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보가》 중에서 흥보 또는 흥보 마누라가 가난을 한탄하며 부르는 노래 중의 한 대목
가난타령에는 흥보 부부가 첫 번째 박을 타기 전에 부르는 동편제 소리와 형 놀보에게 양식을 얻지 못하고 쫓겨나 신세한탄을 하며 박을 타기 전에 축약한 가난타령을 다시 부르는 서편제 소리가 있다. 《흥보가》의 사설 중에는 가난타령의 화자를 흥보 마누라로 설정된 경우가 많고 흥보로 설정한 경우는 적다. 박록주 계보만이 중모리장단에 계면조로 부르고, 대부분 진양조장단에 계면조로 부른다.
가난타령의 음반 녹음 중 가장 이른 것은 1906년 송만갑이 녹음한 유성기음반이다. 이후 1929년 서편제 계보의 임방울이 유성기음반(Columbia40079)을 녹음하였고, 동편제 계보의 송만갑 「박타령」은 1931년에 발매된 유성기음반(Columbia40219)에서 확인된다. 1941년 여류명창 이화중선은 오케(Okeh)에서 「흥보전 전집」을 녹음하였으며, 1964년 국가지정 무형문화유산 《흥보가》 예능보유자로 지정된 박록주 명창의 1967년 녹음 자료는 박록주 명창 서거 15주기 추모 음반 「한국전통음악시리즈 제4집 판소리명창 박록주 흥보가」로 1994년 발매되었다. 박초월 명창이 부른 가난타령은 「故 인간문화재 박초월 창 흥보가」라는 음반에 1960년대 말에 녹음본이 수록되어 있다. 서편제 흥보가를 이어받은 박동진 명창은 「박동진 판소리 대전집 흥보가(1973)」에 가난타령을 녹음하였다.
동편제의 가난타령은 ‘가난한탄–복의 기원’의 사설 중심이지만, 서편제는 ‘가난한탄–가난한 형상–흥보처의 자결 타령–흥보 만류–흥보 자결타령’ 등으로 극적 내용이 많다. 대부분 계면조의 특징이 드러나며, 장단은 박록주 계보의 소리만이 중모리로 노래하고 대부분 진양조장단으로 노래한다. 각 명창들마다 빠르기를 달리하여 부른다.
《흥보가》 중 서편제 《흥보가》의 사설을 이어받은 박동진 명창의 사설과 동편제 《흥보가》를 이어받은 박송희 명창의 사설을 소개한다.
1. 박동진唱 가난타령
(아니리) 하루는 흥보 마누라가 신세자탄 울어 놓은 것이 후세에 가난타령이 되았구나 (진양조) 가난이야. 가난이야. 원수놈의 가난이야. 복이라 허는것은 어찌허면은 타느냐. 북두칠성님이 점지를 허여주고. 삼신제왕님이 집자리에 떨어질적에 명과수복을 마련허느냐? 금석사죽 포토혁목 묘 쓰기에 마련이냐? 적선행악 악한현에 쓰기에 매였느나? 이목구비 오행으로 생기기에 아련어나 어쩌 허면은 잘사느냐. 나는 세상에 생겨나서 불의행사를 아니허고 밤낮주야로 벌어도 가장은 부황나고 자식돌은 아사지경이 되었으니 내 눈으로는 못 보것구나 내가 차라리 죽어지면 어런 꼴온 안 볼란다. 초마끈을 부여잡고 목을 메여 죽기로 작정허니 흥보가 보고 기가맥혀 아이고 여보 마누라 마누라 이것이 웬 일인가? 부인에 평생 팔자는 가장에게 메였으니 내가 얼마나 뼈가 도도허면 우리 새끼들 다 굶기고 아내 하나를 못 입히고 못 메이랴 내가 먼저 죽을란다 졸장부 내가 먼저 죽을라네 허리끈을 부여잡고 목을 메여 죽기로 작정을 허니 흥보 마누라가 기가멕혀 아이고 여보 영감 다시는 내가 안그러리다. 이리마오 이리를 마시오. 둘이 서로 붙들고 만류를 헌다.
김은영, 「판소리 흥보가 〈가난타령〉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6.
2. 박송희唱 가난타령
(아니리) 흥보 마누라 박씨를 주워 들고 "여보 영감! 제비가 연씨를 물고 왔소." 흥보가 보더니 "그게 연실이 아니라 박씨로세." 동편 처마 끝에 심었더니, 수십 일만에 박 세 통이 열렸겄다. 팔월 추석은 당하고 먹을 것이 없어 흥보 마누라는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가난타령으로 울것다. (중모리) 가난이야. 가난이야. 원수년의 가난이야. 복이라 허는 것은 어찌허면은 잘 타는고? 북두칠성님이 복마련을 허시는가? 삼신 제왕님이 짚자리어 떨어질 적의 명과 수복을 점지허느냐? 몹쓸년의 팔자로다. 이년의 신세는 이어허여 이 지경이 웬 일이란 말이냐? 퍼버리고 앉어서 설리 운다.
채수정, 『박송희 판소리 ‘흥보가’ 악보집』, 민속원, 2014.
가난타령은 골계적 웃음 대목이 많은 《흥보가》 중에서 비장미가 흐르는 대표적인 대목이다. 그에 따라 경쾌한 구성음이 아닌 계면조 음색을 그대로 사용하고 속도도 대체적으로 느리게 노래한다. 《흥보가》에서 가난타령은 극적 구성과 음악적 표현 방식에서도 미적 균형을 갖도록 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인권한, 『흥부전 연구』, 집문당. 1991. 채수정, 『박록주 박송희 창본집』, 민속원, 2010. 김은영, 「판소리 《흥보가》 〈가난타령〉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6.
김삼진(金三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