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현아쟁, 9현아쟁, 대아쟁(大牙箏), 정악아쟁, 산조아쟁, 소아쟁, 개량아쟁(10현, 12현)
가야금처럼 옆으로 누운 긴 직육면체 울림통 위의 7현(또는 8현~12현)을 활대로 문질러 소리 내는 현악기
아쟁의 울림통은 가야금보다 크고 현이 굵어 현악기 중 그 음역대가 낮고 좁은 편이다. 특히 정악아쟁의 낮은 음역 소리는 독주보다 관현악 합주나 관악합주에서 장중한 멋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20세기에 만들어진 산조아쟁 역시 민속음악에 두루 사용된다. 정악아쟁, 산조아쟁, 개량아쟁 모두 활로 줄을 문질러 소리내는 찰현악기이다.
1114년(고려 예종 9) 송의 휘종이 보내 준 악기 목록에는 ‘쟁(箏) 사(四)’라는 명칭과 숫자만 보여 이 악기가 아쟁에 해당하는지 특정할 수 없지만, 『고려사』 「악지」 당악조에는 일곱 줄을 가진 ‘아쟁’의 명칭이 열다섯 줄을 가진 ‘대쟁’과 별개로 처음 보인다.
『세종실록』 「오례」에서는 아쟁이 활과 함께 그림으로 소개되었고, 1424년(세종 6)에는 아쟁과 대쟁(大箏)을 제작해 쓴 기록이 있다. 『대악후보』 중 세조조 속악보인 환구악(천신제)의 등가(登歌) 악현에도 아쟁과 대쟁이 함께 편성되었다.
『악학궤범』(1493)에는 악기 구조와 연주법, 향ㆍ당악에 겸용된다는 설명과 함께 향악 연주에 배치된 악기도설(樂器圖說)이 보인다. 즉 아쟁을 만드는 법은 대쟁과 같으나, 악기 전체 길이와 현의 수가 적으며, 제1현이 가장 굵고 제7현으로 갈수록 점점 가늘어진다. 또한 당악에만 쓰이던 아쟁이 향악에도 쓰여 대쟁과 차별화됨을 알 수 있다. 또한 속악진설도설(俗樂陳設圖說) 중 〈세조조 오례의 종묘 영녕전 등가〉ㆍ〈성종조의 종묘 영녕전 등가〉ㆍ〈문소전 친행 전상악〉〈문소전 섭행 전상악〉ㆍ〈연은전 섭행 전상악〉ㆍ〈성종조의 전정헌가〉ㆍ〈오례의 고취〉ㆍ〈성종조의 전정고취〉ㆍ〈전정 예연 때의 여공․ 악공의 배립〉에도 대쟁과 함께 편성되었다. 즉, 조선시대에는 아쟁이 다양한 궁중 의례에 편성되어 당악과 향악에서 각각 조율을 달리해 쓰였다.
한편, 1942년 박성옥(朴成玉, 1908~1983)이 정악아쟁을 참고하여 무용 반주에 적합하도록 개조한 아쟁은 창극 공연에 자주 활용되었으며, 이후 1949년 한일섭(韓一燮, 1928~1973)과 정철호(鄭哲鎬, 1923~)에 의해 개량된 가야금 형태의 아쟁이 산조에 쓰이기 시작하였다. 산조아쟁은 지영희(池瑛熙, 1908~1980), 장월중선(張月中仙, 1925~1998), 김일구(1940~)에 의해서도 다양하게 만들어졌기에 공명통의 넓이와 길이, 모양이 오늘날처럼 일정하지 않고 제각기 달랐다. 박성옥은 악기 제작자 김광주(金廣胄, 1906~1985)와 함께 가야금 몸통 위에 덧판을 대고 여섯 줄을 얹었으며, 한일섭은 일곱 줄 아쟁을, 김병호는 저음 줄을 더 첨가하여 여덟 줄의 산조아쟁을 만들었다. 현행 산조아쟁의 보편적인 형태는 국립국악원의 악기 사진을 참고할 수 있다. 1960년대 국악관현악단 창단 이후로는 몸통을 키우고 현 수를 늘린 9현 대아쟁이 사용됨으로써 7현과 9현 아쟁의 사용이 보편화되었다. 1990년대에는 9현 대아쟁보다 음역과 음량이 큰 10현, 12현 아쟁이 등장했다.
