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물북, 울랑국, 울북
제주도 굿에 사용되는 가장 중요한 무악기(巫樂器)로, 대바구니의 일종인 구덕에 얹고 치는 북
구덕북은 구덕을 받침 삼아 그 위에 올려놓고 치는 북을 이른다. 일반적으로는 그저 북이라고 한다. 무악기인 북은 과거에는 구덕이 아닌 물건에 얹어놓고 치기도 하였다. 제주굿의 전통적인 모양새를 간직한 북을 의미할 때는 연물북이라고도 한다. 북소리의 울림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어 달리 울랑국, 울북이라고도 한다.
북의 역사는 오래되었으나 구덕북이 형태를 갖춘 것은 그다지 오래지 않을 수 있다. 늦은 시기까지 말[斗]을 북 받침으로 삼았다는 증언을 쉽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구덕이든 말이든 생활 도구를 받침으로 삼은 것은 오래되었을 수 있다. 북이 작아 바닥에 두고 치기는 불편하고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장귀가 제주도 굿에 도입되면서 그 기능의 일부를 장귀에게 넘겨주었다.
북은 오래된 악기지만, 제주도에서는 무악기 외로는 쓰임새가 없었다. 심방들 스스로 북을 제작하고 그 기능까지 전승해왔다. 그러다 보니 제주 무속사회의 쓰임새가 두루 반영되었다. 근래에는 본토의 북과 다름없는 모양으로 바뀌고 있다. 구덕북을 직접 제작하는 사례가 드물고 시중에서 구매해서 쓰는 사례가 많다. 이에 따라 북의 크기가 점차 커지고 있고 구덕에 얹기도 부적합해지는 경향이 있다.
북은 굿의 전과정에서 두루 쓰인다. 주로 설쇠(꽹과리), 대양(징)과 함께 굿춤의 반주 악기로 쓰인다. 더러 심방 스스로 노래하면서 반주하는 악기로 쓰기도 한다. 북은 의례와 무관한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더러 글을 쓰기 위한 받침으로 쓰이기도 하고 잠깐 쉬는 동안 잠을 청할 때는 베개로 쓰이기도 한다.
구덕북은 제주굿 무악기 가운데 연주 기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악기이다. 큰심방들 가운데도 구덕북을 온전하게 연주하는 사람이 드물 정도이다. 북 잘 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북만 잘 쳐도 무업으로 생계를 꾸릴 수 있을 정도가 된다. 과거 남자 심방들은 특히 애써 북 연주를 익히려고 하였다. 연습할 때는 북 대신 구덕이나 베개를 이용하였다.
구덕북은 크기가 작은 편이다. 운반하기 편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등짐으로 지고 다녀야 했기 때문에 원형이 아니라 타원형인 북통을 쓰기도 하였다.
북통은 벚나무, 소나무 등을 잘라 안쪽을 파내고 쓴다. 벚나무를 으뜸으로 친다. 가죽은 소가죽을 쓴다. 암소 가죽을 선호한다. 채는 왕대 뿌리 부분을 잘라 만든다. 오죽(烏竹)을 선호한다. 두 채의 무게와 굵기가 조금 다른 것이 보통이다. 오른손으로 잡는 ‘웃채’는 무겁고 왼손으로 잡는 ‘알채’는 가볍다. 북통 양쪽에 가죽을 대고 끈을 교차해 가면서 얽어맨다. 이 끈의 당김 정도 즉, 장력은 북통과 얽어맨 줄 사이에 나무 조각을 끼워 넣어 조정한다. 이 나무 조각을 ‘북말’이라고 한다. 대나무 바구니인 구덕에 세워놓고 친다. 북 받침으로 쓰는 구덕을 흔히 ‘북구덕’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양을 재는 도구인 말[斗]을 놓고 그 위에 북을 올려서 쳤다. 이것 역시 ‘북말’이라고 하였다. 구덕에 놓아서 치는 것이 소리는 더 좋다고 한다. 북구덕이나 북말 안에는 쌀주머니를 놓아 움직임을 막았다. 이를 ‘북마령’이라고 한다.
구덕북은 채를 양 손에 나누어 잡고 친다. 오른손을 위로 하고 왼손을 아래로 한다. 이에 따라 오른쪽 채를 ‘웃채’, 왼쪽 채를 ‘알채’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북의 오른쪽 면만 친다. 무무(巫舞)의 반주와 푸다시 장단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더러 양쪽 면을 치기도 한다. 선앙풀이나 서귀포시 지역에서 일부 본풀이를 구연하는 경우이다.
건조해서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을 때는 가죽에 물을 발라 습도를 조절하기도 한다. 열명지를 쓸 때는 북을 눕혀 받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대개 북은 설쇠, 대양과 함께 무무(巫舞)의 반주에 쓰인다. 본풀이는 대개 장구를 치면서 구연하지만, 서귀포시 지역에서는 북을 치면서 구연하기도 한다.
북은 제주 무악기 가운데 가장 많은 기능을 필요로 하는 악기이다. 북 잘치는 심방이 매우 드물다. 이러한 까닭에 오늘날 이상적인 무악이 연주되는 현장을 찾기 어렵다. 이러한 현상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강정식, 『제주굿 이해의 길잡이』, 민속원, 2015. 현용준, 『제주도무속자료사전』, 신구문화사, 1981.
강정식(姜晶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