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황후사친가(沈皇后思親歌)>, <황후자탄(皇后咨歎)>, <심황후 자탄가(咨歎哥)>, <추월(秋月)은 만정(滿庭)허여>
《심청가》 중 추월만정은 부친 눈을 띄우려고 남경장사 선인들에게 팔려 인당수에 빠졌다가 환생해 황후가 된 심청이가 부친을 그리워하며 눈물짓는 대목
부친 눈을 띄우려고 남경장사 선인들에게 팔려 인당수에 빠져 죽은 심청이는 옥황상제의 은덕으로 환생하게 된다. 《심청가》 중 추월만정은 죽었다가 살아온 심청이가 사별한 천자를 만나 황후가 되어 태평성대로 세월을 보내면서도 홀로 남은 부친을 염려하고 걱정하는 마음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대목이다.
《심청가》 중 추월만정 대목은 황후가 된 심청이 홀로 남은 부친을 애타게 그리워하며 한탄한다는 의미를 담아 〈심황후사친가〉ㆍ〈황후자탄〉ㆍ〈심황후 자탄가〉 등의 명칭으로도 불린다. 또한 사설의 첫 소절인 ‘추월은 만정허여’를 인용해 대목의 명칭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추월만정의 초기 사설은 단지 홀로 남은 부친을 걱정하는 단순한 내용이었다. 이후에 편지 관련 사설이 추가되면서 추월만정 대목의 기반이 마련된다. 19세기 후기에는 사설이 크게 확대되고 편지 관련 내용이 보다 구체화되었으나 현전하는 추월만정은 편지의 구체적 내용은 삭제되고 간략하게 불리고 있다.
○ 역사적 변천 과정 《심청가》 중 추월만정의 사설은 초기본으로 간주되는 『박순호 소장 낙장 27장본』에 늙고 안맹한 부친을 걱정하는 소박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박순호 소장 48장본(동국심청전)』에는“명월리 말 못하야 쇼식 전키 난감하고 상임 안족 안이어던 편지 전키 어렵도다”의 사설이 추가되면서 대목 형성의 기반이 마련된다. 신재효(申在孝, 1812~1884)는 추월만정의 사설 내용을 확대하고 비장미를 강화했다. 19세기 후기 추월만정의 사설을 담고 있는 『완판 71장본』·『송동본』ㆍ『하바드대본』ㆍ『정명기 소장 43장본』에서는 추월만정의 사설이 보다 세련되게 정리된다. 그러나 현재는 편지의 장황한 내용은 삭제되고 간략하게 불리고 있다. 이러한 사설의 간략화는 1920년대 유성기음반이 발매되어 당대 명창이었던 이화중선(李花中仙, 1899~1943)을 비롯한 여러 명창이 추월만정을 취입하면서 유성기음반 녹음의 시간적 제약에 따라 축소해 부른 계기가 후대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편지를 중심으로 한 유파별 사설의 전체적인 맥락은 대부분 유사하지만 김연수(金演洙, 1907~1974)가 창시한 동초제는 불심과 부친에 대한 근심 등의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 사설을 확대해 부르고 있다.
○ 음악적 특징 현전하는 추월만정은 진양조장단에 계면조로 부른다. 사설 붙임은 사설이 원박과 맞아떨어지는 ‘대마디대장단’을 기본으로 유파에 따라 사설과 박자가 한 장단에 떨어지지 않는 ‘엇불임’의 형태가 나타나기도 한다. 서편제 《심청가》 중 장월중선(張月中仙, 1925~1998)과 동초제 《심청가》 중 오정숙(吳貞淑, 1935~2008)이 부르는 추월만정 대목은 격정적인 기교와 꺾는 음을 다양하게 활용해 극도의 슬픈 정서를 가감없이 표현한다. 그러나 강산제 《심청가》 중 정권진(鄭權鎭, 1927~1986)의 추월만정은 이와 달리 오히려 감정을 절제하고 농현을 깊고 차분하게 사용함으로써 슬픈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이처럼 추월만정 대목은 심청이의 부친을 그리워하는 애절한 모습이 유파별로 서로 다른 음악적 해석에 의해 불리어지고 있다.
[진양조] 추월(秋月)은 만정(滿庭)허여 산호주렴(珠簾) 비쳐들제 청천으 외기러기는 월하에 높이 떠서 뚜루루루루 낄룩 울음을 울고 가니 심황후 반기 듣고 기러기 불러 말을 헌다 오느냐 저 기럭아 소중랑(蘇中郞) 북해상에 편지 전턴 기러기냐 도화동을 가거들랑 불쌍한 우리 부친전에 편지 일장 전하여라 편지를 쓰랴헐제 한 자 쓰고 눈물짓고 두자 쓰고 한숨쉬니 눈물이 떨어져서 글자가 수묵(水墨)이 되니 언어가 도착(倒錯)이로구나 편지 접어 손에 들고 문을 열고 나가보니 기러기는 간 곳 없고 창망헌 구름 밖에 별과 달만 뚜렷이 밝았구나
성우향 판소리 연구회, 『(성우향 창본) 강산제 심청가』 , 학림사, 1995.
부친을 향한 심청의 애타는 그리움을 표현한 추월만정 대목은 “오느냐 저 기러기야, 소중랑 북해상에 편지 전턴 기러기냐”, “한자 쓰고 눈물짓고 두자 쓰고 한숨 쉬니 글자가 모두 수묵이 되니”와 같은 시조의 어구를 적절히 인용해 심청이의 심경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지고 환생해 황후가 되는 이야기의 급변했던 상황을 정리하며 느린 진양조장단의 계면조로 차분하게 부르는 추월만정은 이어질 《심청가》 후반부의 시작을 알리는 도입부로서의 역할을 하는 대목이라 하겠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권하경, 「심청가 진계면조에 관한 연구 -〈서편제〉ㆍ〈강산제〉ㆍ〈동초제〉의 진양장단 대목을 중심으로-」, 이화여자대학교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0. 김미나, 「동초제 《심청가》의 음악적 특성 연구 -강산제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단국대학교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2. 김석배, 「심청가의 지평 전환 양상」, 『판소리연구』 27, 판소리학회, 2009. 이유진, 「판소리의 시조 수용에 관한 연구」, 『판소리연구』 29, 판소리학회, 2010. 전영주, 「판소리 유행대목의 가요화 양상과 그 의미 -<쑥대머리>, 추월만정, <군사설움타령>의 시적 구조를 중심으로」,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47, 한국문학이론과 비평학회, 2010.
김민수(金珉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