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보가》에서 흥보가 매를 팔러 매품팔이를 나가는 대목
《흥보가》 중 흥보가 같은 고을에 사는 성좌수(成座首) 대신 매를 맞는 품팔이 제안을 받아 이를 수락한 뒤 돈을 받아 들고 좋아하는 〈돈타령〉부터 이웃집 꾀쇠아비에게 발등거리를 당해 매품팔이를 못하고 돌아오는 내용의 대목이다.
성대중(成大中, 1732~1809)의 『청성잡기(靑城雜記)』에 기록되어 있는 바와 같이 조선 후기에는 돈 있는 사람들은 삯꾼을 사 매를 대신 맞게 하는 매품팔이의 관행이 있었다. 이러한 조선 후기의 현실을 판소리에 반영한 대목이 매품팔이 대목이다.
○ 용도
매품팔이 대목은 《흥보가》 중 〈돈타령〉부터 발등거리를 당해 매를 못팔고 무사하게 집에 당도하자 “흥보 마누라 좋아라”하고 노래하는 대목까지를 말한다. 《흥보가》의 극적 구성은 10장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그 중 매품팔이는 첫 장인 놀보의 심술에 의해 흥보가 쫓겨나는 대목에 이은 둘째 장으로 극의 전개 부분에 해당한다.
○ 음악적 특징
동편제 박송희 창 《흥보가》에서는 흥보가 환자 한섬 구하러 호방을 만나 매품 제의를 받고 돈 닷 냥 받는 대목은 아니리로 말하고, “저 아전 거동을 보아라. 궤문을 철컥 열고~” 대목은 중모리 28장단의 계면조로 노래한다. “흥보 마누라 나온다~얼씨구 절씨구 돈 돈 돈 돈. 돈 돈 돈 돈 봐라” 대목의 〈돈타령〉은 중중모리 18장단으로 경쾌한 리듬과 밝은 내용이지만 떠는 목의 사용이 절제된 계면조로 노래한다. “가지마오 가지마오~가지를 마오” 대목은 진양조 12장단의 진계면 성음으로 노래한다. “아침밥을 지어먹고~벌벌벌 떨면서 서있구나” 대목은 중모리 15장단의 계면조로 노래한다. 매품파는 대목의 극적 절정 부분인 꾀쇠아비에게 발등거리를 당한 사연은 아니리와 창조로 처리된다. “번수네들 그러한가 나는 가네 나는 가네~그렁 저렁 당도하니” 대목은 중모리 8장단 계면길로, 매품팔이의 마지막 대목인 “흥보 마누라 좋아라~얼씨구 절씨구 절씨구” 대목은 중중모리 17장단과 경쾌한 리듬의 계면조로 노래한다.
《흥보가》 매품팔이는 모든 유파의 판소리에 있다. 《흥보가》는 1973년 국가무형문화유산 제5호 《흥보가》 예능보유자로 지정된 박록주의 사설을 손꼽는다. 송흥록–송광록-송우룡–송만갑–김정문–박록주로 이어지는 계보로 한농선, 박송희, 정유진을 통하여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 다음은 채수정이 스승 박송희 《흥보가》를 정리한 『흥보가 악보집』에 수록된 매품팔이 대목의 사설이다. (아니리) 흥보가 들어가다 별안간 걱정이 하나 생겼지 '내가 아무리 궁수 남아가 되었을망정 반남박가 양반인디 호방을 보고 하게를 허나 존경을 허나 아서라 말은 허되 끝은 짓지 말고 그냥 웃음으로 닦을 수 밖에 수가 없구나.' 질청을 들어가니 호방이 문을 열고 "박생원 들어 오시오?" “호방 뵌지 오래군. 하하하하하하.” “어찌 오셨소?” "양도가 부족해서 환자 한 섬만 꾸어주면 가을에 착실히 갚을 테니 호방생각은 어떨는지? 하하하하." "박생원 품 한나 팔아보시오." "돈생길 품이면 팔고 말고 해" "우리골 좌수가 영문에 잡혔는디 대신가서 곤장 열 대만 맞으면 한 대에 석냥씩 서른 냥은 꼽아논 돈이요, 마삯까지 닷 냥 제지했으니 그 품 하나 팔아보시오" 흥보가 이만허고 서 있더니마는, "매맞으러 가는 놈이 말타고 갈 것 없고 정강말로 다녀올 것이니 그돈 닷 냥을 나를 주자" (중모리) 저 아전 거동을 보아라 궤문을 철컥 열고 돈 닷 냥을 내어주니 흥보가 받아들고 "다녀오리다" "평안히 다녀오오" 박흥보 좋아라고 칠청밖으로 썩 나서서 얼씨구나 좋구나 돈 봐라 돈 돈 봐라 돈 돈 돈 돈 돈봐라 돈, 이 돈을 눈에 대고 보면 삼강오륜이 다 보이고 조금있다가 나는 지환을 손에다 쥐고 보면 삼강오륜이 끊어 지니 보이난 것 돈밖의 또 있느냐 돈 돈 돈 돈봐라 돈, 떡국집으로 들어가서 떡국 한 푼어치를 사서 먹고 막걸리 집으로 들어가서 막걸리 두 푼어치를 사서 먹고 어깨를 느리우고 죽통을 빼트리고 대장부 한 걸음에 옆전 서른 닷냥이 들어를 간다. 얼씨구나 좋구나 저의 집으로 들어가서 "여보게 마누라! 집안 어른이 어디 갔다고 집안이라고서 들어오면 우루루루 쫓아나와 영접 허는게 도리옳지, 계집이 이 사람아 당돌이 앉아서 좌이부동이 웬일인가 에라 이 사람 몹쓸 사람!" (중중모리) 흥보 마누래 나온다. 