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보심술타령〉
판소리 《흥보가》의 시작(初入) 부분에 놀보가 심술을 부리는 것을 해설자의 시각으로 열거하는 소리 대목.
《흥보가》의 골계적 성격을 잘 드러내는 대목으로 놀보의 심술을 수십 가지로 과장하여 노래한다. 전승계보와 창자에 따라 사설의 길이에는 차이가 있지만, 아니리에 이어 경쾌하고 빠른 자진모리장단에 맞추어 “대장군방 벌목하고~”로 시작하는 소리 부분과 사설의 내용은 비슷하다.
놀보심술 대목의 놀보 심술의 종류를 각 명창의 사설을 살펴보면, 『신재효본』 「박타령」에는 68개, 김연수 창본 《흥보가》에는 54개, 정광수 《흥보가》에는 34개, 강도근 《흥보가》에는 26개이다. 이를 통해 놀보의 심술을 장황하고 길게 열거하던 것을 후대로 갈수록 줄여나갔음을 알 수 있다.
놀보심술은 아니리와 자진모리장단의 소리로 구성되는데, 마지막 장단을 풀어서 창조로 부르기도 한다. 사설은 ‘우리나라가 예의의 나라’를 강조하는 서사와 놀보의 왜곡된 성격과 비정상적인 외모 등을 설명하고, 본격적으로 심술을 나열하는 구조이다. 자진모리장단으로 부르는 놀보 심술을 나열하는 사설은 4ㆍ4조 2음보가 기본이며, 드믈게 3음보나 4음보가 나타난다. 선율은 계면조와 우조의 시김새가 나타나지 않는 평조 선율이다.
동편제 강도근 명창을 사사한 전인삼 명창과 동편제 박송희 명창을 사사한 채수정 명창의 《흥보가》 중 놀보 심술 대목을 소개한다.
1. 전인삼唱(강도근 계보)
(아니리) 아동방이 군자지국이요. 예의지방이라. 십실촌에도 충신이 나고 칠세지아도 효도를 일삼는디 요순임금 시절에도 사흉이 있었고, 공자님 당년에도 도척이가 났으니 일동여기를 인력으로 헐 수 있나. 경상 전라 두 얼 품에 흥보와 놀보가 살았는디 놀보는 형이요 흥부는 아우였다. 동부동모 소생으로 사람마다 오장 육보로되 놀보는 오장 칠보라. 어찌하여 칠본고 허면 심술보 하나가 외약 갈빗대 밑에 가서 그저 장기 궁짝만헌 놈이 똥도롬허게 붙어가지고 아 이놈이 밥만 먹고 나면 개 트름이 나면서 심술을 부리는디 꼭 이렇게 부리것다. (자진모리) 대장군방 벌목 허고, 오귀방에 집을 짓고, 삼살방으다 이사 권코, 불 붙는디 부채질을 그저 활활 허고, 호박에 말뚝 박고, 길 가는 과객 양반 재울 듯기 붙들었다 해 다 지면은 내어 쫓고, 초라니 보면은 딴낯 짓고, 거사 보면은 소구 도적, 의원 보면은 침 도적질, 양반 보면은 관을 찢고, 애 밴 부인 배통 차고, 수절 과부는 모함 잡고, 다 큰 큰 애기 겁탈, 곱사등이는 뒤집어 놓고, 앉은뱅이는 턱을 차고, 비단 전에 물총 놓고, 고추밭에 말달리기, 옹구짐 받쳐 노면 가만 가만 가만 가만 가만 가만히 찾어가서 작대기 걷어차기, 똥 누는 놈 주저앉히고, 봉사 눈에다 똥 칠 허기, 노는 애기 집어 뜯고, 우는 애기는 코 빨리기, 물이고 오는 부인 귀 잡고 입 맞추기, 시암 질에다 허방 놓고, 새 망건 편자 끊고, 새 갓 보면 땀띠 떼기, 소리 허는디 잔소리, 풍류 허는디 나발 불고, 길가에 허방 놓고, 어따 이놈이 심술이 이래 노니 삼강을 아느냐 오륜을 아느냐 이러한 불칙한 놈이.
2. 채수정唱(박송희 계보)
(아니리) 아동방이 군자지국이요, 예의 지방이라. 십실지읍에도 충신이 있고 칠세지아도 효도를 일삼으니 무슨 불량한 사람이 있으리요마는 요순시절에도 사흉이 났었고 공자님 당년에도 도척이 있었으니 아마도 일종 여기야 어쩔수 없는 법이었다. 경상 전라 충청 삼도 어름에 놀보 형제가 살았는디 흥보는 아우요, 놀보는 형이라. 사람마다 오장이 육본디 놀보는 오장이 칠보라. 어찌허여 칠본고 허니 왼편 갈비밑에가 장기궁짝만허게 심술보 하나가 딱 붙어 있어 본디 심술이 많은 놈이라. 그 착한 동생을 쫓아낼 량으로 날마다 심술공부를 허는 디 꼭 이렇게 허든 것이었다. (자진모리) 대장군방 벌목허고, 삼살방에 이사권코, 오구방에다 집을짓고, 불붙는데 부채질, 호박에다 말뚝박고, 길가는 과객양반 재울듯기 붙들었다 해가지면은 내어쫓고, 초란이 보면 딴낮짓고, 거사보면은 소구도적, 의원보면 침도적질, 양반보면은 관을 찢고, 다 큰 큰애기 겁탈, 수절과부는 모함잡고, 우는 놈은 발가락 빨리고, 똥누는 놈 주저앉히고, 제주병에 오줌싸고, 소주병 비상넣고, 새망건 편자끊고, 새갓보면은 땀때 띠고, 앉은뱅이는 택견, 곱사동이는 되집어 놓고, 봉사는 똥칠허고, 애밴 부인은 배를 차고, 길가에 허방놓고. 옹기전에다 말달리기, 비단전에다 물총놓고. (무장단 창조) 이놈의 심사가 이래 놓니 삼강을 아느냐 오륜을 아느냐 이런 모지고 독한 놈이 세상 천지 어디가 있더란 말이냐.
판소리 흐름의 시각에서 바라본 놀보 심술의 특징은 흥보가의 골계적 성격을 시작 부분에 드러내어 청중들로부터 권선징악(勸善懲惡)에 대한 흥미를 갖게 만든다. 상대적으로 극적 골계미가 약한 흥보 중심의 줄거리를 중괄식으로 끌어가는 드라마적인 흐름에도 중요한 의의가 있는 대목이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이상택, 『흥부 놀부의 인물 평가(흥부전 연구)』, 집문당, 1991. 인권한, 『흥부전 연구』, 집문당, 1991. 채수정, 『박록주 박송희 창본집』, 민속원, 2010.
김삼진(金三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