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裳), 치마[赤亇], 홍라상(紅羅裳)
궁중정재(宮中呈才)에서 무용수가 착용하는 좁고 긴 여러 가닥의 장식 천이 붙은 치마[赤亇] 혹은 왕실에서 착용하던 세 자락으로 갈라진 치마
보로는 치마의 한 가지이다. 보로에 관한 기록은 세종실록 9권,1420(세종 2)년 9월 13일 천전(遷奠) 제사의식에 관한 내용 중 다른 복식들과 함께 “분홍단자수보로(粉紅段子繡甫老)”가 처음 나타난다. 이후 1493년에 간행된 『악학궤범(樂學軌範)』 8권의 연화대(蓮花臺) 복식과 9권의 여기(女妓) 복식에서도 보로에 대한 자료를 찾을 수 있다.
『악학궤범』에 실린 것과 같이 좁고 가는 끈을 장식한 치마의 양식은 정조 때인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와 《화성원행의궤도(華城園幸儀軌圖)》의 동기복식에 홍라상 그림이 수록되었는데 『악학궤범』의 양식과 유사하다.
하지만 『순조기축진찬의궤(純祖己丑進饌儀軌)』에서는 동기복식 중 홍라상(紅羅裳)에는 금박의 그림이 보이지 않고, 특히 『헌종무신진찬의궤(憲宗戊申進饌儀軌)』 홍라상부터는 일반 치마와 같은 양식에 긴 천 조각이 장식된 것으로 변화가 보인다. 이후 이와 같은 양식의 동기의 홍라상은 고종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현재 연화대무 공연에서는 오방색의 천을 느려 장식한 홍라상을 착용하기도 한다. 조선 시대 문헌에서 보로는 인선왕후 국장(1674)부터, 인경왕후 국장(1680), 명성왕후 국장(1683), 장렬왕후 국장(1688), 인현왕후 국장(1701), 선의왕후 국장(1730)에 이르기 까지 『국장도감의궤』 복완질(服玩秩) 기록에는 모두 “분홍저사수보로(粉紅紵紗繡甫老)”하는 글과 함께 세 가닥으로 나뉜 분홍색 치마 그림이 실려 있다.
○ 쓰임 및 용도 보로는 궁중에서 왕실 여성이 예복용으로 입거나 궁중정재에서 동기나 여기가 치마 위에 덧입었던 것이다. ○ 구조와 형태 『악학궤범(樂學軌範)』(1493) 여덟 권의 연화대(蓮花臺) 복식과 아홉 권의 여기 복식 중 상(裳) 옆에는 “속칭 보로(俗稱 甫老)”라는 글과 함께 치수가 쓰여진 그림이 실려져 있다. 그 중 연화대(蓮花臺) 복식을 보면, 상은 윗부분에 녹색 상단이 있고 그 아래 홍색부분에 홍색과 녹색 끈 장식이 달려 있다. 즉 “상(裳)은 홍색 라(羅)로 만들고 겉에 홍색과 녹색의 라로 만든 유소(流蘇)를 드리운다. 금화문(金花紋)을 박아 상단(上端)의 녹색 라단 부분에 잇대고 허리와 끈은 홍초(紅綃)로 만든다”고 기록되어 있다. 홍색과 녹색이 각 세 개씩 모두 여섯 조각인데, 긴 천 조각을 유소라고 표현하고 그 위에만 금박을 한 것이 특징이다. 한편 아홉 권에 실린 여기복식의 보로는 홍색 단(緞)으로 겉을 하고 밖에 잡색(雜色) 단으로 만든 끈〔纓〕 여덟 개를 늘어뜨리는데 인화문(印花紋)을 장식하였다. 여덟 조각이 모두 허리에 달려 있으며 윗부분까지 전체에 금박이 되어 있다. 옷의 크기에도 차이가 있었다. 연화대의 보로는 길이가 1척(尺) 8촌(寸)인 반면 여기복의 보로는 2척 2촌이다. 이것은 연화대무를 추는 무용수가 나이가 어린 동기(童妓)였기 때문에 여기복에 비해 길이가 짧았던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하지만 조선후기 왕실에서 사용한 보로는 모두 세 자락의 천이 한 허리에 봉제된 세 가닥 치마형태로 나타난다. ○ 재질 및 재료 『국장도감의궤(國葬都監儀軌)』 복완질(服玩秩)에서 보로의 재료를 찾아보면, 겉감은 분홍 저사(紵紗), 안감은 백초(白綃)이며, 세 폭을 이어 꿰매고 치마허리부분에서 주름을 잡았다. 치마길이는 세 자락이 거의 같으며 각 자락의 아래 부분에는 모란으로 추정되는 꽃이 수놓아져 있다. 한편 『(무신)진찬의궤』의 복식도에 실린 동기복식의 홍라상의 모양과 달리, 『고종임인진연의궤(高宗壬寅進宴儀軌)』 악기풍물에 기록된 동기의 복식 중 상(裳) 두 건에 필요한 옷감은 치마의 윗부분에 초록 천을 댄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홍색과 초록으로 각각 여섯 조각이 있으므로 홍라상으로 그 명칭은 다르지만 좁고 가는 천을 장식하였다는 점은 『악학궤범』의 보로와 유사하다. ○ 착용방식 동기복식으로 등장하는 홍라상은 말군(襪裙)과 함께 착용하였으며, 말군은 홍라상 위에 덧입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 말 왕실여성의 예복치마인 전행웃치마가 세가닥이므로 보로와의 관련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홍나영ㆍ신혜성ㆍ이은진, 『개정판 동아시아복식이 역사』, 교문사, 2020. 강민정, 「朝鮮時代 宮中呈才에 나타난 童妓服飾 硏究』」 단국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6. 김남정, 「조선시대 치마에 관한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석사학위논문, 2000. 高永, 「朝鮮後期 王后의 殮襲衣襨 硏究-『國葬都監儀軌』와 『殯殿都監儀軌』를 중심으로」,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청구논문, 2015.
홍나영(洪那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