-7현아쟁 -9현아쟁
① 구조와 형태- 오동나무로 된 직육면체 울림통 위에 안족(雁足)을 세우고 그 위에 명주실을 꼬아 만든 줄을 가지런히 얹는다. 정악아쟁의 경우 27cm 정도의 받침대[초상,草床]로 악기 머리부분[좌단]을 받치며, 산조아쟁에서는 좌단 아래쪽 뒤판에 일체형으로 부착된 받침대가 높이 22.5cm 정도 된다. 산조아쟁의 울림통 위에는 덧판을 부착하여 음량을 키운다. 좌단의 반대쪽 끝인 미단(尾段) 아래쪽에는 운족(雲足)을 붙여 바닥에 직접 대어 놓는다. 정악아쟁의 활대는 나무를 깎아 1m 가량의 길이로 만든다. 산조아쟁 활대에는 말총으로 만든 활털을 붙이므로, 바이올린이나 첼로의 활을 그대로 사용한 적도 있다. 현재는 나일론 재질의 활털을 사용하기도 한다. ② 음역과 조율법- 아쟁으로 연주하는 악곡과 줄 수에 따라 조율법과 음역이 달라지는데, 국립국악원 정악단에서는 당악계열 음악에 일곱 줄 아쟁을 사용하고, 〈수제천〉ㆍ〈여민락〉 등과 같이 발생이 오래된 향악곡에서는 일곱 줄을 향악에 맞게 조율하여 사용한다. 발생이 늦은 《영산회상》 계열의 음악과 삼현육각 편성의 음악에서는 아쟁이 편성되지 않았으나 이후 저음의 보강을 통한 음향의 풍성함을 위해 9현 아쟁을 사용한다. 일곱 줄 아쟁으로 당악을 연주할 때의 음역은 황종(僙,C3)~태주(太,D4), 향악을 연주할때 평조는 중려(㣡,A♭2)~남려(南,C4), 계면조는 임종(㣩,B♭2)~황종(黃,E♭4)이다. 아홉 줄 아쟁으로 향악을 연주할 때는 중려(㣡,A♭2)~황종(黃,E♭4)이다. 산조아쟁의 음역은 여덟 줄일 때와 열 줄일 때 각각 G2~C5, E♭3~C5로 두 옥타브 반을 조금 넘지만, 줄과 줄 사이 음정을 일정하게 맞출 뿐 음악의 갈래나 연주자에 따라 음고는 유동적이다. 즉, 제1현~2현은 완전4도, 제2현~3현은 장2도, 제3현~4현은 완전4도, 제4현~5현은 완전4도, 제5현~6현은 장2도, 제6현~7현은 완전4도, 제7현~8현은 완전4도의 간격으로 조율된다. ③ 구음과 표기법 –정악아쟁보는 길이를 나타내는 정간에 음높이를 나타내는 십이율명의 첫 자를 써서 기보하고, 산조아쟁보는 오선보에 낮은음자리표와 높은음자리표를 사용하여 두 옥타브 반의 음역을 나타낸다. ④ 연주방법과 기법 – 양반다리를 하고 다리가 악기 몸통 아래에 위치하도록 앉되, 연주자의 몸이 악기와 2~30cm 떨어지게 한다. 오른손으로 활대를 잡는데, 정악아쟁을 연주할 때는 검지를 활대 위로 뻗고 나머지 손가락은 활대를 가볍게 감싸 쥔다. 산조아쟁을 연주할 때는 말총 활대의 손잡이를 잡는다. 활대를 몸쪽으로 당기고 바깥쪽으로 미는 마찰이 원활하도록 손목을 부드럽게 하여 움직인다. 왼손은 안족으로부터 10cm 정도 아래쪽 위치의 줄 위에 올리고 검지와 중지를 모아 농현(弄絃)을 한다. 가야금 왼손 기법과 마찬가지로 농현을 이용해 연주자가 의도한 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 ⑤ 연주악곡- 전통적인 7현 아쟁으로 연주하는 당악계열 악곡에는 《종묘제례악》ㆍ《경모궁제례악》ㆍ〈유황곡〉ㆍ〈정동방곡〉ㆍ〈여민락만〉ㆍ〈여민락령〉ㆍ〈해령〉ㆍ〈낙양춘〉ㆍ〈보허자〉 등이 있으며, 향악계열 악곡으로는 〈수제천〉ㆍ〈동동〉과 〈여민락〉ㆍ〈밑도드리〉가 있다. 아홉 줄 아쟁으로 연주되는 악곡은 《평조회상》ㆍ〈관악 영산회상〉ㆍ〈자진한잎〉ㆍ〈길군악〉ㆍ〈별우조타령〉ㆍ〈길타령〉이 있다.
