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당클굿, 사당클굿, 두일뤠열나흘굿
제주도에서 연행되는 무속 의례의 하나로, 제청의 벽에 당클(신을 모시기 위해 마련한 자리)을 여럿 매달고 마당에 큰대를 세워서 여러 날에 걸쳐 벌이는 굿
제주큰굿은 규모를 갖추어 크게 벌이는 굿을 이른다. 큰굿은 제청의 벽에 당클을 여럿 매달고 마당에 큰대를 세워서 벌인다. 규모를 제대로 따질 때는 여러 가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큰대를 제외한 대표적인 기준은 당클의 수와 소요 기간이다. 당클로는 삼당클, 사당클을 갖춘 굿이다. 곧 당클 셋을 갖추거나 넷을 갖춘 굿이다. 삼당클을 갖춘 굿은 달리 중당클굿, 사당클을 갖춘 굿을 사당클굿이라고 한다. 엄밀하게 사당클굿만 큰굿이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큰굿은 여러 날에 걸쳐 진행하는 굿이다. 큰굿에는 무악기가 모두 동원된다. 제주 굿에서 전승해온 모든 무악이 연행된다. 따라서 전반적인 책임을 맡은 수심방 외에 소미도 5~6명이 함께 참여한다. 밤낮으로 굿을 하되 적게는 5~6일에서 많게는 10일까지 소요되기도 한다. 가장 규모가 큰굿은 흔히 ‘두일뤠열나흘굿’이라고 한다. 밤낮 이레 동안 하는 굿이라는 뜻이다. 큰굿에는 신굿도 있다. 신굿은 일반적인 큰굿보다 규모가 더 크다. 신굿은 심방 집에서 벌이는 굿이다. 신굿에서는 큰굿에 여러 가지 제차가 추가되고 같은 의례가 거듭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차례차례재차례굿’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신굿을 온전하게 진행하려면 보름이나 그 이상 소요된다.
제주큰굿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기 어렵다. 다만 복색이나 사설, 본풀이 등에서 본토의 굿과 교류하면서 전승해 온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며 교류의 내력도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지역의 굿과 달리 오랫동안 확장되어온 결과 지금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제주큰굿은 2001년 제주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되었고,2021년에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승격되었다. 제주특별자치도 관할 당시 이중춘 심방이 초대 전수자로 활동하였고, 이중춘 심방 사후에는 서순실 심방이 전수조교를 맡다가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다. 제주큰굿을 보존ㆍ전승하기 위한 단체로 사단법인 제주큰굿보존회가 있다. 애초에 제주특별자치도 지정 무형문화재 제13호인 제주큰굿을 보존ㆍ전승하기 위하여 조직된 단체였다. 처음 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이중춘 심방이 조직하여 운영하다가 그의 사후 서순실 심방이 회장을 이어받았다. 2012년 9월 사단법인으로 재출발하였다. 보존회 전수관은 제주시 사라봉에 있다.
제주큰굿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확장되어왔다. 다른 지역 굿이 일찍이 축소되온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오늘날 제주큰굿도 주거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규모가 축소되는 과정에 있다. 주거환경의 변화, 수요 감소가 주요인이다.
제주큰굿의 연행 시기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기주의 사정에 따라 택일하여 굿을 벌인다. 물론 특정한 시기가 정해진 경우도 있다. 시왕맞이를 중심으로 하는 굿일 경우 삼 년상을 마친 뒤에 벌이는 것이 전통이다. 큰굿은 주로 우환을 풀어달라고 기원하는 목적으로 행해졌다. 집안의 우환은 조상이 한을 지닌 탓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여러 제차를 두루 갖추어 벌이되 시왕맞이가 확장되는 것이 특징이다.
큰굿은 기주의 집에서 벌이는 것이 원칙이나, 요즘에는 굿당에서 벌이는 사례가 많다. 민가에서 굿을 여러 날에 걸쳐 벌이기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제주큰굿에는 무악기와 제주 굿에서 전승해온 모든 무악이 연행된다. 따라서 전반적인 책임을 맡은 수심방 외에 소미도 대여섯 명이 함께 참여한다. 제주도 굿에 쓰이는 무악과 악기를 ‘연물’이라고 한다. 연물은 북, 설쇠(꽹과리), 대양(징), 장귀(장구)로, 모두 타악기로만 구성되어 있다. 전문 악사가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악기도 돌아가며 맡는다. 굿을 진행하면 심방이 되고, 물러나 무악을 연주하거나 굿의 진행을 도우면 소미가 된다. 심방 역할도 번갈아 가며 맡고, 수심방도 더러 무악을 연주하기도 한다. 다만 북은 기능을 갖춘 이가 맡는다.
심방이 춤을 추면서 굿을 진행할 때는 북, 설쇠, 대양을 함께 치고, 연물을 갖추어 치는 것을 ‘ᄀᆞᆽ인연물’이라고 한다. 노래만 할 때는 북, 장귀를 치고, 본풀이를 구연할 때는 심방 혼자 장귀나 북을 치면서 구송한다.
북, 설쇠, 대양 등 연물을 갖추어 치는 것을 ‘ᄀᆞᆽ인연물’이라고 한다. ‘ᄀᆞᆽ인연물’의 장단은 늦인석, 중판, ᄌᆞᆽ인석, 감장 등으로 크게 구분하지만, 각각의 장단도 빠르기가 적어도 셋 이상으로 구분될 정도로 다르다. 이밖에 음율적인 사설인 말명, 말명과 연물의 교체, 북이나 장귀 반주를 곁들인 노래 등 다양한 방식의 연물이 쓰인다.