흥보 마누래 나온다. "어디 돈 어디 돈 돈봅시다 돈봐!" "놓아두어라 이 사람아 이 돈 근본을 자네 아나 잘난 사람도 못난 돈 못난 사람도 잘난 돈 맹상군의 수레 바퀴 처럼 둥글둥글 생긴 돈 생살지권을 가진 돈 부귀공명이 붙은 돈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어디갔다 이제 오느냐 얼씨구나 절씨구 돈 돈 돈 돈 돈 돈 돈 돈 봐라" (아니리) "여보 마누라! 이 돈 가지고 쌀 팔고 고기 사서 육죽을 누구름허게 열 한 통만 쑤소!" 아이도 한 통 어른도 한 통 각기 한통씩 먹여노니 식곤증이 나서 앉은 자리에서 고자백이 잠을 자는 디 죽말국이 코끝에서 소주 후주 내리 듯 댕강댕강 허것다. 이 틈을 타서 막내 하나를 또 맹글었지 "여보 영감 이 돈이 웬돈이요? 이 돈 속이나 좀 압시다." "이 돈 속 알면 큰 일낼 돈일세, 우리골 좌수가 영문에 잽혔는디 대신가서 곤장 열대만 맞으면 한 대에 석 냥씩 서른 냥을 준다기에 삯전으로 받아온 돈일세." (창조) 흥보 마누라가 이 말을 듣더니마는. "아이고 여보 영감! 중한 가장 매품 팔아 먹고산단 말은 고금 천지 어디서 보았소" (진양) "가지마오 가지마오 불쌍한 영감아 가지를 마오 천불생 무륵지인이요 지보장 무명지초라 하날이 무너져도 솟아날 궁기가 있는 법이니 설마헌들 죽사리까 제발 덕분에 가지마오 병영영문 곤장 한 대를 맞고 보면 종신 골병이 든답디다 영감 불쌍한 우리 영감 가지럴 마오“ (아니리) 이놈의 자식들이 저의 어머니 울음소리를 듣더니 물소리들은 게우 모양으로 고개만 들고 "아버지 병영 가시오?" "오냐 병영간다." "아버지 병영갔다 오실 때 나 담뱃대 하나만 사다 주시오" "에끼 후레아들놈 나쁜놈 같으니라고!" 또 한 놈이 나앉으며 "아버지 병영 갔다 오실 때 나 풍안 하나 사다 주시오" "풍안은 뭣할래?" "뒷동산에 가 나무헐 때 쓰고 허면, 눈에 먼지 한 점 안 들고 참 좋답디다." 흥보 큰 아들이 나 앉으며 (창조) "아이고 아버지 !" "이자식아 너는 또 왜불러 ?" "아버지 병영갔다 오실 때 나 각시 하나 사다 주오!" "각시는 뭣헐레?" "아버지 재산없어 날 못 여워주니, 데리고 막걸리 장사 헐라요" (중중모리) 아침 밥을 지어먹고 병영길을 나려간다. 허유 허유 나려를 가며 신세자탄 울음을 운다.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어떤 사람 팔자좋아 부귀영화로 잘 사는디 내 신세는 어이허여 이 지경이 웬일이냐?" 병영골을 당도허여 치어다 보느냐 대장이요 나려 굽어보니 숙정패로구나 심산맹호 운룡같은 용자붙인 군로사령이 이리 가고 저리간다. 그때여 박흥보는 숫헌 사람이라 벌벌벌 떨면서 있구나. (아니리) 방울이 떨렁 사령이 예이 야단났지 흥보가 삼문간을 들여다 보니 죄인들이 볼기를 맞거늘, 흥보 숫헌 마음에 저와 같이 돈 벌로 온줄 알고 "저 사람들은 나 먼저 와서 돈 수백냥 번다. 나도 볼기를 까고 업져 볼까. 삼문간에 볼기를 까고 업져노니 사령 한 쌍이 나오더니 "병영 배판지이후에 볼기전 보는 놈 생겼구나" "아니 당신 박생원 아니시오?" "알아 맞췄소" "당신 곯았소!" "아! 곯다니 계란이 곯지 사람도 곯아?" "박생원 대신이라허고 곤장 열 대 맞고 돈 서른 냥 받아가지고 벌써 갔소" (창조) 흥보가 이말을 듣더니마는 "아이고 그놈이 어떻게 생겼든가?" "키가 구척이요. 기운이 좋습디다. 아이고 이를 어쩔거나. 어젯밤 우리 마누라가 가지요 못 가지요. 밤새도록 울더니마는 옆집 꾀쇠애비란 놈이 발등거리 허였구나."
채수정, 『박송희 판소리 《흥보가》 악보집』, 민속원. 2014.
매품팔이는 《흥보가》 중 놀보 심술 대목에 이어 노래하는 부분으로 흥보의 가난한 상황이 최고 절정에 다다른 극한 상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당시 사회의 부조리와 부패를 해학적ㆍ골계적으로 풀어가는 사설과 함께 슬프면서도 경쾌한 희극적 요소를 계면길 선율에 떠는 목과 꺾는 목의 사용을 조절하고 느린 장단과 빠른 장단을 적절하게 사용해 극적 효과를 높인 대목이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채수정, 『박록주 박송희 창본집』, 민속원, 2010.
김삼진(金三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