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 오봉산에 올라 산세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경기 통속민요
오봉산타령은 봄날 오봉산에 올라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한 느낌과 임 만나기를 기원하는 심정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경기도의 통속민요이다. 이 곡은 ‘라(la)-도′(do′)-레′(re′)-미′(mi′)-솔′(sol′)’의 다섯 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라(la)’로 종지하는 반경토리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장단은 3소박4박의 굿거리장단이며, 다른 경기민요에 비하여 경쾌하고 명랑한 노래이다.
오봉산타령에 대한 유래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유성기음반의 오봉산타령은 1936년 8월에서 10월 사이에 발매된 MillionCM808-A면에 이영산홍(李暎山紅, 1901~?)과 고일심(高一心)이 밀리온선양악단의 반주에 맞추어 녹음한 것, 그리고 Korai(고려레코드)CM808-A면에 Million레코드와 동일한 반주악단의 연주에 동일한 창자가 노래한 것이 보인다. Million레코드에서 발매한 20매는 Korai(고려레코드)로 재발매 되었으며, Korai(고려레코드)는 Million레코드의 후속레이블이다. 따라서 오봉산타령은 1930년대 유성기음반에 처음 녹음된 점으로 보아 20세기 전반기에 형성된 신민요일 가능성이 크다.
오봉산타령은 화창한 봄날 오봉산에 올라 산천경계를 감상하면서 느낀 감정을 노랫말로 사용하여 경기도 음악어법에 얹어 부르는 통속민요 중의 하나이다. 오봉산타령이라는 악곡명은 전통음악의 성악곡에서의 노래 제목 붙이는 방법과 동일한 것으로, 악곡의 시작 가사가 ‘오봉산’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오봉산’이라 함은 어느 곳에 위치한 산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오봉산’이란 다섯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을 가리키는 것으로 경기도 광주시를 비롯하여 경기도 용인시·강원도 춘천시·경상남도 양산시·세종시의 조치원읍·인천시의 논현동 등을 비롯하여 북한지역 강원도 회양군과 통천군에도 있기 때문에, 정확히 어느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오봉산타령의 노랫말은 전체 9절로 구성되어 있으며, “에헤요 어허야 영산홍록의 봄바람”이라는 후렴구가 각 절 뒤에 붙는다. 전체 9절의 노랫말 중 처음에는 나무와 숲, 또는 꽃과 구름 등의 자연의 경치를 주제로 하고 있지만, 뒷부분으로 갈수록 자신의 외로움 심정을 나타내며 임이 생겼으면 하는 내용으로 변화한다. 통속민요의 노랫말이 주로 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하듯이 오봉산타령에서도 이러한 점을 엿볼 수 있다. 이 곡은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노래하며, 각 절의 사설은 네 장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후렴은 두 장단으로 이루어진다. 구성음은 ‘라(la)-도′(do′)-레′(re′)-미′(mi′)-솔′(sol′)’의 5음이며, 이 음들 중 생략되는 음이 없으며, 특별히 한 음만 요성하지는 않는다. 또한 선율은 순차진행하고 있으며, 후렴구의 마무리는 ‘도′(do′)-레′(re′)-도′(do′)-(미(mi))-라(la)’로 하행하면서 음계의 제일 아래음인 ‘라(la)’로 끝을 맺고 있어 경기민요 어법 중 반경토리에 해당한다. 그러나 후렴구 시작 부분의 ‘에헤요’의 선율에서 ‘라(la)-솔(sol)-미(mi)-라(la)’의 진행이나 그 다음 ‘어허야’나 후렴의 마지막이나 각 구의 끝 부분에서 ‘레′(re′)-도′(do′)-라(la)’의 진행에서는 동부 지역 음악어법인 메나리토리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민요에서는 본 절의 선율과 후렴의 선율이 일반적으로 다르게 짜여 있는데, 오봉산타령의 경우는 본 절과 후렴의 선율이 같다. 오봉산타령 외에 경기민요 중 〈양류가〉도 이와 유사하게 구성되어 있는 바, 두 노래는 같은 계열의 노래로 볼 수 있다.
(후렴) 에헤요 어허야 영산 홍록(暎山紅綠)의 봄바람 1. 오봉산(五峯山) 꼭대기 에루화 돌배나무는/가지가지 꺾어도 에루화 모양만 나누나 2. 오봉산 제일봉에 백학(白鶴)이 춤추고/단풍진 숲속엔 새 울음도 처량타 3. 그윽한 준봉(峻峰)에 한 떨기 핀 꽃은/바람에 휘날려 에루화 간들거리네 4. 오봉산 꼭대기 채색(彩色) 구름이 뭉게뭉게/만학(萬壑)의 연무(煙霧)는 에루화 아롱아롱 5. 오봉산 꼭대기 홀로 섰는 노송(老松) 남근/광풍(狂風)을 못 이겨 에루화 반(半)춤만 춘다 6. 바람아 불어라 에루화 구름아 일어라/부평초(浮萍草) 이내 몸 끝없이 한(限)없이 가잔다 7. 오봉산 기슭에 아름다운 꽃들은/방실방실 웃으며 이 봄을 즐겨 주노라 8. 오봉산 말께다 국사당(國師堂) 짓고/임 생겨지라고 노구메 정성을 드리네 9. 오봉산 골짜기 졸졸 흐르는 시냇물/꽃 피고 새 울어 심신이 쇄락(灑落)해지누나
오봉산타령은 다른 민요들에 비하여 비교적 짧은 본 절의 가사와 후렴으로 이루어진 유절형식의 악곡이다. 또한 본 절과 후렴의 선율이 같아 다른 민요에 비하여 대중들이 배웠을 때 쉽게 부를 수 있는 민요이지만, 음악적 구성으로 본다면 매우 단순한 구조를 지닌 노래이다. 여타의 경기민요와 같이 비교적 빠른 속도의 굿거리장단에 맞춰 노래하며, 본 절 노랫말 중간 중간에 ‘에루화’와 같은 입타령이 삽입되어 있어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하고 있어 매우 명랑하고 경쾌한 악곡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한 곡 내에서 경기지역의 반경토리와 동부 지역의 메나리토리의 음악어법이 혼합된 현상이 나타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김기수, 『한국음악』 제7권, 국립국악원, 1971. 이창배, 『한국가창대계』, 홍인문화사, 1976. 임정란 편저, 『경기소리대전집 (下)』, 도서출판 무송, 2001.
이윤정(李侖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