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보가(興甫歌), 흥부가, 박흥보가(朴興甫歌), 박타는 대목
《흥보가》 중 박 타는 대목
판소리 다섯바탕 중 하나인 《흥보가》, 혹은 그 가운데 박을 타는 대목만을 일컫는 용어이다. 동리 신재효가 《흥보가》를 토대로 개작한 사설집의 명칭으로도 사용되었다.
《흥보가》는 18세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시기나 창작자는 알 수 없다. 조선 후기 문헌인 송만재(宋萬載)의 『관우희(觀優戱)』와 이유원(李裕元)의 『관극팔령(觀劇八令)』에 판소리에 대한 언급이 되어 있고, 특히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에 활동했던 명창 권삼득(權三得, 1771~1841)의 장기가 《흥보가》 중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이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후 《흥보가》의 사설을 토대로 조선 후기의 판소리 이론가이자 작가인 신재효(申在孝, 1812~1884)가 사설을 정리하고 개작하였다. 현재 전승되는 《흥보가》 바디는 [송만갑(宋萬甲)제-김정문(金正文)․박봉래(朴奉來)-박록주(朴綠珠)ㆍ강도근(姜道根)ㆍ박봉술(朴奉述)], [김창환(金昌煥)제-김봉학(金鳳鶴)-오수암(吳守岩)․정광수(丁珖秀)], [김연수(金演洙)제-오정숙(吳貞淑)]이 있고, 박동진(朴東鎭)바디는 김창환제에 가깝다고 평가된다.
흥보는 가난하고 착한 아우, 놀보는 욕심 많고 악한 형으로, 두 형제의 이야기를 토대로 권선징악과 형제우애의 교훈을 담아내고자 하는 이야기이다. 흥보는 형 놀보로 인해 집에서 쫓겨나서 유랑생활을 하며 고생하는데, 어느 날 흥보가 제비의 부러진 다리를 고쳐주고, 이를 고맙게 여긴 제비가 박씨를 물고 온다. 이 박씨를 심은 뒤 박이 여러 개 열리는데, 박타는 행위를 통해 고난의 세월이 끝나고 의식주가 해결되게 되고, 나아가 부자가 된다. 그러나 이를 시기한 욕심 많은 놀보는 일부러 제비다리를 부러뜨리게 되고, 그 제비가 원한을 갖고 물고 온 박씨를 심게 된다. 놀보는 이 박씨에서 열린 박을 타서, 패가망신하게 되며, 이후 동생 흥보가 놀보를 달래어 형제가 서로 우애하면서 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사설의 길이는 짧은 편이어서 완창하는데, 보통 2~3시간 가량 걸린다. 신재효는 이러한 흥보가의 사설을 개작하였는데, 이를 통해 사설이 보다 합리적으로 정리되었다. 그러나, 흥보가 사설이 지닌 민중적 성격이 많이 줄어들게 되었고, 한자어 및 한문 어구를 많이 활용하여 창으로 부르기 부적합하게 된 측면이 있다.
○ 음악적 특징 흥보가 타게 되는 박 중에서 첫 번째 박을 중심으로 살펴보되, 박록주와 박초월의 소리에 나타나는 음악적 특징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① 두 창자 모두 계면조로 시작하여 계면조로 마친다. ② 박록주는 =52~60의 빠르기로 노래하고, 박초월은 =40~44로 불렀다. ③ 박록주는 장단의 끝을 짧게 끊어내었고, 박 혹은 대강 사이에 여운을 둔 뒤 다음으로 넘어가는 형태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반대로 박초월은 장단 내에 사설을 성글게 붙이는 경우가 많이 나타났으며, 박 혹은 대강 사이에 여운을 주며 넘어가는 형태를 즐겨 사용했다. ④ 박초월의 시김새 사용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⑤ 두 창자 모두 진양조 위주로 대목을 구성했으나, 박타기의 막바지에서는 박록주는 휘모리장단을 사용하였고, 박초월은 자진모리장단으로 구성하였다.
흥보가에서 흥보는 총 세 개의 박을 타며, 이 가운데 첫 번째 박의 노랫말을 위주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박록주와 박초월의 사설은 일부분 다르게 나타나나, 길이와 출현 순서 및 내용에서 매우 유사하게 나타난다. 아래는 두 창자의 첫째 박 사설이다.