1) 북, 설쇠, 대양 : 심방의 춤에 무악이 따르는 경우는 대개 세 악기가 합주한다. 악기의 자리는 고정되어 있어서, 북과 대양 사이에 설쇠 자리가 마련된다. 소미가 부족할 때는 북과 설쇠를 한 사람이 치기도 한다. 이를 ‘양채 친다’고 한다.
2) 북과 장귀 : 대체로 노래와 춤이 어우러질 때 쓰인다. 덕담, 담불, 서우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밖에 푸다시, 놀레 등도 북과 장귀로 진행한다. 다만 푸다시는 심방이 노래하고 소미가 북, 장귀를 친다. 놀레는 심방이 장귀를 치면서 노래하면 소미가 북을 치면서 합주한다.
3) 북 : 선앙풀이.
4) 대양 : 방광, 열려맞음.
5) 장구 : 말명, 본풀이.
악기 하나만 쓰일 때는 그 악기가 무엇이든 심방이 스스로 치면서 진행한다. 장귀를 스스로 치면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이때의 장단을 흔히 말미장귀라고 한다.
큰굿은 제차가 많을 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 확장된 부분이 많고 전승에 혼란이 있기도 해서 온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보편적인 의례 절차에 따라 청신의례, 오신의례, 기원의례, 송신의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청신의례는 신을 제장으로 청하는 순서이다. 삼석울림, ① 초감제, ② 초신맞이, ③ 초상계로 이루어진다. 삼석울림은 대표적인 무악기인 북, 설쇠(꽹과리), 대양으로 늦인석(늦은 장단), 중간 장단(중판), ᄌᆞᆽ인석(빠른 장단)을 차례로 연주하며 하늘에 굿의 시작을 고하는 순서이다. 초감제, 초신맞이, 초상계는 형식을 달리하면서 거듭 신을 청하는 순서이다. 오신의례는 제장으로 모신 신을 대우하고 즐겁게 놀리는 순서이다. ④ 추물공연, ⑤ 석살림, ⑥ 보세감상으로 이루어진다. 정성과 제물, 노래와 춤으로 신을 대우하고, 준비 과정의 자잘못을 따져 흠 없이 신을 위하는 모습을 보이는 뜻이 있다. 기원의례는 신들에게 본격적인 기원을 하는 순서이다. 기원의례의 핵심은 맞이이다. 큰굿에서는 이들 맞이라고 하는 것들이 연속적으로 진행된다. 맞이를 중심으로 하되 사정을 보아 본풀이를 진행한다. 초ㆍ이공맞이는 본래 초공맞이, 이공맞이로 나누어져 있지만, 흔히 통합하여 진행한다. 본풀이의 순서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대체적으로 ⑦ 불도맞이, ⑧ 일월맞이, ⑨ 초공본풀이, ⑩ 이공본풀이, ⑪ 초ㆍ이공맞이, ⑫ 삼공본풀이, ⑬ 젯상계, ⑭ 시왕맞이, ⑮ 요왕맞이, 세경본풀이, 제오상계, 삼공맞이, 세경놀이, 양궁숙임, 문전본풀이, 본향리, 영개돌려세움, 군웅만판, 칠성본풀이, 각도비념 순으로 진행한다. 본풀이 가운데 젯상계, 제오상계, 양궁숙임 등은 신격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단계에 해당된다. 먼저 천상계 신들에 대한 기원을 마친 뒤에 젯상계를 한다. 다음으로 저승신에 대한 기원을 마친 뒤에 제오상계를 한다. 천상계와 저승계 어간의 신들에 대한 기원을 마저 하고 양궁숙임을 한다. 당클로 치면 어궁당클, 시왕당클에 대한 의례를 마무리하면서 양궁숙임을 한다. 이렇게 해서 상위신들에 대한 기원이 모두 끝나고 이어서 문전ㆍ본향, 가신에 대한 의례가 따른다. 여기서 제주큰굿 전승의 혼란상을 뚜렷이 보여주는 사례가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것은 삼공본풀이, 삼공맞이가 전혀 무관한 제차처럼 배정되고, 영개돌려세움이 본격적인 송신의례 전에 배치되는 것이다. 어느 모로 보나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인 순서라고 하기 어렵다. 마지막 송신의례는 신들을 본래의 자리로 돌려보내는 순서이다. 말놀이, 도진, 가수리, 뒤맞이로 끝맺는다. 이 중 가수리, 뒤맞이는 큰굿을 마친 뒤에 따로 벌인다. 신굿에는 안팎의 개념이 중시된다. 기주인 본주 심방의 조상이 있고, 굿을 맡아 진행하는 심방의 조상이 있어서다. 본주 심방이 안쪽, 굿하는 심방이 바깥쪽에 해당한다. 이를 각각 안공시, 밧공시라고 한다. 주요 의례는 안팟을 병행하는 것이 원칙이고, 초공ㆍ이공ㆍ삼공에 대한 본풀이는 안팎으로 동시에 구연한다. 신굿에는 기메코사, 삼시왕맞이, 곱은질침이 추가되고, 모든 의례마다 당주에 대한 것이 덧붙는다. 본주 심방의 공시풀이도 구송된다.
제주큰굿은 제주문화의 집합체이다. 제주큰굿은 언어, 노래, 이야기, 놀이, 춤, 음악, 역사 등을 아우르고 있다. 제주도 방언을 온전하게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온갖 문화·예술적인 전승을 두루 포괄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지정 무형문화재(2001) 국가무형문화재(2021)
강정식, 『제주굿 이해의 길잡이』, 민속원, 2015. 현용준, 『제주도무속자료사전』, 신구문화사, 1981. 강정식, 『제주굿 이해의 길잡이』, 민속원, 2015.
강정식(姜晶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