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흥보가》 중 한 대목으로, 제비가 보은표 박씨를 입에 물고 강남에서부터 흥보 집까지 날아오는 여정을 묘사한 대목
판소리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 대목은 흥보에게 은혜를 입은 제비가 강남에 갔다가 은혜를 갚을 보은표 박씨를 입에 물고 흥보 집을 찾아오는 여정을 나타낸 대목이다. 판소리 《흥보가》의 한 대목으로 불릴 때는 김창환의 ‘흥보 제비노정기’를 눈 대목으로 부르고, 박봉술과 박송희바디에 장판개의 ‘놀보 제비노정기’가 불리고 있다. 현존하는 명창들은 대부분 김창환제를 이어받고 있으며, 이 대목은 중중모리장단과 늦은중중모리장단에 우조를 사용하여 부른다.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 대목은 신재효의 〈박타령〉이 정리된 1875년 이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 되며, 박만순이 창작한 것을 장판개(長判介, 1885~1937)가 이어받은 동편제 제비노정기와 1900년대에 김창환(金昌煥, 1854~1927)이 직접 창작한 서편제 제비노정기, 심정순이 《흥보가》에서 부르던 것으로 보이는 중고제 제비노정기가 있다. 1940년 출판된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 제비노정기가 김창환의 더늠으로 소개되는데, 김창환은 구한말 나주 출신의 근대 5명창 중의 한 사람으로 대표적인 서편제 소리꾼으로 평가된다. 김창환은 판소리 명창 이날치의 서편제 법통을 전승하고 정창업에게 배웠으며 흥보가에 뛰어났고,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가 더늠이다.
제비노정기의 창작 시기는 확실하지 않으나, 1928년에 유성기음반에 김창환이 직접 녹음한 제비노정기 음반(Victor49060-AㆍB)이 발매되었고, 1935년과 1936년에 각각 장판개가 부른 음원(Okeh1891-B)과 이화중선이 부른 음원(Okeh1942-AㆍB)이 확인되는 바, 1930년을 전후한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김창환의 더늠을 박록주가 배워 새로 다듬은 박록주제 제비노정기가 전승되고 있다.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 대목은 흥보가 다리를 고쳐준 제비가 강남에 갔다가 은혜를 갚을 보은표 박씨를 입에 물고 흥보 집을 찾아오는 대목이다. 중국의 남방에서 압록강을 건너 한양으로 내려오는 ‘북방노정기’와 한양에서 흥보집에 이르는 ‘남방노정기’ 사설과, 흥보가 다시 찾아온 제비에게 반가움을 표하는 장면으로 구성된다. 김창환제 제비노정기는 우조로 되어 있었으나 박록주를 거쳐 전수된 제비노정기는 후대로 갈수록 계면화되는 경향이 있다. 제비가 흥보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보은표 박씨를 물고 날아오는 흥겹고 유쾌한 내용이므로 늦은자진모리장단 또는 중중모리장단에 씩씩하고 꿋꿋한 우조 성음으로 강하고 박진감 있게 표현된다. 같은 중중모리장단에 〈흥보 문전을 당도〉 부분부터는 속도가 느려지고 ‘미(mi)-솔(sol)-라(la)-도(do′)-레(re′)-미(mi′)’의 계면조 구성음에 솔(sol)이 활용된 선율로 구성되어 슬픈 감정이 약화된 평조와 계면조 선율로 되어있다. 가야금병창 제비노정기 역시 자진모리장단과 중중모리장단으로 부르며 평조 또는 계면조 선율로 구성됨으로써 다양한 선율적 특징을 보인다.
《흥보가》의 제비노정기 대목은 김창환제와 장판개제의 두 가지가 있다. 흥보가 살려준 제비가 강남에 갔다가 보은표 박씨를 입에 물고 흥보를 찾아 날아오는 노정을 그린 ‘흥보 제비노정기’와 놀보에게 해를 입을 제비가 보수표 박씨를 물고 놀보집으로 돌아오는 ‘놀보 제비노정기’인데, 19세기 후반 명창인 장판개가 부른 ‘놀보 제비노정기’가 박봉술과 정광수 《흥보가》에 전해지고 있다.
