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비파(鄕琵琶), 당비파(唐琵琶), 오현, 곡경비파, 직경비파
길다란 물방울 모양의 울림통과 연결된 긴 목에 줄을 걸어 만든 악기로, 왼손가락으로 줄을 짚으면서 오른손으로 술대나 발목을 잡고 줄을 밀거나[琵] 당겨[琶] 연주하는 현악기
비파에는 신라에서 만든 곧은 목의 5현으로 된 향비파와 중국에서 들어온 굽은 목의 4현으로 된 당비파가 있다. 두 비파는 모두 울림통인 몸통, 지판역할을 하는 목, 조현장치인 주아, 현으로 이루어지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향비파는 목이 곧고, 줄이 다섯이며, 술대를 사용하고, 당비파는 목인 굽고, 줄이 넷이며, 인조손톱을 사용해 차이가 있다. 조선시대까지 궁중과 민간에서 두루 사용되었으나 19세기 이후 그 활용도가 줄어들면서 단절되었다. 국립국악원에서는 1965년부터 악기 개량사업을 추진하여 1989년 음역을 넓히고 음량이 증대시킨 향비파와 당비파를 복원하여 합주 등에 활용하고 있다.
『삼국사기』 「악지」 에는 비파의 의미, 신라의 향비파, 중국에서 들어온 당비파가 소개되었으며, 향비파로 연주할 수 있는 곡이 모두 212곡이라 기록되었다. 7~8세기 기록과 유물에서도 비파의 존재가 확인된다. 신라 문무왕(661~681)의 동생인 차득공이 승복을 입고 비파를 든 거사로 변장하여 민정을 살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 문무왕 13년(673)의 것으로 추정되는 <비암사 계유명 아미타불 부조>, 신문왕2년(682)에 완성된 <감은사 청동제사리기> 와 같은 불교미술품에서 보이는 비파 연주 비천상 등이 그것이다.
고려 시대에는 궁중과 민간, 그리고 여기(女妓)들 사이에 널리 퍼졌으며, 『고려사』「악지」에는 4현의 당비파와 5현의 향비파가 소개되었다. 조선시대에도 『악학궤범』의 속악진설도설(俗樂陳設圖說) 중 세조조 <오례의 종묘 영녕전 등가〉, 〈오례의 종묘 영녕전 헌가〉, 〈성종조 종묘 영녕전 등가〉, 〈성종조 종묘 영녕전 헌가〉및 『대악후보』의 〈등가도〉 등에 비파가 편성되었다. 『금합자보』에도 당비파도(圖)와 산형(散形), 악보가 들어있어, 비파가 중요한 현악기의 한 가지로 각광을 받으며 궁중과 민간에서 활용도가 높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그 사용이 위축되면서 1930년대 이후 전승 단절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후 국립국악원은 1965년부터 1989년까지 총 네 차례 악기 개량사업을 추진하였고, 1985~1989년에는 해금 양금과 더불어 향비파, 당비파, 월금을 개량했다. 개량된 내용은 음량증대를 위한 재질변화, 자유로운 운지를 위한 목의 축소, 음역확대를 위한 괘 증가뿐 아니라, 향비파는 고음역, 월금은 중음역, 당비파는 저음역을 담당하도록 하였다. 국립국악원에서 발행된 『국악전집』에는 다른 현악기와 함께 기보 된 비파보가 있으며, 2008년 토요상설 공연 이후 현악 합주에 편성되어 연주되기도 한다.
-당비파 -향비파 ① 구조와 형태- 비파는 길다란 물방울 모양의 울림통인 몸통, 지판인 목, 조현 장치인 주아(周兒), 현으로 구성된다. 향비파는 곧은 목에 줄이 다섯이고 괘가 열이며, 당비파는 굽은 목에 줄이 넷이고 괘가 열둘이다. ② 음역과 조율법- 악기의 음역은 당비파와 향비파가 다르며, 『악학궤범』의 당비파 조율법에는 당악식과 향악식이 있다. 당악식은 또다시 상조(上調)와 하조(下調)로 구별되며, 상조는 무현, 대현, 중현, 자현을 각각 탁무역(㒇:B♭2), 협종(夾:E♭3), 탁임종(㑣:G2), 임종(林:G3)으로, 하조는 탁남려(㑲:A2), 태주(太:D3), 탁임종(㑣:G2), 임종(林:G3)으로 조율한다. 향악식으로 조율할 때는 개방현이 탁치(濁徵), 궁(宮), 궁(宮), 치(徵)가 되도록 한다. 향비파는 일지에서 막막조까지 총 7지에서 무현, 청현, 대현, 중현, 유현의 개방현 음을 모두 달리한다. 단, 평조와 계면조의 조현은 같다. ③ 구음과 표기법 – 『금합자보』의 비파보는 대강보를 사용하고 합자보ㆍ오음약보ㆍ육보를 병기 하였으나, 이왕직아악부의 비파보는 정간보이며, <승평만세지곡> 등 각 악곡별 오선보 중에도 비파보가 있다. ④ 연주방법과 기법 – 왼손으로는 괘 위의 줄을 짚고 오른손으로 줄을 퉁겨 소리를 내는데, 향비파 연주 시에는 술대(거문고 술대와 같다)로 줄을 퉁기고, 당비파로 당악을 연주할 때는 발목(撥木)과 인조손톱[假爪角]을 이용하며, 향악을 연주할 때는 손가락으로 직접 줄을 퉁긴다. ⑤ 연주악곡-국립국악원에서 복원하여 연주하고 있는 비파의 악곡은 〈여민락(오운개서조)〉, 〈보허사(황하청)〉, 〈정상지곡〉, 〈도드리〉 등 현악 합주곡이다. ⑥ 제작 및 관리방법 – 비파의 뒷판은 밤나무, 복판은 오동나무, 괘는 회양목을 사용해 만든다.
송혜진,『한국악기』, 열화당, 2001. 이혜구 역주, 『한국음악학학술총서 제5집: 신역 악학궤범』, 국립국악원, 2000. 『국악전집 제9집: 문묘제례악, 자진한입, 황하청』, 국립국악원, 1981. 『국립국악원 악기연구소: 악기연구소 개소기념 자료집』, 국립국악원, 2006. 『국악기 연구 보고서 2007』 국립국악원, 2007. 『한국음악학자료총서 제1집: 대악후보』, 국립국악원, 1979. 『한국음악학자료총서 제27집: 고려사 악지』, 국립국악원, 1988. 『한국음악학자료총서 제20집: 세종, 세조실록 악보』, 국립국악원, 1986. 『한국음악학자료총서 제26집: 영조판 악학궤범』, 국립국악원, 1988.
강영애(康英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