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향(鐵響)
철편 열여섯 개를 나무틀의 상ㆍ하단에 여덟 개씩 매어 놓고 채로 쳐서 연주하는 유율(有律) 타악기
중국에서 유래한 악기로 철향(鐵響)이라고도 한다. 철향은 철방향(鐵方響)의 준말로서 소리 편을 돌로 만든 석방향(石方響)과 구분하기 위한 이름이다. 방향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시기는 불분명하나 고려 전기부터 궁중에서 연주된 기록이 남아 있다. 『고려사』에 의하면 1076년(문종 30)에 방향 연주자가 대악관현방(大樂管絃房)에 속해 있어 당악에 방향을 사용했다. 예종 9년(1114)에 들어온 송나라의 신악(新樂)에도 철방향과 석방향이 다섯 틀씩 포함되었고, 주로 철방향이 쓰였다. 조선 시대에도 방향은 당악기로 분류되어 당악과 고취악 등에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그 역할이 축소되어 편종ㆍ편경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방향의 음역 및 음 배열은 임진왜란 이전과 이후, 그리고 현재가 각기 다르다. 임진왜란 이전 판본의 『악학궤범』에는 황종(黃)ㆍ대려(太)ㆍ고선(姑)ㆍ중려(仲)ㆍ유빈(蕤)ㆍ임종(林)ㆍ남려(南)ㆍ무역(無)ㆍ응종(應)ㆍ청황종(潢)ㆍ청태주(汰)ㆍ청고선(㴌)ㆍ청중려(㳞)ㆍ대려(大)ㆍ이칙(夷)ㆍ협종(夾) 순으로 배열하였다. 이는 당악을 연주하기 편리하도록 한 것이다.
임진왜란 이후의 『악학궤범』 판본들, 즉 1610년(광해군 2), 1655년(효종 6), 1743년(영조 19) 판본등은 제3ㆍ9ㆍ13ㆍ14ㆍ15ㆍ16번 철편의 음 배열을 바꿔서 황종(黃)ㆍ대려(太)ㆍ협종(夾)ㆍ중려(仲)ㆍ유빈(蕤)ㆍ임종(林)ㆍ남려(南)ㆍ무역(無)ㆍ이칙(夷)ㆍ청황종(潢)ㆍ청태주(汰)ㆍ청고선(㴌)ㆍ청협종(浹)ㆍ청대려(汏)ㆍ청중려(㳞)ㆍ청임종(淋) 순으로 음을 배열했다. 현행 방향은 편종ㆍ편경과 동일하게 십이율 사청성(12율 4청성)의 음높이 순으로 배열해, 당악보다 아악(雅樂)에 맞게 바뀌었다.
○구조와 형태 방향은 음높이가 각기 다른 철편 열여섯 개와 철편을 고정하는 금속대인 횡철(橫綴/橫鐵), 방향 전체 틀인 가자(架子)와 방대(方臺), 철편을 치는 채인 각퇴 등으로 구성된다. 철편의 길이는 17cm, 폭은 6cm 정도로 열여섯 개가 모두 같고, 두께로 음높이를 달리하는데 철편의 두께가 두꺼울수록 음이 높다. 철편의 모양은 임진왜란 이전에는 상원하방형(上圓下方形) 즉, 위쪽이 둥근 직사각형이었으나 임진왜란 이후에는 장방형 즉, 각이 진 직사각형으로 변하였다. 각 철편은 위쪽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서 명주실을 꼬아 만든 삼갑진사(三甲眞絲)로 횡철에 묶어 맨다. 상ㆍ하단에 각각 두 개씩 나란히 놓인 횡철은 약간의 단차(段差)가 있는데, 살짝 위쪽에 있는 횡철에 철편을 묶어 매면 아래쪽 횡철에 철편 꼬리 부분이 자연스럽게 얹어진다. 이처럼 철편이 횡철에 닿아 있기 때문에 각퇴로 철편을 쳤을 때 소리가 잘 울리지 못하고 둔탁한 소리를 낸다. 이러한 음향적 한계를 보완한 개량 방향은 높고 맑은 음색이 난다.
- 방대(方臺): 나무 상자 모양의 받침대로, 방향의 전체 틀을 고정하고 지탱한다. - 목호랑이[木虎]: 새끼 호랑이 모양의 나무 장식으로 추호(雛虎)라고도 하며, 호랑이 등의 구멍에 나무틀의 기둥을 꽂아 고정한다. - 가자(架子): 방향을 구성하는 전체 나무틀로, 두 기둥 사이에 횡철을 상ㆍ하단으로 두 개씩 설치하여 철편을 배열한다. - 봉두(鳳頭): 가자(나무틀)의 맨 위쪽 양 끝을 봉황 머리 모양으로 장식한 부분이다. - 횡철(橫綴/橫鐵): 철편을 고정하는 금속대로, 가자의 두 기둥 사이에 상ㆍ하단 각각 두 개씩 설치한다. - 철편(鐵片): 쇠붙이로 만든 소리 편으로, 열여섯 개의 가로ㆍ세로 길이는 모두 같고 두께만 다르며 두꺼울수록 음이 높아진다. - 각퇴(角槌): ‘뿔망치’라는 뜻을 가진 채로, 머리는 소뿔, 자루는 물푸레나무로 만들며 뿔 부분으로 철편을 쳐서 소리 낸다.
○음역 방향의 음역은 황종(黃:C6)에서 청협종(浹:D#7)까지로 음역대가 매우 높다. 십이율 사청성(12율 4청성)을 소리 내는 철편 열여섯 개는 상․하단에 여덟 개씩 배열되어 있으며, 하단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갈수록, 상단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음이 높아진다.
○표기법 오늘날 방향ㆍ편종ㆍ편경은 연주 시 모두 같은 선율을 연주하기 때문에 동일한 악보를 사용하며, 정간보 안에 율자보를 써서 기보한다.
○연주 방법과 연주 악곡 연주 시에는 각퇴의 뾰족한 부분으로 철편 아랫부분 가운데를 친다. 『악학궤범』에는 각퇴 두 개를 양손에 하나씩 쥐고 편한 대로 친다고 되어있으나, 현재는 한 손으로 각퇴 한 개만 사용하여 친다.
조선 시대에 행악으로 고취악을 연주할 때는 방향의 나무틀에 긴 막대기를 좌우로 꿰어 두 사람이 메고 연주자가 함께 이동하며 연주하기도 했다. 현재 방향으로 연주하는 악곡은〈종묘제례악〉과 당악에 속하는 <보허자>ㆍ<낙양춘> 그리고 <여민락만>ㆍ<여민락령>ㆍ<해령> 등이 있다.
방향은 현재 사용 빈도가 낮지만, 고려 시대부터 당악 연주에 쓰였고 조선 시대에는 당악과 고취악뿐 아니라 〈종묘제례악〉에도 편성되어 그 역할을 넓혀왔다. 특히 임진왜란 전후로 나타나는 방향의 음 배열 변화는 당악의 악조 변천과도 관련이 있고, 외래 악기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조선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따라서 방향은 조선 시대 음악사 연구에 중요한 악기이다.
국립국악원 편, 『편종ㆍ편경ㆍ방향 정악보』, 국립국악원, 2016. 송혜진, 『한국악기』, 열화당, 2001. 이혜구, 『한국음악학학술총서 제5집: 신역 악학궤범』, 국립국악원, 2000. 장사훈, 『한국악기대관』, 서울대학교출판부, 1986.
임란경(林爛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