(아니리) 삼동이 다 지나고 춘삼월이 방장커날 흥보 제비가 보은표 박씨를 입에다 물고 만리 조선을 나오는디 이렇게 나오는 것이었다. (중중머리) 흑운 박차고 백운 무릅쓰고 거중에 둥둥 높이 떠 두루 사면을 살펴보니 서촉 지척이요 동해 창망허구나 축융봉을 올라가니 주작이 넘논다. 상익토 하익토 오작교 바라보니 오초동남 가는 배는 북을 둥둥 울리며 어기야 어야 저어가니 원포귀범이 이 아니냐. 수벽사명 양안태 불승청원 각비래라 날아오른 저 기러기 갈대를 입에 물고 일점 이점에 떨어지니 평사낙안이 이 아니냐. 백구 백로 짝을 지어 청파상에 왕래허니 석양천이 거의노라. 회안봉을 넘어 황릉묘 들어가 이십오현 탄야월에 반죽가지 쉬어 앉어 두견성을 화답허고, 봉황대 올라가니 봉거대공의 강자류. 황학루를 올라가니 황학일거 불부반 백운천재 공유유라. 금릉을 지내어 주사촌 들어가 공숙창외도리개라 낙매화를 툭 쳐 무연에 펄렁 떨어지고, 이수를 지내어 계명산을 올라 장자방은 간 곳 없고 남병산 올라가니 칠성단이 빈 터요. 연조지간을 지내여 장성을 지내여 갈석산을 넘어 연경을 들어가 황극전에 올라앉어 만호장안 구경허고 정양문 내달아 창달문 지내 동간을 들어가니 산 미륵이 백이로다. 요동 칠백리를 순식간 지내여 압록강을 건너 의주를 다달아 영고탑 통군정 올라 앉어 사면을 둘러보고 안 남산 밖 남산 석벽강 용천강 좌우령을 넘어 부산 파발 환마고개 강동다리 건너 평양은 연광정 부벽루를 구경허고, 대동강 장림을 지내 송도로 들어가 만월대 관덕정 박연폭포를 구경허고 임진강을 시각에 건너 삼각산에 올라가 앉어 지세를 살펴보니 천룡의 대원맥이 중령을 흘리쳐 금화 금성 분개허고 춘당 영춘이 회돌아 도봉 망월대 솟아있고 삼각산이 생겼구나 문물이 빈빈허고 풍속이 희희하여 만만세지 금탕이라 경상도는 함양이요 전라도는 운봉이라 운봉 함양 두 얼품에 흥보가 사는지라 저 제비 거동을 보아 박씨를 입에 물고 거중에 둥실 높이 떠, 남대문 밖 썩 내달아 칠패 팔패 배다리지내 애고개를 얼른 넘어 동작강 월강 승방을 지내여 남태령 고래 넘어 두 쪽지 옆에 끼고 거중에 둥둥 높이 떠 흥보집을 당도, 안으로 펄펄 날아들어 들보 위에 올라앉어 제비말로 운다 지지지지 주지주지 거지연지 우지배요 낙지각지 절지연지 은지덕지 수지차로 함지포지 내지배요 빼 드드드드드드득... 흥보가 보고서 좋아라 반갑다 내 제비 어디를 갔다가 이제와 당상 당하 비거비래 편편이 노는 거동은 무엇을 같다고 이르랴 북해 흑룡이 여의주를 물고 채운간으로 넘논 듯 단산 봉황이 죽실을 물고 오동 속으로 넘는 듯 지곡청학이 난초를 물고 송백간으로 넘논 듯 방으로 펄펄 날아들 제 흥보가 보고 괴이여겨 찬찬히 살펴보니 절골양각이 완연, 오색당사로 감은 흔적이 아리롱 아리롱 허니 어찌 아니가 내 제비 저 제비거동을 보아 보은표 박씨를 입에다 물고 이리 저리 넘놀다 흥보 양주 앉은 앞에 뚝 때그르르르르 떨쳐 놓고 백운간으로 날아간다.
판소리 제비노정기는 제비가 강남에 갔다 이듬해 봄, 선물을 안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다시 흥보네 집으로 날아오는 여정을 묘사한 대목으로, 여러 지명과 풍경을 묘사한 사설과 엇붙임을 활용하여 장단의 묘미를 살린 특징이 있다. 현재 전승되는 제비노정기는 김창환의 더늠으로 판소리와 가야금병창으로 활발하게 연행되는 판소리 눈대목 중 하나이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유산(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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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인(鄭琇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