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가(獄中歌)〉, 〈옥중비가(獄中悲歌)〉
《춘향가(春香歌)》의 〈옥중가〉 일부로 옥에 갇힌 춘향이가 이도령을 그리워하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대목
쑥대머리는 ‘머리털이 마구 흐트러져 어지럽게 된 머리’를 뜻하는데 옥에 갇힌 춘향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춘향의 비참한 모습과 심경을 노래하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춘향이 처한 상황과 생각이 매우 절절하게 묘사된다. “쑥대머리 귀신형용…”으로 시작하는 사설을 바탕으로 대목명이 붙여졌으며, 춘향의 비참한 심정을 중모리장단과 계면조에 얹어 부른다. 해당 대목은 ‘옥중가’ 또는 ‘옥중비가’라고도 하며,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임방울(林芳蔚, 1905~1961) 명창이 특히 쑥대머리를 매우 잘 불렀다고 전한다.
쑥대머리는 신재효(申在孝, 1812~1884)의 『남창춘향가』에 처음 등장하는데 〈옥방형상〉, 〈동풍가〉, 〈천지삼겨〉 등의 대목과 함께 〈옥중가〉를 구성하고 있다. 〈옥중가〉를 구성하는 여러 대목 중 가장 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적어도 19세기 후반에 형성되어 《춘향가》의 구성 및 전승에 있어 많은 영향력을 끼친 대목으로 손꼽힌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임방울 명창의 쑥대머리는 그 인기가 매우 높아서 당시 취입했던 쑥대머리의 유성기 음반은 백만장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였다. 쑥대머리는 《춘향가》의 눈대목으로 대중들의 많은 관심과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오늘날에는 전통 판소리 외에도 가야금병창 및 국악가요 등 다양한 형태로 전승되어 여전히 그 인기와 영향력을 잘 드러내고 있다.
○ 역사적 변천 과정 쑥대머리는 임방울의 더늠이 가장 유명한 만큼 임방울의 쑥대머리를 수용한 창자들의 소리가 여러 명창들에게 전승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보성소리의 정권진(鄭權鎭, 1927~1986), 동초제(東超制)의 김연수(金演洙, 1907~1974), 만정제(晩汀制)의 김소희(金素姬, 1917~1995), 김세종제(金世宗制)의 성우향(成又香, 1935~2014) 등을 들 수 있으며, 이 중 정권진을 제외한 나머지 창자들은 본래 쑥대머리 대목을 부르지 않았다. 그러나 해당 대목을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춘향가》를 더욱 다채롭게 변화 및 확장시켰다. 해당 명창들의 쑥대머리는 임방울의 것과 사설이나 붙임새 등 여러 면에서 큰 가감 없이 전승되어 판소리가 더늠 축적의 예술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 형식과 구성 옥중가는 쑥대머리를 비롯하여 완판 33장본 등에 있는 〈옥방형상〉, 장자백{張子伯 또는 장재백(張在伯/張在白, ?~1907)} 창본에 있는 〈동풍가1〉, 김여란(金如蘭, 1907~1983)의 창본에 있는 〈천지삼겨2〉 대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당 대목들의 구성은 부르는 창자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이는데 김소희와 성우향은 〈천지삼겨〉 대목 다음에 쑥대머리를 부르고, 정광수는 〈동풍가〉 다음에 쑥대머리를 이어서 부른다. 또한 김연수는 변사또의 수청을 들도록 기생 난향이 춘향을 설득하는 대목 뒤에 쑥대머리를 배치시키는 등 대목 자체의 음악적 특징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바디에 따라 해당 대목의 구성 순서를 다양하게 조합하여 극적 전개 면에서 차별화를 두고 있다. 따라서 쑥대머리에 담겨 있는 내용과 감정의 표현은 그대로 유지하되 극적 흐름과 연결을 다양한 형태로 구성하여 바디별 음악적 지향점이 매우 다채롭게 그려진다.
