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랑타령(漁郎打令)
신문물이 유입되는 개화기의 시대상과 정서를 담고 있는 함경도 민요
신고산타령은 함경도 지역에서 널리 불린 어랑타령에서 분화된 곡으로 신문물이 유입되는 시대적 정황을 반영하여 삶의 애환과 그리움 등을 노래하였다. 경기민요의 명창들이 노래하면서 함경도의 메나리토리에 경기민요 어법인 경토리가 함께 나타난다.
신고산타령은 어랑타령이라고도 한다. 신고산타령의 노래 제목은 “신고산이 우루루”로 시작하는 노래 첫 소절에서, 어랑타령은 “어랑어랑 어허야”로 시작하는 후렴에서 따온 곡명이다. 함경도 지역에서 어랑타령이 널리 불렸는데, 개화기의 시대상이 반영된 노랫말에 어랑타령의 후렴이 붙어 신고산타령으로 분화되었다고 한다. 1914년 서울에서 함경도 원산을 잇는 경원선(京元線) 철도가 개통되면서, 함경남도 안변군(현재는 강원도로 변경)에 있는 고산 근처에 신고산역(新高山驛)이 생겼고, 이에 기존의 고산은 구(舊)고산으로 역 부근을 신고산으로 칭했다고 한다. 신고산타령은 1920년대에 음반이 제작되고 가집에 노랫말이 실리기 때문에 이 시기부터 널리 불린 정황을 알 수 있다.
○ 역사 변천 과정 신고산타령은 1925년 일본축음기상회에서 최섬홍과 이진봉에 의해 처음으로 음반 녹음이 이루어졌다. 이 노래 제목은 ‘신고산이 우루루’하는 노랫말에서 착안한 것으로 일본축음기상회의 일축조선소리반 발매 이후 1931~1939년까지 신고산타령 혹은 본조신고산타령 등의 곡명으로 다수의 음반이 발매되었다. 주로 경기민요의 명창들에 의해 연행되었으며, 이금옥, 박월정, 김인숙, 이영산홍, 김옥엽, 김부용, 김순홍, 이옥화, 이금선, 한성기, 장일타홍, 박부용, 홍소월, 곽산월, 곽명월, 이화자, 김난홍 등 많은 가수가 신고산타령을 노래하였으며, 경기민요 명창들도 신고산타령을 불렀다. ○ 음악적 특징 신고산타령의 음계는 ‘미(mi)-솔(sol)-라(la)-도(do´)-레(re´)’의 5음 음계이며, 종지음은 라(la)로 선율 진행에서는 메나리토리와 경토리의 특징이 함께 나타난다. 최저음인 미(mi)에서 상행할 때는 미(mi)-라(la)로 진행하나 하행할 때는 라(la)-솔(sol)-미(mi)로 솔(sol)을 경과음처럼 사용하여 메나리토리의 특징이 확인된다. 또한, 순차적으로 상행하거나 하행하는 선율 또는 절과 후렴의 종지구가 레(re)-도(do)-라(la)로 진행되어 라(la)로 끝을 맺고 있다. 이처럼 신고산타령은 반경토리 특징이 함께 나타난다. 매 절의 시작을 높게 질러내다가 점차 하행하는 선율이다. 장단은 조금 빠른 4박자로 자진타령(볶는타령)장단에 맞추어 부른다. 노랫말은 3소박 4박자()나 2소박 6박자(♩♩♩♩♩♩)로 붙여 나가며 헤미올라 리듬을 자주 사용한다. ○ 형식과 구성 신고산타령은 절과 후렴으로 구성된 유절형식이다. 절은 가창자에 따라 4~5장단으로 유동적이며 후렴은 4장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고산타령의 노랫말은 가창자나 기록매체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노랫말의 내용은 개화기 신문물의 유입에 따른 삶의 변화와 애환, 임에 대한 사무치는 정 등을 담고 있다. (후렴) 어랑어랑 어허야 어허야 더야 내 사랑아 1. 신고산이 우르르 함흥 차 가는 소리에 구고산 큰애기 반봇짐만 싼다 2. 공산야월 두견이는 피나게 슬피 울고 강심江心에 어린 달빛 쓸쓸히 비쳐 있네 3. 가을바람 소슬하니 낙엽이 우수수 지고요, 귀뚜라미 슬피 울어 남은 간장 다 썩이네 4. 백두산 명물은 들쭉 열매인데 압록강 굽이굽이 이천 리를 흐르네 5. 구부러진 노송(老松)은 바람에 건들거리고, 허공 중천 뜬 달은 사해를 비춰 주누나 6. 휘늘어진 낙락장송 휘어 덥석 잡고요, 애닯은 이내 진정 하소연이나 할 거나 7. 삼수갑산 머루 다래는 얼크러 설크러 졌는데, 나는 언제 임을 만나 얼크러 설크러 지느니
이창배, 『한국가창대계』, 홍인문화사, 1976. 839-840쪽.
신고산타령은 〈궁초댕기〉, 〈애원성〉과 함께 함경도를 대표하는 민요이다. 신고산타령의 노랫말에는 신고산과 구고산(舊高山)을 비롯한 함경도의 여러 지명과 개화기의 신문물이 등장하고 있어서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한 함경도 사람들의 정서가 담겨있다. 또한 동부민요 어법인 메나리토리 특징을 보이면서 경기지역의 음악적 특징도 함께 나타난다. 신고산타령은 신문물이 유입되면서 삶과 가치관의 변화를 겪는 근대의 시대상을 보여주고 음악적으로도 문화 접변 양상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창배, 『한국가창대계』, 홍인문화사, 1976. 장사훈, 『국악개요』, 정연사, 1961. 강등학, 「어랑타령과 아라리의 비교 연구」, 『한국민요학』 3, 1995. 중국조선어문 편집부, 「[백과지식] 민요 〈신고산타령〉」, 『중국조선어문』 4, 1994.
김은자(金恩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