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춘향가》의 눈대목 중 하나로 이도령과 춘향이 이별하는 대목
판소리 《춘향가》 중 이별가는 이도령과 춘향이 이별하는 장면을 극적으로 표현한 대목이다. 아버지를 따라 남원을 떠나게 되는 이도령과 춘향이 이별을 주제로 다양한 상황들이 전개되는데 해당 대목은 《춘향가》가 수록된 최고(最古) 문헌인 유진한(柳振漢, 1711~1791)의 『만화집(晩華集)』에도 등장하므로 《춘향가》가 만들어진 초기부터 존재했던 대목임을 알 수 있다.
《춘향가》는 판소리 다섯 바탕 중 가장 예술적인 작품으로 손꼽힐 만큼 여러 유파 및 바디에서 활발하게 전승되었다. 따라서 동편제ㆍ서편제ㆍ중고제의 다양한 음악적 스타일을 바탕으로 각 바디에 따라 이별을 마주한 두 남녀 주인공의 심리를 다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만큼 사설 구성의 다양성과 음악적 표현력이 극대화되어 다양한 구성의 이별가들이 현재 전승되고 있다. 다양성이 매우 돋보이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는 두 남녀의 사랑이 ‘이별’이라는 주제를 통해 더욱 강조되는 부분이므로 《춘향가》에서 극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중요한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 역사적 변천 과정 해당 대목은 《춘향가》의 형성 초기부터 주요한 대목으로 존재하였는데 이는 영조 때 쓰여진 유진한(柳振漢)의 『만화집(晩華集)』(1754)을 통해 알 수 있다. 이후 신재효(申在孝, 1812~1884)의 『남창춘향가(男唱春香歌)』와 『동창춘향가(童唱春香歌)』에도 해당 대목이 등장하므로 판소리의 여러 대목 중 비교적 오랜 연원을 둔 대목에 속한다. 이후 정노식(鄭魯湜, 1891~1965)의 『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1940)에서는 이별가를 모흥갑(牟興甲, ?~?)의 더늠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비교적 오랜 세월동안 여러 명창들에 의해 사설 내용과 그에 따른 선율의 개작이 더해져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한 악조 및 장단의 변화로 구성되어 극의 연출력을 더하고 있다. 초기의 이별가는 중모리장단에 단순한 사설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후대(後代) 명창인 박유전의 이별가를 비롯하여 여러 바디의 이별가들을 살펴보면 사설 구성과 그에 따른 장단이 매우 다양한 형태로 추가되었다. 현재는 전승이 단절되었지만 음반으로 그 소리를 확인할 수 있는 이화중선의 모흥갑제 이별가와 김창룡의 박유전제 이별가를 살펴보면 현재의 이별가와 사설의 내용이나 구성이 많은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면 송만갑의 이별가에서는 이전에 보이지 않던 ‘신물교환사설’이 추가되어 있거나, 훗날을 기약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다 절실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처럼 이별가는 시대를 거치면서 《춘향가》의 극적인 전개를 강조하는 주요 대목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를 강조하기 위한 극적인 상황들을 추가함으로써 남녀 주인공들의 심리를 매우 세밀하게 그려내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왔다. ○ 형식과 구성 이별가는 ‘이도령이 남원을 떠나게 되는 것을 알게됨(아니리)-이를 춘향에게 알림(중모리, 중중모리)-춘향이 이별 소식을 듣게 됨(진양조)-월매가 이를 알게 됨(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신물을 나누며 후일을 기약함(중모리, 진양조, 자진모리)-춘향이 이도령을 그리워함(진양조, 중모리)’으로 구성되어 있다. ○ 음악적 특징 이별가는 ‘이별’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남녀 주인공의 갈등을 점차적으로 고조시키는데 상황 전개에 따라 6단락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사설의 내용에 따라 다양한 장단과 악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주인공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그리는 만큼 계면조의 사용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특히 이도령이 춘향에게 이별을 알리는 부분은 바디에 상관없이 대부분 진양조장단과 계면조를 활용하고 있다. 다만 시작 부분의 사설에서 유파 및 바디에 따라 부분적으로 차이를 보이는데 동편제인 송만갑바디와 김세종바디에서는 각각 “허허 이게”와 “와락 뛰어”로 시작하고, 서편제의 경우는 “분 같은 얼굴은(고개는)”으로 시작한다. 또한 송만갑(宋萬甲, 1865~1939)처럼 경드름을 사용하거나 정정렬(丁貞烈, 1876~1938)처럼 〈오리정 이별〉 대목을 추가적으로 삽입하는 구성의 차이도 보이고 있어 바디별 음악적 구성의 다양성이 매우 돋보인다.
이별가는 주인공의 심리를 비교적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만큼 상황에 대한 설명이나 남녀 주인공의 감정 변화가 세밀하게 그려진 대목이다. 따라서 사설의 길이도 비교적 긴 편이며, 여러 바디의 음악적 스타일에 따라 여러 대목들의 구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동편제와 서편제의 대표적인 명창이 부른 이별가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데 두 명창 모두 진양조장단과 계면조를 동일하게 사용하지만 이별에 대처하는 춘향의 모습이 매우 다르게 그려져 사설의 내용과 분위기 면에서 큰 차이를 드러낸다.
