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절가(四節歌), 사철가, 길타령
풍년을 맞이한 기쁨을 흥겹게 표현한 경기민요
풍년가는 선소리패의 <길타령>에서 비롯되어 20세기 전반에 지금의 풍년가와 같은 가사로 바뀐 후 경기민요의 하나로 자리하였다. 노랫말은 풍년을 기뻐하며 사철의 놀이를 기약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여유 있고 흥청거리는 느낌으로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부른다.
풍년가는 19세기 말 경기도에서 활동하던 선소리패의 길타령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1949년 출판된 『조선의 민요』에 풍년가의 사설이 실려 있고, 이 노래가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 선소리패에서 처음 생겨났다는 기록이 있다. 선소리패가 처음 부르던 노래는 “세(細)모래 사장(沙場) 금(金)자라 거름으로 넙죽넙죽 걸어 행똥그려 거러간다.”라는 가사로 ‘길타령’이라 하였다. 후렴에서 “춘삼월에 화류(花柳)”, “하사월에 관등(觀燈)”, “구시월에 단풍(丹楓)”, “동섯달에 설경(雪景)놀이” 등 사철에 이루어지는 놀이를 기약하고 있어서 사절가 혹은 사철가로도 불렸다.
○ 역사 변천 과정 지금의 풍년가 가사와 선율은 1936년 구재회(具載會)와 김능사(金綾史)가 녹음한 사철가에 보인다. 일제강점기에는 선율과 가사가 다른 여러 종의 풍년가 음반이 녹음되었다. 1920년대부터 현재와 같은 풍년가 가사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데, 구재회‧김능사의 사철가나 정금도(콜럼비아)가 부른 풍년가는 현재의 가사와 동일하다. 반면에 고마부(高馬夫) 작사, 임명학(高馬夫) 작곡, 이규남(李圭南)이 부른 신민요 풍년가는 새롭게 작곡한 다른 노래이다. 풍년가는 사철가 혹은 사절가 등으로 불리다가 1950년대 이후 경기민요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 음악적 특징 풍년가 음계는 ‘솔(sol)-라(la)-도(do′)-레(re′)-미(mi′)’의 ‘솔음계(sol)’이며, ‘도(do′)’로 끝마치고 있어서 〈아리랑〉과 같은 신경토리의 특징을 보인다. ‘도(do′)-레(re′)-도(do′)-라(la)-솔(sol)’로 순차 하행하는 선율이 자주 쓰인다. 3소박 4박자의 굿거리장단이며, 여유 있는 속도를 유지한다. ○ 형식과 구성 풍년가는 동일한 선율이 반복되며 가사만 바뀌는 유절형식이다. 절과 후렴이 각 네 장단씩으로 동일하게 이루어져 있다.
노랫말은 풍년을 기뻐하며 농사에 힘쓰자는 내용이다. 후렴에서 전반부 가사는 동일하나 후반부는 “춘삼월에 화류(花柳)”, “하사월에 관등(觀燈)”, “오뉴월에 벚꽃”, “구시월에 단풍(丹楓)”, “동지섣달에 설경(雪景)”으로 매 절에서 사철에 이루어지는 놀이를 계속 바꾸어 기약한다. 1. 풍년이 왔네 풍년이 왔네 / 금수강산으로 풍년이 왔네 지화자 좋다 얼씨구나 좀도 좋다 / 명년 춘삼월에 화류놀이 가자 2. 올해도 풍년 내년에도 풍년 / 연년 연년이 풍년이로구나 지화자 좋다 얼씨구나 좀도 좋다 / 명년 하사월에 관등놀이 가자 3. 천하지대본은 농사밖에 또 있는가 / 놀지 말고서 농사에 힘씁시다 지화자 좋다 얼씨구나 좀다 좋다 / 명년 오뉴월에 벚꽃놀이를 가자 4. 저 건너 김 풍헌 거동을 보아라 / 노적가리 쳐다보며 춤만 덩실 춘다 지화자 좋다 얼씨구나 좀도 좋다 / 명년 구시월에 단풍놀이를 가자 5. 함녕전 넓은 뜰 씨암탉 걸음으로 / 아장 아장 걸어 광한루로 가자 지화자 좋다 얼씨구나 좀도 좋다 / 명년 동지섣달에 설경놀이를 가자
(Victor KJ1061-A 사철가)
풍년가는 경기민요 어법을 기초로 마지막에 ‘도(do′)’로 종지하는 신민요의 특징을 보여준다. 노랫말에서는 후렴에 각 월에 행해지는 놀이를 차례로 노래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19세기 말 선소리패의 길타령에서 현재로 전승되는 과정에 여러 변화를 겪었으나 놀이를 하러 가자고 권유하는 후렴의 가사는 꾸준히 유지되었다.
성경린·장사훈, 『조선의 민요』, 국제음악문화사, 1949. 이창배, 『한국가창대계』, 홍인문화사, 1976.김인숙, 「경서도 길소리의 전승과 의의 -길군악과 풍년가를 중심으로-」, 『한국민요학』 51, 2017.
김은자(金恩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