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폭포(朴淵瀑布)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부르며, 경기와 서도 지역의 음악적 특징이 모두 나타나는 민요.
개성난봉가는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반경토리(베틀가조)로 부르며, 일련의 난봉가가 그렇듯 입타령(口音)으로 시작하여 ‘내 사랑아’로 끝나는 후렴구를 갖는다. 서도소리의 영향을 받아 기음(基音)에서 완전5도 위의 음을 깊게 떠는 서도의 요성이 가미되기도 한다.
‘개성난봉가’는 그 곡명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개성에 전승 기반을 둔 노래이며, 황해도지방에서 주로 불리는 <난봉가> 계통에 해당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한편으로는 개성을 중심으로 불리던 토속민요가 전문예능인들에 의해 통속화되어 경서도민요의 하나로 자리잡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으며, 노래의 첫 소절을 따서 <박연폭포>라고도 불린다.
○ 연행시기 및 장소 20세기 초반에 경서도 소리꾼들이 사설극장, 기생조합, 경성방송국 등에서 개성난봉가를 포함한 일련의 난봉가를 즐겨 불렀다. 백운선(白雲仙, 1899~?), 표연월(表蓮月, ?~?), 김난홍(金蘭紅, ?~?) 등 서울과 평양 등지의 기생들이 음반을 남겼으며, 이상준의 조선속곡집(朝鮮俗曲集)(1913)과 정재호의 한국속가전집 제3~5권(1916~1928)에서 개성난봉가의 악보와 노랫말이 확인된다. ○ 음악적 특징 개성난봉가는 4/박자인 굿거리장단에 얹어 부르며, 일자다음식(一字多音式) 위주의 붙임새를 보인다. 오늘날은 경기소리 전문가와 서도소리 전문가가 모두 대부분 반경토리(베틀가조)로 부르는데, 20세기 초 평양 출신의 창자들은 수심가토리(수심가조)로 부르기도 했다 한다. 김영운(2004), 127쪽. 반경토리(베틀가조)의 음계는 라(la)-도(do´)-레(re´)-미(mi´)-솔(sol´)이고, 핵음(핵이 되는 음)은 라(la)와 미(mi´)로 이 중 대체로 라(la)로 종지한다. 개성난봉가의 종지음 또한 라(la)이며, 선율에서 5개의 구성음을 고루 사용한다. 선율은 순차 위주로 진행되며, 일반적으로 시김새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김정희(2016), 31~34쪽. 그러나 개성난봉가를 경기소리 전문가가 부를 때, 핵음 미(mi´)를 아래로 깊게 떠는 서도 특유의 요성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개성난봉가가 대표적 서도민요의 하나인 난봉가에서 비롯된 만큼, 서도의 영향을 받은 결과로 볼 수 있다. 개성난봉가의 선율은 라(la)・도(do´)・미(mi´)의 세 음이 골격을 이루며, 본절과 후렴은 모두 고음역에서 속하는 미(mi´)에서 시작하여 질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음계의 최저음인 라(la)보다 낮은 미(mi)를 쓰기도 하여 음역이 아래로 확장되는 경우도 있다.
○ 형식과 구성개성난봉가는 후렴이 있는 유절형식이며, 독창으로 부르는 본절 부분과 합창으로 부르는 후렴으로 이루어져 있다. 후렴과 본절은 각 네 장단으로 구성되며, 대체로 장구 장단에 맞추어 여럿이 입창으로 부르며, 선율악기를 추가하여 실내악 편성의 반주가 수반되기도 한다. 실내악 편성의 반주악기로는 가야금, 피리, 대금, 해금, 장구 등이 쓰인다.
“박연폭포”로 시작한 개성난봉가의 노랫말은 이백(李白, 701~762)의 시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 김삿갓(金삿갓, 1807~1863)과 공허(空虛) 스님이 금강산에서 주고받았다는 한시 등에서 따온 내용을 포함한다. 대체로 사랑, 풍광, 삶의 덧없음 등을 노래한다. “슬슬동풍(瑟瑟東風)에 궂은비 오고”는 〈난봉가〉에도 나오는 노랫말이다. 박연폭포 / 흘러가는 물은 / 범사정(泛槎亭)으로 / 감돌아든다 (후렴) 에 에헤야 / 에 에루화 좋고 좋다 / 어러험마 디여라 / 내 사랑아 박연폭포가 / 제 아무리 깊다 해도 / 우리나 양인의 / 정만 못하리라 삼십장(三十丈) 단애(斷崖)에서 / 비류(飛流)가 직하(直下)하니 / 박연(朴淵)이 되어서 / 범사정(泛槎亭)을 감도네 월백설백 / 천지백(月白雪白天地白)하니 / 산심야심(山深夜深)이 / 객수심(客愁深)이로구나 천기청랑(天氣淸朗)한 / 양춘가절(陽春佳節)에 / 개성 명승고적을 / 순례하여 보세 범사정(泛槎亭)에 앉아서 / 한 잔을 기울이니 / 단풍든 수목도 / 박연의 정취로다 건곤(乾坤)이 불로 / 월장재(不老月長在)하니 / 적막강산(寂寞江山)이 / 금백년(今百年)이로다 슬슬동풍(瑟瑟東風)에 / 궂은비 오고 / 시화연풍(時和年豊)에 / 임 섞여 노잔다 (후략)
하응백, 『창악집성』, 휴먼앤북스, 2011. 286~287쪽.
개성은 광복 이전까지 경기도에 속해 있었고, 분단과 동시에 남북으로 나뉘었으며, 현재 북한의 ‘개성직할시’는 황해북도의 권역에 속한다. 위로는 황해도, 아래로는 경기도가 맞닿은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두 지역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융합될 수 있는 환경이었으며, 그러한 배경에서 경기민요와 서도민요 양쪽에서 모두 불리는 개성난봉가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개성난봉가는 남과 북, 경기도와 황해도, 경기소리와 서도소리의 음악문화가 이어지는 접점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노래이다. 이로 인해 개성난봉가에는 경기와 서도의 음악적 특징이 모두 나타나는데, 경기민요의 음조직인 반경토리(베틀가조)에 서도의 요성을 추가한 음계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응백, 『창악집성』, 휴먼앤북스, 2011. 김영운, 「20세기 한국민요 변화의 한 양상 -개성난봉가의 경우를 중심으로-」,『한국민요학』15, 2004. 김은희, 「긴 난봉가와 자진 난봉가의 비교연구」, 중앙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6. 김정희, 「토속민요 음조직의 변이 양상」,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6. 마지송, 「이상준(李尙俊)의 『조선속곡집(朝鮮俗曲集)』 연구」, 중앙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8.
김정희(金貞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