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漢)나라 유방(劉邦)과의 전쟁에서 진 초패왕(楚霸王) 항우(項羽)의 이야기를 담은 판소리 단가
“어와 청춘(백대영웅, 만고영웅) 소년님네 초한 승부를 들어보소.”로 시작하는 단가 초한가는 중국 진(秦)나라 말에 초패왕 항우와 한고조(漢高祖) 유방이 서로 천하를 얻고자 겨루었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장자방(張子房)이 한나라 군사들에게 사면에서 옥통소(玉筒簫)로 초가(楚歌)를 부르게 함으로써 포위된 초병(楚兵)들이 사향심(思鄕心)을 일으켜 사기를 잃게 만드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창자에 따라 항우가 우미인(虞美人)과 이별하며 신세를 탄식하는 내용과 부모와 아내를 그리워하는 내용이 추가되어 있다. 중모리장단이며, 선율은 우조가 주를 이루는데 창자에 따라 평조와 계면조가 활용되기도 한다.
단가 초한가는 20세기 전반에 걸쳐 많은 인기를 얻은 단가로, 일제강점기 시대에 21장의 음반이 녹음되었다. 그중 가장 이른 시기의 음원은 1928년에 Columbia에서 녹음한 이화중선(李花中仙, 1899~1943)의 남도단가 초한가이다. 이후 1930년에 하농주(河弄珠, ?~?), 1932년에 오비취(吳翡翠, 1910~1986), 1934년에 권금주(權錦珠, ?~?) 등이 콜럼비아(Columbia)에서 초한가의 음원을 남겼다. 1934년 김유앵(金柳鶯, ?~?)은 리갈(Regal)에서, 1938년 박동실(朴東實, 1897~1968)은 오케레코드(Okeh Record)에서 각각 단가 초한가를 녹음하였다. 일제강점기 이후에는 박동진(朴東鎭, 1916~2003), 신영희(申英姬, 1942~), 오정숙(吳貞淑, 1935~2008), 이일주(李一珠, 1936~) 등이 초한가 음반을 남겼다.
○ 음악적특징 판소리 단가는 일반적으로 중모리장단에 우조나 평조로 짜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가 초한가 역시 중모리장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우조 선율이 주를 이루는데 창자에 따라 일부 평조와 계면조의 선율이 나타난다.
단가 초한가의 노랫말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여러 창자들이 대체로 즐겨부르는 형태, 두 번쨰는 오정숙 등이 부르는 형태이다. 오정숙을 제외한 나머지 창자들의 소리는 유사하게 진행이 되나, 오정숙의 소리는 이들이 부른 소리와는 다른 독립적 노랫말로 짜여 있다. 내용이 초패왕 항우와 한고조 유방이 서로 천하를 얻고자 겨루었던 이야기를 소재로 한 것은 공통적이나 오정숙 소리의 노랫말은 한나라 유방을 중심으로 초패왕 항우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에서 사설이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어화 청춘 벗님네, 초한 승부를 들어보소. 절인력(絶人力)이 부질없고 순민심이 으뜸이라. 한패공(漢沛公) 백만 대병 구리산(九疑山)하 십면매복 대진을 둘러치고 초패왕을 잡으렬 제, 천하 병마 도원수는 기식(乞食) 표모(漂母) 한신(韓信)이라. 대장단 높이 앉어 천하제후를 호령할 제, 형양성고(滎陽成皐) 험한 길과 팽성도(彭城道) 오백리는 거리거리 복병이요 두루두루 매복이라. 모계(謀計) 많은 이좌거(李左車)는 패왕을 인도할 제, 산 잘 놓는 장량이며 계명산 추야월으 옥소(玉簫)를 슬피 불어, 그 노래에 허였으되, 구추구추 깊은 밤 하날 높고 달이 밝다. 울고 가는 저 기러기 객의 수심 돋우난 듯, 변방격리 사지 중에 정수하는 저 군사야. 너의 패왕 세곤(勢困)할적으 전장에 죽을세라. 철갑을 기어 입고 팔 척 장검을 빼어 드니 천금 같이 중한 몸이 객사 전장이 되겠구나. 호생오사(好生惡死)하는 마음 사람마다 있건마는 너희들은 어찌허여 죽기를 저리 좋아허느냐.
이화중선 창 초한가 「불멸의 명음반(4) 〈명창 이화중선 판소리선집〉SP복각)」, 서울음반, 19??.
백대영웅(百代英雄) 호걸님네, 초한 승부를 들어보소. 무지한 초패왕은 당시 세력 힘만 믿고, 인후장자(仁厚長子) 한패공을 무고히 살해코저 홍문(鴻門)으다 설연(設宴)을 헌들, 하나님이 내신 영웅 천봉우출(天崩又出)이라, 벗어날 길이 없을 소냐. 재덕(在德)이요 부재용(不在勇)은 옛글에 일렀거늘, 역발산(力拔山) 용력(勇力)으로 횡행천하(橫行天下) 무삼 일고. 범 같은 위력으로 무불잔멸(無不殘滅)헐 제, 가련한게 창생(蒼生)이요, 무지헌게 사졸(士卒)이라. 횡행 성공 누(累)가 되고, 지난 전쟁 뇌시(誄詩)된다. 지족광정(知足匡定)허니 만고대장이 되단 말가? 천하를 운집하야 멸조허기를 기약헌다. 만학명월(萬壑明月) 살펴보니 융준용안(隆準龍眼)은 요순의 기상이요, 홍포은갑(紅袍銀甲) 장사겁을 들어 간배 일삼지 않고 위력으로 전쟁허니, 사백년 창업주가 한고조가 아니신그나. 나라를 진무(賑撫)하고, 백성을 무육(撫育)하고, 군량을 포연(酺宴)하든 소상공이 아니신거나. 늙지 마자 맹세를 허였더니, 홍안(紅顔)이 백수(白首)가 된 들 무정세월은 간다더라.
오정숙 창 초한가 정양ㆍ최동현ㆍ임명진, 『판소리 단가』, 민속원, 2003.
단가 초한가는 20세기 전반에 걸쳐 많은 인기를 얻은 단가로 여러 창자의 음원이 전하고 있다. 특히 초한가의 노랫말은 일반적인 단가와 다르게 영웅서사시를 노래하는 특징을 보인다.
뿌리깊은나무 편, 『판소리 다섯 마당』, 한국브리태니커회사, 1982. 정양ㆍ최동현ㆍ임명진, 『판소리 단가』, 민속원, 2003. 최동현, 『판소리란 무엇인가』, 도서출판 에디터, 1994. 유성실, 「단가 초한가 연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학위논문, 2016.
서정민(徐玎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