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밟이, 뜰밟이, 걸립굿
정월 초부터 대보름을 전후하여 농악대가 지신(地神)에게 고사(告祀)를 올리고 농악기를 울리며 축원을 비는 민속놀이.
마을농악대나 걸립농악대가 마을 자체 내에서, 혹은 인근의 다른 마을이나 그 지역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공연을 나가서 사제자의 역할을 하면서 당산, 공동우물, 개개인의 집을 방문하여 각 장소를 관장하는 지신(地神)에게 수복강녕(壽福康寧)을 비는 축원형태의 농악공연을 하고 일정하게 약속된 대가를 받는 행위이다.
지신밟기가 마을 공동체에서 세시풍속으로 자리 잡은 시기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상당히 오래전부터 행해진 것으로 짐작되며 고려 이후 《나례(儺禮)》 등 궁중이나 민가에서 행해지던 구나의식(驅儺儀式)이 있었으며 성현(成俔)의 『용재총화(慵齋叢話)』에는 조선시대 민간에서 행하였다는 나례를 행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1930년대의 조선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조선의 연중행사(朝鮮の年中行事)』에도 지신밟기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 나타난다. 본시 걸립(乞粒)ㆍ걸량(乞糧)ㆍ걸공(乞供)ㆍ걸궁(乞窮) 등은 민가를 순회하며 곡식이나 재물을 걷는 행위를 지칭하는 말로 무당ㆍ승려ㆍ유랑광대 등의 〈집돌이굿〉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러한 걸립행위를 농악에 접목시켜 농악을 통한 걸립행위를 하는 지신밟기가 형성되었다.
지신밟기는 마을의 수호신에게 예를 올리는 〈당산굿〉으로 시작하여 마을 주민들이 공용으로 하는 공동우물에서 하는 〈마을샘굿〉을 한 후에 주민들 각각의 집을 방문한다. 농악대는 각 가정을 방문하여 《고사소리》를 하고 〈마당굿〉과 재담으로 놀이판을 벌인다. 이들을 맞이하는 가정에서는 쌀이나 금전을 답례로 준비하고 술과 안주를 대접한다. 지신은 집터와 가정을 지켜주는 신인데, 대문, 마당, 장독대, 곳간, 부엌, 대청마루, 안방 등의 공간을 지켜주는 신이 따로 있다고 여긴다. 지신밟기는 땅을 밟으면서 잡신을 쫓고 복을 부르는 내용의 덕담과 노래로 하는 의례와 그리고 각각의 신을 위로하려는 뜻으로 하는 농악대의 공연으로 구성된다. 지신밟기의 사설은 고사(告祀)소리와 〈샘굿〉, 〈문굿〉, 〈조왕굿〉, 〈철룡굿〉 등 〈집돌이굿〉을 할 때 외치는 주술적 사설, 《두레농악》의 노동요에서 유래한 《판굿》의 〈노래굿〉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술굿〉, 〈샘굿〉, 〈문굿〉, 〈조왕굿〉, 〈장독굿〉, 〈곳간굿〉 등 지신밟기의 〈집돌이굿〉에는 각각 주술적 사설이 있다. 남원농악을 예로 들면 〈술굿〉의 사설은 “어서 치고 술 먹세 두부국에 김 나네”, 〈샘굿〉의 사설은 “여기 샘물 좋은 놈 있네 좋고 좋은 장구수 아들 낳고 딸 낳고 미역국에 밥 말아서 월떡 월떡 잡수세”, 조왕굿 사설은 “잡귀 잡신은 쳐내고 명과 복만 쳐들이세”, 장독굿 사설은 “쥐 들어간다 쥐 들어간다 장독대에 쥐 들어간다”, 〈곳간굿〉 사설은 “앞을 보니 천석꾼 뒤를 보니 만석꾼” 등이다. 〈집돌이굿〉의 사설은 단순하고 소박하며 제액초복((除厄招福)의 염원을 담고 있다. 지신밟기에서 집돌이를 마치면 대청마루 앞에서 소반에 쌀, 북어, 명주실 등을 놓고 집안의 평안과 부귀를 기원하는 《고사소리》를 부른다. 《고사소리》는 지신밟기를 할 때 부르는 〈의식요〉(儀式謠)이며 오랜 세월에 거쳐 전승되고 변형되고 선택된 집단적 창작물이다. 《고사소리》는 집안의 각 장소에서 불리는 소리들 중 가장 풍부한 내용 및 양상을 보이는데 대체적으로 크게 절 걸립패계통, 성주굿계통, 광대고사소리계통의 세 가지로 분류된다. 절 걸립패계통의 《고사소리》인 〈고사염불〉은 서(序살)-직성(直星)풀이-살풀이-삼재(三災)풀이-과거풀이-달풀이-농사풀이 등으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성주굿계통의 《고사소리》는 《무가》의 〈성주굿〉 사설의 영향을 받아 가정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관장하는 가옥신인 성주신에 기원하는 것으로 가내평안, 농사의 풍년기원과 감사의 표시, 부귀, 번영, 무병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광대고사소리계통 《고사소리》는 충남과 호남 일대에 분포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계통의 《고사소리》는 〈천지생성내력〉, 〈산세풀이〉, 〈집터축원〉, 〈부귀기원〉, 〈액막이〉 등이 포함된다.
