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수궁가》 중 용왕이 득병하였을 때와 도사에게 토끼의 간을 처방받은 후, 토끼를 구하러 세상으로 가겠다는 신하가 없음을 알고 탄식하는 대목
판소리 《수궁가》 중 용왕이 탄식하는 대목은 총 3회 등장한다. 용왕이 병을 얻어 나을 가망이 없음을 알고 첫 번째 탄식하고, 두 번째는 용왕을 진맥한 도사가 병을 다스릴 약으로 토끼의 간을 처방하나 수궁에서는 토끼를 구할 길이 없어 탄식하고, 세 번째는 어전회의를 소집하여 토끼의 간을 구하러 갈 신하를 천거하라 명하나 신하들이 묵묵부답이라 탄식한다. 보통 첫 번째와 두 번째 탄식은 진양조장단으로 소리하고, 세 번째 탄식은 중모리장단으로 부르는데, 유파에 따라 구체적인 사설 내용, 대목의 위치가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1940년에 출판된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는 전라북도 부안 출신으로 19세 후반 활동하였던 소리꾼 김거복의 특장 대목으로 용왕탄식을 기록하고 있다. 김거복의 용왕탄식 대목은 용왕이 득병 후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러 어탑(御榻)에 누워 탄식하는 대목으로, 서름조로 부른다고 기록되어 있다.
《수궁가》에서 용왕이 탄식하는 대목은 여러 번 등장하는데, 유파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구성된다. 대체로는 용왕이 득병한 후와 도사가 토끼의 간을 처방한 후, 어전회의에서 토끼의 간을 구하러 갈 신하가 없음을 안 후에 각각 탄식하는데, 강도근바디에는 첫 번째 용왕탄식 대목이 없고, 김연수바디에는 세 번째 탄식 대목이 없다. 또한, 조금씩 다른 사설을 사용하기도 한다. 박봉술 바디: 탑상을 탕탕(진양조) - 왕왈 연하다(진양조) - 왕이 똘똘 탄식하되(중모리) 박초월 바디: 탑상을 탕탕(진양조) - 왕왈 연하다(진양조) - 왕이 다시 탄식헌다(중모리) 정응민 바디: 영덕전 높은집에(진양조) - 연하다 수연이나(진양조) - 용왕이 기가막혀(중모리) 강도근 바디: 왕왈 연하다(진양조) - 왕이 똘똘 탄식헌다(중모리) 정광수 바디: 탑상을 탕탕(진양조) - 왕왈 연하다(진양조) - 왕이 똘똘 탄식헌다(중모리) 김연수 바디: 탑상을 탕탕(진양조) - 연하다 수연이나(진양조) 유성준 바디: 탑상을 탕탕(진양조) - 왕왈 연하다(진양조) - 왕이 똘똘 탄식을 허되(중모리) 장단은 공통적으로 진양조장단과 중모리장단을 사용하고, 악조는 계면조를 사용하여 선율을 구사한다. 판소리에서 진양조장단과 중모리장단은 느린 템포의 장단으로 슬픔과 애절함을 표현하기에 적절하며, 계면조 역시 떨고 꺾는 시김새를 사용하여 탄식하는 용왕의 감정을 잘 드러낼 수 있다.
1. 용왕탄식(1)
(아니리)
갑신년 중하월에 남해 용왕이 영덕전 새로 짓고 대연을 배설할 제, 삼해 용왕을 청하여 군신빈객이 좌우로 늘어앉어 수삼일을 즐기더니, 과음하신 탓인지 용왕이 우연득병하여 백약이 무효라. 혼자 앉아 탄식을 허시는디,
(진양조)
탑상을 탕탕 두드리며 탄식하여 울음을 운다. “용왕의 기구로되 괴이한 병을 얻어 수정궁 높은 집에 벗 없이 누웠으니, 화타, 편작이 없었으니 어느 누구가 날 살릴거나?” 웅장한 용성으로 신세자탄 울음을 운다.
2. 용왕탄식(2)
(아니리)
용왕이 왈, “어찌 신농씨 백초약은 약이 아니 되옵고, 조그마한 토끼 간이 약이 하오리까?” 도사 왈, “대왕은 진이요, 토끼는 묘라, 묘을손은 음고이요, 간진술은 양토라 허였으니, 어찌 약이 아니 되오리까?” 수궁에는 토끼가 없는지라, 용왕이 홀로 앉어 탄식을 허시는디,
(진양조)
왕왈 “연하다 수연이나, 창만헌 진세간의 벽해 만경 밖의 백운이 구만리요, 여산 송백 울울창창 삼천고분 황제의 묘라. 토끼라 허는 짐생은 해외 일월의 밝은 세상, 백운 청산 무정처로 시비 없이 다니는 짐생을 내가 어찌 구하리까? 죽기는 쉽사와도 토끼는 구하지 못허겄으니, 달리 약명을 일러주오”
3. 용왕탄식(3)
(아니리)
병든 용왕이 요만허고 보시더니마는, “내가 용왕이 아니라, 팔월 대목장날 생선전의 도물주가 되었구나. 경내 중에 어느 신하가 세상을 나가 토끼를 구하여 짐의 병을 구할쏜가?” 면면상고 묵묵부답이었다.
(중모리)
왕이 다시 탄식헌다. “남의 나라는 충신이 있어서, 할고사군 개자초와 광초망신 기신이난 죽을 인군을 살렸건마는, 우리 나라도 충신이 있으련마는, 어느 누구가 날 살리리오?” 정언 잉어가 여짜오되, “승상 거북이 어떠하뇨?” “승상 거북은 지략이 넓사옵고, 복판이 모두 다 대몬고로, 세상에를 나가오면 인간들이 잡어다가 복판 떼어 대모장도, 밀이개살짝, 탕건 묘또기, 주일쌈지 끈까지 대모가 아니면은 헐 줄을 모르니, 보내지는 못허리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유산(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소리 정회석ㆍ채보감수 백대웅, 『수궁가』, 민속원, 2003. 최동현 외, 『한영대역 수궁가 바디별 전집 1~4』, 문화체육관광부ㆍ전라북도ㆍ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 2010. 서정민, 「정응민 수궁가 중 초입 네 대목 연구: 사설과 음계를 중심으로」, 『판소리연구』 23, 판소리학회, 2007. 이진오, 「19세기 수궁가의 더늠 형성에 관한 연구」, 『공연문화연구』 36, 공연문화학회, 2018.
신은주(申銀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