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유산가(別 遊山歌), 유산가 별조(遊山歌 別調)
유산가는 삼춘가절(三春佳節)을 맞아 우리나라의 금수강산을 통절형식으로 부른 《12잡가》
유산가는 봄날의 아름다운 산천 모습과 그에 따른 흥취를 4․4조의 가사체로 엮은 것으로 상투적 한자어, 한시 구절 및 중국의 고사가 인용된 부분이 많은 잡가로 조선 말기에 직업적 가객들이 창작, 가창하여 전승한 노래이다. 주로 도시의 유흥 공간에서 불렸으며 사설의 격조로 《12가사》에 버금가는 잡가로 꼽힌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유산가는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전문적인 소리꾼들에 의해 애창되었으며 주로 민간의 유희 장소나 겨울철 파움 등에서 불렀다고 한다. ○ 음악적 특징 유산가의 음계는 ‘레(re)-미(mi)-솔(sol)-라(la)-도(do')-레(re')-미(mi')-솔(sol')’이며 중심음은 라(la)이다. 시김새에 보이는 ‘레(re)-미(mi)-라(la)’, ‘라(la)-미(mi)-라(la)’의 음 진행은 서도 소리에 많이 나오는 선율 진행이다. 유산가는 ‘라(la)-레(re')’의 종지 진행을 하며 특히 마지막 ‘라(la)’를 끌목으로 불러서 서도소리의 영향을 받은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끌목은 끄는 목이라고도 하며 경서도 소리에서 많이 쓰는 창법으로 뒷목으로 음을 윗음을 향해 쿡쿡 치듯이 요성하는 것을 말하며 마치 시조의 전성과도 비슷한 점이 있는 시김새다. 창자의 공력이 돋보이는 시김새로 《12잡가》와 《서도민요》에 많이 쓰인다. 경기소리의 끌목은 서도 소리에서 쓰는 끌목보다 상대적으로 조금 부드럽게 표현되기도 한다. 높은 음역의 소리를 질러 낼 때는 속소리라고도 부르는 속청을 쓰기도 하는데 창자에 따라서 속목이 쉰 경우에는 ‘비청’을 쓰기도 한다. 유산가의 도입 부분 “~ 구경을 가세”는 레(re)로 하행종지 하고 그 외는 모두 라(la)로 상행 종지한다. ○ 형식과 구성 종지음을 중심으로 선율을 구분하면 유산가의 선율은 총 12마루로 나눌 수 있다. 봄날의 아름다운 산의 모습을 노래로 엮은 유산가는 각 마루의 사설 길이가 모두 다르다. 음악적으로도 일정하게 반복되는 선율보다는 다양한 진행의 선율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유산가는 전형적인 통절형식의 미를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잡가는 독창자와 장구 반주만으로 단조롭게 부르기도 하지만, 여러 명의 창자가 함께 부르기도 하고 반주 악기를 사용해서 부르기도 한다. 반주 악기로는 피리, 대금, 해금, 가야금, 장고 등이 사용되며 그 외의 악기를 편성하기도 한다.
화란춘성하고 만화방창이라. 때좋다 벗님네야 산천경개를 구경을 가세 죽장망해 단표자로 천리강산 들어를 가니 만산홍록들은 일년일도 다시피어 춘색을 자랑노라 색색이 붉었는데 창송취죽은 창창울울한데 기화요초 난만중에 꽃 속에 잠든 나비 자취없이 날아난다. 유상앵비는 편편금이요 화간접무는 분분설이라 삼춘가절이 좋을씨고 도화만발점점홍이로구나 어주축수애산춘이라던 무릉도원이 예 아니냐 양류세지사사록하니 황산곡리당춘절에 연명오류가 예 아니냐. 제비는 물을 차고 기러기 무리져서 거지 중천에 높이 떠 두 나래 훨씬 펴 펄펄펄 백운간에 높이 떠서 천리강산 머나먼 길을 어이 갈고 슬피 운다. 원산 첩첩 태산은 주춤하여 기암은 층층 장송은 낙락 에 허리 구부러져 광풍에 흥을 겨워 우줄우줄 춤을 춘다. 층암절벽상에 폭포수는 콸콸 수정렴 드리운 듯 이골물이 주루루룩 저골물이 솰솰 열에 열골물이 한데 합수하여 천방져 지방져 소쿠라져 펑퍼져 넌출지고 방울져 건너 병풍석으로 으르렁 콸콸 흐르는 물결이 은옥같이 흩어지니 소부 허유 문답하던 기산영수가 예 아니냐. 주곡제금은 천고절이오 적다정조는 일년풍이라. 일출낙조가 눈앞에 어려라 경개무궁 좋을시고.
유산가의 구성음은 ‘레(re)-미(mi)-솔(sol)-라(la)-도(do′)-레(re′)-미(mi′)-솔(sol’)’이며 중심음은 라(la′)이다. ‘레(re)-미(mi)-라(la)’, ‘라(la)-미(mi)-라(la)’로 진행되는 선율이 다수 나타나는데, 이는 서도 소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진행이다. 유산가는 도입부분인 “~ 구경을 가세”에서만 레(re)로 하행종지 하고 그 외는 모두 라(la)로 종지한다. 라(la) 음으로 선율을 마칠 때에는 라보다 높은음을 향해 찍듯이 요성하는 시김새가 많이 나타난다. 이는 경서도에서 흔히 사용하는 시김새 중 하나이며, 시조의 전성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유산가의 사설은 봄날의 아름다운 산천 모습과 그에 따른 흥취를 노래하며, 4․4조의 가사체로 되어있다. 상투적 한자어, 한시 구절 및 중국의 고사가 인용된 부분이 많다. 또한, “우줄우줄”, “주루루룩”, “으르렁 콸콸”등의 의성어와 의태어를 적절히 구사하여 순수 국어의 묘미도 살리고 있다. 사설에서는 시각적․청각적 심상을 활용하여 봄의 경치를 감각적으로 표현하였다. 유산가는 사계축(四契軸)에서 유명했던 소리꾼인 박춘경(朴春景)의 곡으로 전하며, 본래의 유산가는 “화란춘성하고∼”의 앞에 더 많은 사설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이 구조(舊調)의 유산가를 박춘경이 고쳐서 현행의 유산가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에 유산가의 발생 연대는 조선후기로 추정된다. 4․4조의 가사체이나 파격이 심하고 하층 노래패에 의해 구비 전승되었다. ‘유산가’는 ‘느린6박장단’으로 모두 81장단이다. ‘유산가’는 전형적인 통절형식의 잡가로 다양한 선율형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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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주(宋銀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