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들이 물질할 때 부력을 얻기 위하여 쓰는 도구로, 물질을 전후하여 놀이판을 벌일 때 손으로 두드리면서 연주하는 타악기
테왁은 본래 박으로 만들던 것이다. 박으로 만든 테왁은 겉은 단단하고 속은 비어 있기에 두드려 소리를 내어 악기처럼 쓸 수도 있었다. 생업 혹은 생활 도구를 악기 대용으로 쓴 사례이다. 뒤에 테왁의 재료가 바뀜에 따라 테왁을 악기로 쓰는 일도 사라졌다.
물질의 내력은 오래되었으니 테왁의 유래도 오래되었으리라 짐작된다. 테왁을 악기처럼 사용한 내력도 오래되었겠으나 구체적인 기록을 찾기는 어렵다. 테왁은 전문적인 악기로 쓰였다기보다 주로 해녀들이 물질 전후에 놀이할 때 악기처럼 썼다. 오늘날 해녀노래를 공연 형식으로 내보일 때 테왁을 악기로 쓰기도 하나 본래의 용도가 악기였던 것은 아니다.
테왁은 어머니로부터 유산처럼 물려받는 생업 도구였다. 물질이라는 생업에 뛰어드는 일이 어려웠던 시절에는 테왁을 마련하는 일도 어려웠다. 해녀는 누구나 자신의 테왁을 마련하고 그것에 의지하여 평생 물질에 나서곤 하였다. 그 테왁이 물질의 고달품을 달래는 도구로도 쓰였다. 그러나 근래 테왁의 재료가 스티로폼으로 바뀌면서 더 이상 악기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해녀들도 노래방 기기를 활용하게 되면서 더 이상 테왁과 같은 단순한 악기에 기대지 않는다. 전통사회에서 테왁이 공연 예술의 악기로 쓰인 사례는 없다. 생업 공간에서 악기처럼 쓰인 사례가 있을 따름이다. 생활 도구를 악기로 활용하는 일은 제주 민간에서 흔한 일이다. 허벅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민간의 쓰임에서 멀어지자 이들을 악기처럼 쓰는 일도 사라졌다. 테왁은 비슷한 사례인 허벅과 견주어도 악기로 쓰기에 제한적인 도구였다. 허벅은 좁은 입구가 있어 이를 손으로 닫고 열고 하면서 소리를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테왁은 트인 데가 없이 전체가 단단한 껍질로 가려진 상태이다. 따라서 연주 방식이 허벅과 다를 수밖에 없다. 테왁은 굿판에서 악기로 사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굿거리니 연행이니 거론할 수 없다. 해녀들이 물질 전후의 놀이에 사용되었을 따름이다. 바닷가에 특별히 마련해 두었던 불턱에서 어쩌다가 얻은 여유 시간을 즐길 때 생업 도구로 필수품이었던 테왁을 악기처럼 활용하곤 하였다. 테왁이 해녀들의 놀이판이 아닌 곳에서 악기로 활용되는 사례는 없었다. 오늘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해녀노래 공연에서는 테왁 공연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전통적인 테왁의 쓰임새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테왁은 자족적인 놀이에는 유용하지만 일반적인 공연에서 악기로 쓰기에는 적절치 않다. 실제로 예나 지금이나 영등굿 혹은 잠수굿의 놀판굿에서 해녀들이 테왁을 들고 나서서 노는 사례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테왁은 생활 도구를 악기로 활용한 사례이다. 이것은 세계 여러 민족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양상 가운데 하나이다. 테왁은 단순한 생업 도구에 그치지 않는 소중한 존재였다. 테왁은 해녀의 생명을 지켜 주었을 뿐 아니라 신명을 지켜 주기도 하였다. 테왁을 치는 데 특별한 기능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일정한 박자나 장단이 정립된 바도 없다. 그저 흐름에 따르기만 하면 되었다. 악기로 쓰기 좋게 하기 위하여 특별한 조치를 취하는 사례도 달리 없었다. 보조 도구도 따로 없었다. 테왁은 해녀들의 자족적인 놀이 도구였을 뿐 본격적인 악기는 아니었다. 영등굿이나 잠수굿에서조차 해녀들이 테왁을 악기로 사용한 사례는 없다. 반면 해녀들이 심방의 무악기를 빌려 쓰는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다. 똑같은 유흥을 위한 상황에서도 해녀들의 선택은 분명히 다르다.
강정식, 『제주굿 이해의 길잡이』, 민속원, 2015. 현용준, 『제주도무속자료사전』, 신구문화사, 1981.
강정식(姜晶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