1) 이날치의 더늠
2) 한경석의 더늠
○ 음악적 특징 쑥대머리의 악조는 창자별 구분 없이 모두 상행 시 ‘미(mi)-라(la)-도′(do′)-레′(re′), ’하행 시‘미′(mi′)-레′(re′)-도′(do′)-시(si)-라(la)-미(mi)’의 계면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모리장단을 사용한다. 사용 음역대는 시대에 따라 점차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는데 후대의 창자들일수록 더 넓은 음역대를 활용하고 여기에 다양한 선율들을 추가적으로 사용하여 음악적 기교가 더욱 강조된 형태이다. 따라서 시김새의 활용도 매우 적극적으로 변모하였는데 임방울의 쑥대머리와 전반적인 골격은 같지만 음악적 기량과 표현이 추가되어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적 색채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는 쑥대머리로 발전하였다.
〈김연수 창본 쑥대머리〉 춘향 형상 살펴보니 쑥대머리 귀신 형용 적막옥방 적막옥방寂寞獄房의 찬 자리으 생각난 것이 임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 낭군 보고지고. 오리정 정별 후로 정을 두고 떠난 후로 일장수서를 내가 못 봤으니 부모 봉양 글공부으 겨를이 없어 이러는가. 연이신혼 금슬우지 연이신혼(宴爾新婚) 금슬우지 나를 잊고 이러는가? 계궁 항아 추월같이 번뜻이 솟아서 비치고저. 막왕막래 맥혔으니 앵무서를 내가 어이 보며 전전반칙으 잠 못 이루니 호접몽을 어이 꿀 수 있나. 손가락의 피를 내어 사정으로 편지허고, 간장의 썩은 눈물로 임의 화상을 그려볼까. 이화일지춘대우으 내 눈물을 뿌렸으면 야우문령단장성으 임도 나를 생각할까 추우오동엽락시으 잎만 떨어져도 임의 생각, 녹수부용 채련녀와 제롱망채엽의 뽕 따는 정부들도 낭군 생각은 일반이나, 날보담은 나보다는 좋은 팔자. 옥문 밖을 못 나가니 뽕을 따고 연 캐겄나?내가 만일으 임을 못 보고 옥중원혼이 되거드면, 무덤 근처 있는 나무는 상사목이 될 것이요, 무덤 앞으 섰는 돌은 망부석이 될 것이니, 생전사후 이 원한을 알아줄 이가 뉘 있드란 말이냐?” 퍼버리고 다리를 아무렇게나 제멋대로 하고 앉어 설리 운다.
3) 이화일지춘대우(梨花一枝春帶雨) : 양귀비(楊貴妃)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양을 형용한 시구(詩句)로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의 시구 중 일부이다.
4) 야우문령단장성(夜雨門令斷腸聲) : 밤비에 방울 소리가 단장을 에는 듯하다는 뜻. 해당 시구 역시 <장한가> 중 일부이다.
김연수 창 〈이별가〉
김연수, 『춘향가』, 신나라 레코드, 2007.
쑥대머리는 《춘향가》의 눈대목 중 하나로 현재까지 다양한 형태로 변화 및 발전되어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이는 춘향의 처절한 심경을 보다 직설적이고 표현력 있게 전달한 사설의 구성과 그 이면에 맞는 선율 구성이 대중들에게 공감대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에 와서도 여전히 적용되며, 가야금병창이나 국악가요 등 다양한 형태의 장르들로 변화되어 판소리의 재창조 및 확장에서 매우 중요한 대목으로 활용되고 있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유산(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김석배, 『《춘향전》의 지평과 미학』, 박이정, 2010. 백대웅. 『다시 보는 판소리』, 도서출판 어울림, 1996. 김현주, 「임방울의 쑥대머리에 대한 담화론적 해석」,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45, 2009. 이태화, 「〈남창 춘향가〉의 성격과 옥중가의 전승 양상」, 『판소리연구』 29, 2015. 정병헌, 「김세종제 《춘향전》의 판소리사적 위상」, 『공연문화연구』27, 2013. 정세연, 「쑥대머리의 전승과 변화 양상 연구: 임방울ㆍ김연수ㆍ김소희ㆍ성우향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4.
정진(鄭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