온 온갖 비단 이름을 나열하는 대목이다. 판소리를 극화한 창극에서는 비단타령을 흥보 마누라가 부르는 것이 자연스럽게 설정되었지만, 판소리에서는 흥보나 흥보 마누라를 특정하지 않은 아니리도 있다. 《흥보가》에서 묘사하는 흥보와 흥보 마누라의 박타령 이전의 생활상을 보면 부유한 양반들이 입을 수 있는 비단들의 이름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비단타령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골계적 반전으로 관객에게 희열을 안겨주는 대목이다. 휘몰이잡가의 비단타령은 진귀한 비단 이름에 복합명사를 붙여 나열하는 “청천월백 남색단”과 같은 특징이 있는데, 판소리의 비단타령은 비단 이름에 수식어구와 복합명사를 연결하여 부르는 “남양 초당의 경 좋은디 천하영웅의 와룡단”처럼 언어유희 성격의 나열이 뛰어나다.
음악적 구성은 대부분 유파가 아니리에 이어 경쾌한 리듬감이 드러나는 중중모리장단에 평조 레(re)–미(mi)–솔(sol)–라(la)–도(do) 선율로 노래한다.
1. 전인삼唱(동편제 강도근 사사)
(중중모리) 왼갖 비단이 나온다. 왼갖 비단이 나와 요간부상 삼백척 번뜻 떳다 일광단, 고소대 악양루의 적성 아미가 월광단, 서왕모 요지연의 진상허던 천도문, 천하지국 산천초목 그려내던 지도문, 풍진을 시르르르 치니 태평건곤의 대원단, 등태산소천하의 공부자의 대단이요. 남양 초당의 경 좋은디 천하영웅의 와룡단, 염불타령을 지어놓고 춤추기 좋은 장단, 가는 님 허리 안고 가지말라 도리불수, 임 보내고 홀로 앉어 독수공방의 상사단, 큰방 골방 가루닫이 국화 새김의 완자문, 추월 추풍의 공단이요. 심심산곡 송림간의 무서웁다 호피단, 쓰기 좋은 양태문, 인정 있는 은조사, 부귀다남 복수단, 행실 부족의 궁초단, 절개 좋은 송죽단, 뚜드럭 꿉벅허니 말굽 장단이요. 서부렁섭적 세발 릉단, 뭉거 뭉거 구름단, 흑공단, 백공단, 한산모시, 송화색이며 청사홍사 통견이며 고리사주 방의주 해남포 몽고 삼승 철남포까지 그저 꾸역 꾸역 왼갖 비단이 다 나와.
2. 유수정 唱(만정제 김소희 사사)
(중중모리) 왼갖 비단이 나온다. 왼갖 비단이 나온다. 요간부상 삼 백 척 번 떳다 일광단, 고소대 악양루의 적성아미가 월광단, 서왕모 요지연의 진상허든 천도문, 천하구주 산천초목 그려내던 지도문, 등태산소천하의 공부자의 대단, 남양초당의 경 좋은디 천하영웅 와룡단(臥龍緞). 사해가 분분 요란허니 뇌고함성의 영초단. 풍진을 시르르르 치니 태평건곤 대원단, 큰방 골방 가루다지 국화 새긴 완자문, 초당전 화계상의 머루 다래 포도문, 화란춘성 만화방창 봉접분분에 화초단, 꽃수풀 접가지에 얼크러진 넌출문, 통영 칠 대모반의 안성유기 대접문, 강구연월 격양가의 배 부르다 함포단, 알뜰 사랑 정든 님이 나를 버리고 가겨주, 두 손길 덥뻑 잡고 가지 말라 도리불수, 임 보내고 홀로 앉어 독수공방의 상사단, 추월적막 공단이요, 심심궁곡 송림간에 무섭다 호피단, 쓰기 좋은 양태문(洋太紋), 인정있는 은주사, 부귀다남 복수단, 포식과객에 궁초단, 행실부족의 꾀초단, 절개있난 송죽단, 서부렁섭적 세발랑릉, 노방주 청사 홍사 통견이며, 백낭릉 흑낭릉 월하사주 당포, 융포 세양포 수수통오주, 경상도 황저포, 매매흥정의 갑사로다. 해주 원주 공주 옥구 자주 길주 명천 세마포 강진 나주 극상세목이며, 새남포 도리가 생수삼팔 갑진 고사 관사 청공단 홍공단 백공단 흑공단 송화색까지 그저 꾸역꾸역 나오너라.
비단타령은 흥보가 부러진 제비 다리를 고쳐준 보은으로 둘째 박을 타고 나오는 각종 비단을 언어유희의 성격을 지닌 사설로 묘사하며 경쾌한 중중모리장단과 평조 선율로 소리하는 대목이다. 판소리와 고사소리의 장르간 접변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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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진(金三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