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유람(江山遊覽)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경치를 유람하는 즐거움을 노래하는 내용의 판소리 단가
만고강산이라는 곡명은 노랫말의 첫 부분인 “만고강산 유람할제 삼신산이 어디메뇨” 구절에서 따온 것으로, ‘만고강산(萬古江山)’이란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강과 산(자연)이라는 뜻이다. 판소리를 부르기 전에 목을 가다듬기 위해 부르는 짧은 노래인 단가(短歌) 가운데 한 곡으로, 여느 단가와 마찬가지로 자연에서의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으며, 중모리장단에 우평조로 소리한다.
만고강산은 여타의 단가와 비교하여 그 연원이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세기 전반 녹음된 이화중선, 박녹주, 김추월, 김차돈 등의 SP음반이 전하고, 오늘날에도 활발하게 연행되고 있다.
판소리 단가(短歌)는 판소리를 하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해 하는 비교적 짧은 노래로, 오늘날에는 판소리와 상관없이 독립적인 악곡으로도 부른다.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지 않고 담담하게 노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노랫말의 내용은 대부분 ‘산천경개’, ‘인생무상’ 등으로 되어 있고, 판소리 대목 중 일부의 내용을 차용하는 경우도 있다. 단가 만고강산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자연이 주는 즐거움과 인생을 즐길 것을 권한다. 20세기 전반, 새로운 창작물의 단가 및 다른 단가 혹은 타 장르 성악곡의 노랫말을 차용하여 다양한 변이들이 등장하였으되, 오늘날 주로 불리는 단가는 20여 종에 불가하다. 단가는 본격적인 소리에 앞서 준비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만큼, 보통빠르기의 중모리장단과 우조 및 평조를 사용하여 감정을 격하게 표현하지 않고 점잖게 소리한다. 단가 만고강산 역시 중모리장단과 우평조의 선율로 구성됨으로써, 단가 본연의 특징을 보인다.
만고강산의 노랫말은 한국의 지명과 명승, 특히 강원도 지역의 절경을 나열하며 그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후반부에서는 흐르는 시간을 잡아매고 경치를 즐기며 놀아보자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창자에 따른 큰 변화 없이 대체로 동일한 노랫말로 구성되며, 마지막 종지부에서만 조금씩 변형이 이루어진다. 만고강산(萬古江山) 유람할 제 삼신산(三神山)이 어디메뇨 일봉래(一蓬萊) 이방장(二方丈)과 삼영주(三瀛洲) 이 아니냐. 죽장(竹杖) 짚고 풍월(風月) 실어 봉래산(蓬萊山)을 구경갈 제 경포 동정호 명월(明月)을 구경하고 청간정(淸澗停) 낙산사(洛山寺)와 총석정(叢石亭)을 구경하고 단발령(斷髮令)을 얼른 넘어 봉래산(蓬萊山)을 올라서니 천봉만학(千峰萬壑) 부용(芙蓉)들은 하날 같이 솟아 있고 백절폭포(百折瀑布) 급한 물은 은하수를 기울인 듯 잠든 구름 깨우려고 맑은 안개 잠겼으니 선경(仙境) 일시가 분명쿠나. 때마침 모춘(暮春)이라 붉은 꽃 푸른 잎과 나는 나비 우는 새는 춘광춘색(春光春色)을 자랑한다. 봉래산 좋은 경치 지척(咫尺)의 던져두고 못 본 지가 몇 해런고. 다행히 오늘 날에 만고강산(萬古江山)을 유람헐제 이곳을 당도하니 옛일이 새로워라 어화 세상 벗님네야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웃들 마소 엽진화락(葉盡花落) 뉘 없을까 서산(西山)의 걸린 해는 양류사(楊柳絲)로 잡아매고 동령(東嶺)의 걸린 달은 계수(桂樹)야 머물러라 한없이 놀고 가자 어이하면 잘 놀 소냐 젊어 청춘에 꽃 되게 놀고 거드렁 거리고 지내보자
만고강산을 유람하려고 나섰다가 삼신산(三神山)의 하나인 봉래산에 이르러, 그 절승(絶勝)한 근경(近景)을 그려 보면서 찬탄하는 내용의 단가이다. 일반적으로 단가의 노랫말에는 중국의 지명이나 인물이 열거되는 경우가 많은데, 만고강산은 관동팔경(關東八景) 중에 드는 강릉(江陵)의 경포대(鏡浦臺), 양양(襄陽)의 낙산사(洛山寺), 간성(杆城)의 청간정(淸澗亭) 등 우리나라의 지명과 명승을 언급하고 있다.
서정민, 『오선보로 보는 단가』, 채륜, 2018. 정양ㆍ최동현ㆍ임명진, 『판소리 단가』, 민속원, 2003. 채수정, 『박송희, 박록주 창본집』, 민속원, 2003. 이정화, 「단가 만고강산 연구: 사설과 붙임새를 중심으로」, 한양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9.
신은주(申銀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