○ 연행 시기와 장소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지신밟기를 하는 시기는 대개 정월 대보름 전후에 집중되어 있다. 이 시기는 농한기이고 새해를 맞이하여 제액초복(除厄招福)의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장소는 마을의 당산과, 공동우물, 가가호호에서 이루어진다.
이 역시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는 다음과 같은 절차로 구성되어 있다. 들당산굿 → 마을샘굿 → 집안굿(문굿 → 마당굿 → 조왕굿 → 장독굿 → 곳간굿 → 집안샘굿 → 고사소리 → 술굿 → 인사굿) 〈들당산굿〉은 걸립나간 마을 입구에서 문굿을 쳐서 출입을 허락받은 다음에 그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전인 마을 당산에 가서 치는 제의적인 굿이다. 〈마을샘굿〉은 〈들당산굿〉을 치고 마을로 들어와 먼저 마을 공동우물에 가서 〈마을샘굿〉을 치고, 각 집집마다 들려서 《집안굿》을 치는데, 그 순서는 먼저 집 대문 앞에 이르러 〈문굿〉을 치고, 집안으로 들어가 〈마당굿〉을 치고, 집 마루 앞에서 〈인사굿〉을 치고, 마루에서 〈성주굿〉을 치고, 부엌으로 들어가 〈조왕굿〉을 치고, 집 뒤란으로 돌아 들어가 〈장독굿〉을 치고, 뒤란을 돌아 나와 〈곳간굿〉을 치고, 마당가 우물에서 〈집안샘굿〉을 친 다음, 마당에서 간단한 〈집안 마당굿〉을 치면서 그 집에서 주는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은 다음, 굿을 맺어 〈인사굿〉을 치고 다시 〈길굿〉을 잡고 나온다. 이와 같은 집안굿을 집집마다 준 다음 지신밟기를 마친다.
지신밟기는 《고사소리》와 농악공연을 통하여 지신을 진정시킴으로써 마을과 가정의 평안을 빌며 마을과 각 집을 축제적 공간이 되게 한다는데 목적이 있으며, 공동체에 전승되는 의례와 연희를 매년 반복함으로써 마을의 연희전통을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또한 같은 내용을 마을의 가가호호에서 연희함으로써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마을 사람들 사이에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된다. 또한 각 가정에서 내어 놓은 쌀이나 돈은 공동체의 활동비를 분담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보다 많은 집을 방문하도록 순서를 짠다.
남사당놀이: 국가무형문화재(2009) 진주삼천포농악: 국가무형문화재(1985) 평택농악: 국가무형문화재(1985) 이리농악: 국가무형문화재(1985) 강릉농악: 국가무형문화재(1985) 임실필봉농악: 국가무형문화재(1988) 구례잔수농악: 국가무형문화재(2010) 김천금릉빗내농악: 국가무형문화재(2019) 남원농악: 국가무형문화재(2019)
김정헌, 『남원농악』, 민속원, 2014. 김용덕, 『한국민속문화대사전』, 창솔, 2004 박전열, 「동제에 있어서 걸립의 문제」, 『한국민속학』 34, 2001.
김정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