ᄀᆞ래 ᄀᆞ는 소리(고래 고는 소리)1
1) 제주어로 ‘ᄀᆞ래’는 맷돌을 말하며, ‘ᄀᆞ는’은 갈다의 제주어인 ‘ᄀᆞᆯ다’의 관형형이다.
제주도의 가사(家事) 노동요의 하나로, 주로 여성들이 맷돌질을 하면서 부르는 민요
맷돌질소리는 제주도 여성요의 대표적인 민요로서, 제주도 여성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상당히 넓게 형성되어 있는 민요이다.
맷돌은 혼자서 돌리기도 하고, 두 명이 돌리기도 한다. ‘풀ᄀᆞ래’ 등 큰 맷돌을 돌리는 경우에는 ‘ᄀᆞ래 체경’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2 서너 명이 함께 고래를 돌리기도 한다. 집안이나 마을의 큰 행사를 위해 음식을 마련해야 할 때는 이런 ‘풀ᄀᆞ래’를 여러 개 돌리면서 여러 사람이 맷돌질을 하기도 했다. 따라서 맷돌질소리는 이런 상황에 따라, 혼자서 부르기도 하지만, 두세 사람 또는 그 이상의 여러 사람이 함께 부르기도 한다. 기본 가락은 같지만 노래 부르는 방식이 다양한 것도, 이처럼 노래 부르는 상황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2) 일반적인 맷돌을 제주어로 ‘정ᄀᆞ래’라고 하며, ‘풀ᄀᆞ래’는 비교적 높고 큰 맷돌로, ‘어처구니(맷돌에 끼우는 나무 손잡이)’에 끼우는 나무 도구인 ‘ᄀᆞ래 체경’을 끼워서 돌리는 맷돌을 말한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맷돌질은 특정한 연행 시기가 따로 없다. 제주도 여성들은 가족들의 식사를 위해, 자주 맷돌질을 했기 때문에, 그에 따라 이 민요도 일상적으로 불렀다고 할 수 있다. 연행 장소는 당연히 각 가정의 부엌이나 마루 또는 마당이다. ○ 음악적 특징 맷돌질 소리는 자유 리듬의 민요이지만, 어느 정도 일정한 선율 단락을 형성하고 있는 민요다. 또한 제주도 민요의 음조직 상의 특성을 매우 잘 드러내는 민요다. 이 민요의 음계는 ‘도(do)-레(re)-미(mi)-솔(sol)-라(la)’로 되어 있고, 구성음은 ‘도(do)-레(re)-미(mi)-솔(sol)-라(la)’로 배열되어 있다. 종지음은 도(do)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종지음은 도(do) 대신 그보다 반음 높은 도(do#)가 사용된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한 제주적인 특성이다. 이 민요는 자유리듬으로 되어 있어서 별도의 장단은 없다. 제주도의 향토민요이기 때문에, 육지 식의 요성(搖聲)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가늘고 등가적(等價的)으로 떠는 세요성(細搖聲) 창법(제주 토속민요의 독특한 특성의 하나)이 자주 사용된다. ○ 형식과 구성 자유 리듬의 민요인 맷돌질 소리는, 박절(拍節)을 토대로 정형적인 형식을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메기고 받는 방식으로 부르는 이 민요는 선소리와 뒷소리가 일정한 가락을 상당히 고정적으로 반복하기 때문에, 선소리 A(a+b)와 뒷소리 A’(a’+b’)가 반복되는 일종의 두 도막 형식의 민요라 할 수 있다. 가창자에 따라 선소리나 뒷소리의 a 또는 a’ 부분이 확대되기도 한다.
맷돌질소리의 노랫말은 제주도 여성들의 삶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 시집살이의 애환, 남편과의 갈등, 첩과의 갈등, 시부모와의 갈등, 남녀 간의 사랑, 생활상의 고초, 경제적인 어려움은 물론 맷돌질의 어려움, 인생무상, 여자로서 출생한 것에 대한 슬픔 등, 그야말로 과거 제주도 여성들의 총체적인 삶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민요는 혼자서 부르기도 하지만, 두 사람 또는 여러 명이 메기고 받으면서 부르기도 한다. 혼자서 부를 때는 본사(本辭)를 부르다가 종종 “이여 이여 이여도 ᄀᆞ래(또는 이여 이여 이여도 허라)”라는 후렴구를 끼워 넣으면서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두 사람 이상이 메기고 받으면서 부를 때는, 노랫말 메김이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첫째 유형 - 선소리는 본사(本辭)를 대부분 전개하고, 뒷소리는 일정한 후렴구만 받는 경우 둘째 유형 - 선소리와 뒷소리가 본사(本辭)를 이어가는 경우(선소리와 뒷소리의 본사가 서로 연결되기도 하고 제각각 자기의 본사를 전개하기도 한다) 셋째 유형 - 선소리가 본사(本辭)를 부르고 뒷소리가 후렴구를 받다가 서로의 역할이 바뀌어 뒷소리가 본사(本辭)를 하고 선소리가 후렴구를 하는 경우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노랫말이 전개되지만, 아래의 노랫말은 첫째 유형을 토대로 예를 제시하였다. (선소리) (뒷소리) 이여~허 이여어~ 이여도 고래 이여~허 이여어~ 이여도 고래 어떤 사름 팔제 조앙 (이하 뒷소리는 위의 후렴구를 반복함) 고대광실 높은 집이 영웅호걸 시경 사는고 설룬 어멍 날 날 적에 요 래 렌 날 낫던고 전싱 궂인 이 내 몸은 주 팔제도 험악허게 요 고생허랜 날 나신가 질 것 집이 도실 낭 싱겅 씨냐 냐 맛 보렌 주언 시냐 냐 어 맛 보암 서라 오름에 돌광 짓어멍은 둥글당도 살을메 잇나 이 첩광 소낭게 람 소린 나도 살을메 엇나 이연 말랑 말아건 가라 말앙 가민 이나 웃나 룰 처냑 밀 닷말 랑 님과 나는 반찬썩 먹고 주억 상외 너다섯 맨들엉 씨아방께 둘 디려 두고 씨어멍께 둘 디려 두고 임과 나는 반찬씩 먹나 랑 좁썰 니어시 먹엉 다심 어멍 말어시 살자 동넨 가난 젱래 소리 산엔 가난 우김새 소리 물에 드난 비질 소리 저 래 박박 훈들렁 요 래도 라사 헐거여 랜 래 들으멍도 요 래도 라그네 맹기랑 밥 허영 먹게
맷돌질소리는 노랫말의 관점에서 보면 제주 여성들의 정서를 가장 밀도 높게 나타나는 민요라고 할 수 있고, 음악의 관점에서 보면, 마치는 종지음을 반음 가까이 올리는, 제주의 독특한 음악적 토리가 잘 드러나는 민요라 할 수 있다. 제주다운 음악적 특성과 정서적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민요라는 점에서 제주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의가 있는 민요라 하겠다.
예전에 제주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었으나, 지금은 해제된 상태임
조영배, 『북제주군 민요 채보 연구』, 도서출판 예솔, 2002. 조영배, 『제주도 노동요 연구』, 도서출판 예솔, 1992. 조영배, 『한국의 민요, 아름다운 민중의 소리』, 민속원, 2006. 조영배, 「제주도 민요의 음악양식 연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96.
조영배(趙泳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