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수궁가》 중 별주부가 토끼를 잡으러 세상에 나와 세상 풍경을 바로보고 그 풍경을 묘사하는 내용의 대목
판소리 《수궁가》의 눈대목 중 하나로, 판소리 자체에서 발생한 독립된 대목이다. 그 내용은 토끼를 잡기위해 별주부가 세상에 나오면서 마주한 아름다운 풍경을 묘사한 것으로, 판소리의 이야기 전개 방식 중 하나인 노정기(路程記)에 해당된다. 오늘날은 동편제 계열의 박봉술, 정광수, 임방울, 김연수, 박동진바디, 서편제 계열의 정권진바디로 전승되고 있다. 장단은 중중모리장단 또는 중모리장단으로 되었고, 악조는 대체로 우조가 강조되지만 소리제에 따라서 계면조와 평조 등이 섞여서 사용되기도 한다.
고고천변은 판소리 자체에서 발생한 독립가요이다. 판소리 중 일부만 부를 때 자주 불리며 인기를 끌면서 단가ㆍ가사ㆍ잡가ㆍ민요 등의 레퍼토리로 수용되면서 그 음악적 내용도 변화했다. 특히 일제강점기에는 단가가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 당시 고고천변을 유성기음반에 취입한 소리꾼은 임방울ㆍ송만갑ㆍ김창환 등이다. 이중 특히 송만갑은 고고천변에 뛰어나 네 차례에 걸쳐 유성기음반을 취입한 바 있다.
고고천변은 19세기 전기를 기점으로 송흥록으로부터 이어지는 송만갑제와 유성준제의 두 갈래로 나뉘어 전승되었다. 오늘날에는 송만갑제를 이은 박봉술바디, 유성준제를 이은 정광수, 임방울, 김연수, 박동진바디가 전해지고 있다. 이외에도 박유전의 서편제를 이은 정응민제가 전해지고 있다.
사설의 내용은 별주부가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해 세상에 나오는 과정에서 바라본 해상과 산천풍경을 묘사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판소리의 이야기 전개 방식 중 노정기의 성격을 가진다. 사설의 내용은 해상 풍경과 천봉만학의 풍경 묘사로 이원화되었지만, 노래의 끝부분에는 민요 〈새타령〉과 잡가 〈유산가〉 일부가 포함되었다. 사설의 내용은 대동소이하지만, 창자에 따라 특정 부분이 가감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정회석은 “어선은 돌아들고 백구난 분비~아옥따옥이 날아들 적의”를 부르지 않고, 박봉술은 “강안이 귤롱허고, 황금이 전편~대하를 다 버리고 청림벽계 산천수”의 내용이 첨가되어 있다. 장단은 대체로 중중모리장단으로 되었으나, 간혹 심정순과 박초월 창본에서와 같이 중모리장단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악조는 대체로 우조가 강조되지만 창자에 따라 계면조와 평조 등이 섞여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정회석ㆍ박봉술ㆍ정광수는 우조와 계면조를 섞어서 부르고, 임방울은 계면조에 평조와 반드름을 섞어서 부른다. 선율은 정광수와 임방울이 비슷하고, 나머지는 다르다.
(중중모리) 고고천변일륜홍 부상에 높이 떠, 양곡의 잦은 안개 월봉으로 돌고돌아, 어장촌 개 짖고 회안봉 구름이 떴구나. 노화는 다 눈 되고, 부평은 물에 둥실 어룡은 잠자고, 자교새 훨훨 날아든다. 동정여천에파시추 금성추파가 여기라. 앞발로 벽파를 찍어당겨, 뒷발로 창랑을 탕탕 요리 저리, 저리 요리, 앙금 둥실 떠 사면을 바라보니, 지광은 칠백리 파광은 천일색이라. 천외무산십이봉은 구름 밖에 가 멀고, 해외 소상은 일천리 눈 앞의 경개라. 오초는 어이하야 동남으로 벌였고, 건곤은 어이허여 일야에 둥실 떠, 남훈전 달 밝은디 오현금도 끊어지고, 낙포로 둥둥 가는 저 배, 쪼각달 무관수의 초 회왕의 원혼이오. 모래 속에 가 잠신하야 천봉만학을 바라보니, 만경대 구름 속 학선이 울어 있고, 칠보산 비리봉은 허공에 솟아 계산파무울차아, 산은 칭칭칭 높고, 경수무풍야자파 물은 풍 풍 깊고, 만산은 우루루루루루루루, 국화는 점점, 낙화는 동동 장송은 낙락, 늘어진 잡목, 펑퍼진 떡갈, 다래몽동, 칡넌출, 머루, 다래, 으름넌출, 능수버들, 벚남기, 오미자, 치자, 감, 대추, 갖은 과목 얼크러지고 뒤클어져서 구부 칭칭 감겼다. 어선은 돌아들고, 백구는 분비, 갈매기, 해오리, 목파리, 원앙새, 강상 두루미 수많은 떼고니, 소호천자 기관허던 만수문전의 봉황새, 양양창파점점동 사랑홉다고 원앙새, 칠월 칠석 은하수 다리 놓던 오작이, 목포리, 해오리, 너수, 징경새, 아옥따옥 요리 저리 날아들 제, 또 한 경개를 바라보니, 치어다보니 만학천봉이요, 내려굽어보니 백사지땅. 에구부러진 늙은 장송 광풍을 못 이기어 우줄우줄 춤을 출 제, 시내 유수는 청산으로 돌고, 이 골 물이 쭈루루루루루, 저 골 물이 퀄퀄 열의 열두 골 물이 한테로 합수쳐 천방자 지방자 월턱져 구부져, 방울이 버큼져, 건너 평풍석에다 마주 꽝꽝 마주 때려, 대해수중으로 내려가느라고 버큼이 북적, 울렁거려 뒤틀어, 우르르르르렁 꿜꿜 뒤둥그러져 산이 울렁거려 떠나간다. 어디메로 가잔 말? 아마도 예로고나, 요런 경개가 또 있나? 아마도 예로구나, 요런 경개가 또 있나? 「박초월 바디 《수궁가》(최난수 창)」, 『(한영대역) 《수궁가》 바디별 전집 3』, 문화체육관광부ㆍ전라북도ㆍ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 2010, 254~258쪽.
고고천변은 품격 있는 사설과 우조 위주의 선율을 통해 지식인층이 선호할 만한 정서를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일찍이 단가로 자주 불렸고, 이와 같은 인기를 바탕으로 잡가나 민요 등의 레퍼토리로 확장되었다. 판소리로부터 발생한 독립가요가 분화되어 타 장르의 수용층에게 확대되는 양상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문학사전(판소리편)』, 국립민속박물관, 2013. 권오경, 「〈고고천변(皐皐天邊)〉의 존재양상과 기능 고찰」, 『어문학』 87, 2005, 서정민, 「판소리 수궁가 판제에 따른 음조직 연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석사학위논문, 2004.
문봉석(文奉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