1, (아니리) 도련님이 춘향 말기는 거동을 보더니마는 남산(南山)골 노당나귀 울음을 내여 “아아아아 워라워라워라워라워라워라워라워라워라 종아리 맞고 꾸중 듣고 이렇게 울면 오죽이나 좋게야” “아 그러면 어째서 그렇게 우신단 말이오?” “사또께서 동부승지(同副承旨) 당상(堂上)하야 내직(內職)으로 올라가신다고 날 다려 내일 내행 모시고 가묘시위하야 올라가라 허니 이 아니 답답허냐?” “아 그러면 댁에는 경사(慶事)났소 그려. 양반의 댁에는 경사 곧 나면 우는 차례가 한번씩 있소? 내가 아니 갈까 싶어 그러지요? 도련님 먼저 올라가시면 나는 팔 것 팔아 추후(追後)하야 갈 터이니 도련님 댁의 근가지기(近家之基) 자그만헌 집 하나만 사주시면 어머니는 향단이 다리고 내외(內外)집 술장시나 하시고 나는 침자(針子)질 품이나 팔아 그렁저렁 지낼 적에 도련님이 날만 믿고 장가 아니 들 수는 없으니 어진 댁에 장가들어 신정(新情)이 귀할망정 날 같은 춘향도 종종 생각하여야지요.” “거 이를 말이냐? 네 말은 경술(庚戌) 대풍년(大豊年)이다마는 내 일을 좀 들어보아라. 부형(父兄) 계신 하방(遐方)에 와 작첩(作妾)하였다 하면 조정(朝庭)에 돌리어 벼슬도 못하고 일가(一家)에 버림행이 되야 족보(族譜) 이름을 뺀다허니 이아니 답답허냐.” “그러면 이별이 된단 말이요?” “이별이야 되겄느냐마는 사세가 훗기약(後期約) 둘 밖에는 도리가 없구나.” 춘향이가 훗기약 말을 듣더니 고닥의(고대) 어여쁜 얼골이 붉으락푸르락하며 앞 꼬시락 머리가 꼿꼿. 몸을 꿩 차랴는 매 몸 짜듯 딱 짜고 앉더니마는 (진양조) 허허 이게 웬 말씀이오? 허허 별일 났네. 여보 도련님 여보 여보 도련님, 무엇이 어쩌고 어찌하여요? 그 말 따우가 몇 가지요? 사람 죽는 구경을 도련님이 허실랴오. 면경 체경도 두루쳐 안어다가 문방사우 여다 후닥딱 때려서 와그르르르르르르 탕탕 부두치고 머리끄덩이도 아드득 아드득 뜯어서 쏵쏵쏵 부비어 도련님 앞에다 내던지며 “허허 이거 웬일이냐? 여보시오 도련님” (이하 생략)
박봉술 창 이별가 정진, 「《춘향가》 중 이별가의 바디별 음악적 비교 연구」, 『한국음악연구』 65.
2. 분 같은 얼굴을 저절로 숙여지고 구름같은 머리는 스사로 흩어지고 앵두같은 입술은 외꽃같이 노려지고 샛별같은 두 눈은 동튼 듯이 뜨고 도련님만 무뚜뚜루미 바라보며 아무말도 못허고 한숨만 ‘후’ 얼굴이 방재사색이로구나. 도련님이 겁이 나서 춘향의 목을 부여안고 “아이고 이 사람 죽네. 춘향아 정신 채려라. 내가 가면 아주 가는게 아니다.” 춘향이 그제야 정신이 나서 “여보시오 도련님, 무엇이 어쩌고 어째요? 이별 말이 웬말이요? 참말이요 농담이요? 우리 당초 말을 헐 제 이별허자고 말허였소? (이하 생략)
최승희 창 이별가 정진, 「《춘향가》 중 이별가의 바디별 음악적 비교 연구」, 『한국음악연구』 65.
《춘향가》의 초기부터 존재했던 이별가는 이야기 전반의 긴장감을 높이고 극의 흐름을 전환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그만큼 대부분의 바디에서 해당 대목을 빼놓지 않고 전승하였으며, 각 바디에 따라 주인공의 심리나 그에 따른 사설 구성이 매우 다양한 편이다. 대중성을 바탕으로 발전한 판소리는 대중들의 다양한 요구와 취향을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수용하고, 이에 예술적인 요소들이 더해져 확장 및 발전해왔다. 따라서 ‘이별’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남녀 주인공의 감정과 갈등이 가장 고조되는 해당 대목에서 심리적 변화를 세부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청중들의 감정 이입을 돕는 데 매우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사설 및 음악적 구성이 돋보이는 이별가는 판소리가 가진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고려한 가장 대표적인 대목으로 현재까지 널리 전창되고 있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김혜정ㆍ이명진, 『판소리』, 민속원, 2011. 백대웅. 『다시 보는 판소리』, 도서출판 어울림, 1996. 정노식. 『조선창극사』, 조선일보사 출판부, 1940. 최혜진, 『판소리 유파의 전승 연구』, 민속원, 2012. 김경희, 「동초제 《춘향가》 연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06. 김석배, 「《춘향전》의 이별 대목에 나타난 변모양상」, 『판소리연구』 2, 판소리학회, 1991, 성기련, 「판소리 동편제와 서편제의 전승양상 연구: 《춘향가》 중 이별가 대목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6. 임성래, 「송만갑 이별가의 사설 변화와 그 특성」, 『판소리학회지』 22, 판소리학회, 2006. 정진, 「《춘향가》 중 이별가의 바디별 음악적 비교 연구」, 『한국음악연구』 65. 한국국악학회, 2019. 채수정, 「박봉술제 《춘향가》 이별가 연구」, 『판소리학회지』 34, 판소리학회, 2012.
정진(鄭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