박록주 사설 | 박초월 사설 |
(아니리) 흥보가 들어오며 “여보 마누라, 그리 울지만 말고, 저 지붕 위에 있는 박을 따다가 박 속은 끓여먹고, 바가지는 부잣집에 팔어다가 어린 자식들을 살리면 될 것이 아닌가?” 흥보가 박 세 통을 따다 놓고, 우선 먼저 한 통을 타는디 (진양조) “시르렁 실건 당거주소. 헤이여루 당거주소. 이 박을 타거들랑은 아무 것도 나오지를 말고 밥 한 통만 나오너라. 평생의 포한이로구나. 헤이여루 당그여라 톱질이야. 여보게 마누라. 톱소리를 어서 맡소.” “톱소리를 내가 맡자고 헌들, 배가 고파서 못 맡겄소.” “배가 정 고프거들랑은 허리띠를 졸라를 매소. 헤이여루 당거주소. 작은 자식은 저리 가고, 큰 자식은 내한테로 오너라. 우리가 이 박을 타서 박 속일랑 끓여먹고, 바가질랑은 부잣집에가 팔어다가 목숨 보명 살아나세. 당거주소. 강상에 떴는 배가 수천 석을 지가 싣고 간들, 저희만 좋았지 내 박 한통을 당헐 수가 있느냐? 시르르르르르렁 실건.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건. 당그여라 톱질이야.” (휘모리)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 식 삭 톡 퀙 |
(아니리) 이 때 흥보가 들어오며, “여보 마누라, 우지 마오. 아, 이렇게 울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박이나 한 통 따다가, 박 솔은 끓여 먹고, 바가지는 부잣집에 가 팔어다가 어린 자식들 구환이나 헙시다.” 흥보 내외 박을 한 통 따다 놓고, 먼저 한 통을 타 보는디, (진양조) “시리르렁 실건 톱질이야 에여루 당겨주소.” “이 박을 어서 타서 박속일랑은 끓여 먹고, 바가질랑은 부잣집에다 팔어다가 목숨 보명을 허여 보세.” “실근 시리렁, 당겨 주소.” “여보게, 마누라. 톱소리를 맞어주소.” “톱소리를 내가 맞자고 헌들, 배가 고파서 못 맞겄소.” “배가 정 고프거들랑은 치마끈을 졸라매고 기운차게 당겨 주소.” “에여루 당겨 주소.” “이 박을 타거들랑은 아무 것도 나오지를 말고서 밥 한 통만 많이 나오느라. 평생에 밥이 포한이로구나.” “에여루 당거 주소.” “시르르르르르릉. 시리렁 실근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근. 당그여라 톱질이야.” (휘모리) 실근 실근 실근 실근 실근 실근 실근 실근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시리렁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식 싹 콕 칵 |
흥보가는 흥보와 놀보 형제의 이야기로써, 제비와 박이라는 것을 매개체로 하여 권선징악과 형제우애라는 교훈을 이야기한다. 특히 흥보가 가운데 박 타는 대목을 기점으로 하여 흥보가 유랑생활을 청산하고 부유한 삶을 살 수 있게 됨으로써, 해당 대목에서 권선징악이란 주제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 참고문헌 강한영, 『신재효 판소리 사설집』, 민중서관, 1971. 김진영ㆍ김동건ㆍ김미선, 『정간보와 함께 하는 김수연 창본 흥보가』, 이회문화사, 2006. 김진영ㆍ김동건ㆍ채수정, 『정간보와 함께 하는 박송희 창본 흥보가』, 이회문화사, 2006. 박송희, 『박녹주 창본』, 집문당, 1988. 정병헌, 『신재효 판소리 사설의 연구』, 평민사, 1986. 채수정, 『박록주 박송희 창본집』, 민속원, 2010. 최난경, 『동편제와 서편제 연구: 박녹주와 박초월의 《흥보가》를 중심으로』, 집문당, 2006. ○ 참고음원 「故 인간문화재 박초월(朴初月) 창 흥보가」, 신나라뮤직, 1998. → 679.4/신595고=4, 679.4/신595고=5 「한국전통음악시리즈 제4집 판소리 명창 朴綠珠 흥보가」, 지구레코드, 1994. → 679.312/박799박 ○ 부록 박송희 창 박타령 오선보 – 『박록주, 박송희 창본집』, 집문당, 1988.
채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