산조아쟁은 무용반주, 민요반주, 창극반주에 활용되며, 시나위합주 등 합주곡에도 편성된다. 독주곡으로는 한일섭의 맥을 잇는 박종선류, 윤윤석류, 박대성류와 장월중선을 잇는 김일구류, 정철호를 잇는 서용석류 산조가 있다.
⑥ 제작 및 관리 방법 –아쟁 울림통은 앞면에 오동나무, 뒷면에 밤나무를 사용해 직육면체 상자 모양으로 만들며, 연주자가 앉는 오른쪽 끝에는 좌단을 붙이고, 왼쪽 끝에는 미단을 약간 꺾인 각도로 붙여 공명통을 지지해 준다. 좌단과 미단에는 줄을 끼울 수 있는 구멍을 뚫고, 울림통 위 좌단 쪽에는 현을 제 위치에 고정시키는 현침(絃枕)을 붙이며, 좌단 쪽 아랫면에는 윗면에서 넘어온 줄을 고정시키는 돌괘를 연결한다. 아쟁의 줄은 명주실을 꼬아 만들며, 가야금과 마찬가지로 안족으로 줄을 받치는데, 가야금보다 줄이 굵고 안족도 크다. 정악아쟁의 나무 활대는 속이 빈 개나리 나무의 껍질을 벗겨내어 만들며, 손잡이에서 활 끝으로 갈수록 굵기가 가늘어진다. 산조아쟁의 활털 재료로는 말총이나 나일론을 활용한다. 산조아쟁은 크기, 구조, 활대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길이 152cm, 폭 25cm, 두께 5cm 정도인 정악아쟁에 비하여, 산조아쟁은 길이 128cm, 폭 23cm, 두께 5cm 정도로 길이와 폭이 작다.
아쟁은 오른손에 활대를 쥐고 밀고 당기며 줄을 긁어 소리내는 찰현악기이다. 중국의 쟁인 알쟁ㆍ탄쟁ㆍ추쟁과의 연관성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고려사』 「악지」에 대쟁과 함께 소개되었다. 조선 성종대에 이르러 당악기인 아쟁이 당악은 물론, 향악에 편성되면서 궁중의례음악이나 연향 등의 대규모 합주와 작은 공연에서도 가야금ㆍ거문고 등과 함께 연주되었다. 산조아쟁은 정악아쟁보다 악기 길이가 짧고 줄과 줄의 간격이 좁으므로, 가락이 많고 속도가 빠른 곡을 비교적 쉽게 연주할 수 있다. 또한 울림통 위에 덧판을 부착하여 음량이 크고, 가야금에 비해 현이 굵어 낮고 어두운 소리를 낸다. 무속음악의 반주에서는 격렬한 농현으로 애절함을 극대화시키고, 산조에서는 장단과 빠르기에 따라 강약과 음색을 자유롭게 조절한다.
국립국악원, 『한국의 악기 1』, 국립국악원, 2014. 국립국악원, 『아쟁 정악보』, 국립국악원, 2016. 김상훈, 『창작을 위한 국악기 이해와 활용: 아쟁』, 국립국악원. 2016. 김영운, 『국악개론』, 음악세계, 2015. 송혜진, 『한국악기』, 열화당, 2001. 이혜구 역주, 『한국음악학학술총서 제5집: 신역 악학궤범』, 국립국악원, 2000. 『한국음악학자료총서 제1집: 대악후보』, 국립국악원, 1979. 『한국음악학자료총서 제20집: 세종, 세조실록 악보』, 국립국악원, 1986. 『한국음악학자료총서 제26집: 영조판 악학궤범』, 국립국악원, 1988. 『한국음악학자료총서 제27집: 고려사 악지』, 국립국악원, 1988. 김용호, 「산조아쟁의 발생과정과 아쟁산조의 유파 연구」. 영남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9. 이관웅, 「아쟁산조에 관한 연구」. 중앙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1.
강영애(康英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