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하피(草綠霞帔), 하피(荷帔)
춘앵전(春鶯囀)을 출 때 여자 무용수가 어깨에 두르는 길고 좁은 천
춘앵전에서 여령(女伶)이 황초삼(黃綃衫)을 입은 위에 어깨에 두른 좁고 긴 띠 모양의 천이다. 왕비의 대례복(大禮服)인 적의(翟衣)에 두르는 하피를 춘앵전에서 여령(女伶)이 착용함으로써 특별함을 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왕실의 하피와 달리 초록색으로 만든다.
춘앵전은 순조(純祖) 대에 창작된 정재인데, 이 춤을 추는 모습이 확인되는 것은 헌종 무신년의 《진찬병풍회(進饌屛風繪)》이다. 이 그림에서 춘앵전을 추는 정재여령은 꾀꼬리를 연상하는 노란 빛깔의 황초삼(黃綃衫)을 입고 긴 띠 모양의 하피를 두르고 있다. 『순조기축진찬의궤(純祖己丑進饌儀軌)』(1829)를 비롯한 모든 진찬의궤에서도 춘앵무 하피는 모두 초록하피로 기록되었다. 하피(霞帔)는 원래 조선 시대에 왕비가 대례복인 적의(翟衣)를 입을 때 두르던 것이다. 왕실 예복인 하피는 검은색 모단(冒緞)에 분홍색 안을 대며 그 위에 운문(雲紋)과 봉황문(鳳凰紋)을 금박으로 장식한 것이다.
하지만 춘앵전에 여령은 초록색의 하피를 착용하며, 이러한 전통은 대한제국(大韓帝國)까지 이어졌다. 20세기 초반의 그림엽서 속의 기녀 모습에서도 하피를 두른 모습이 확인되기도 하는데, 춘앵전을 담당하였던 여기(女妓)로 여겨진다. 20세기 초반 이왕직아악부(李王職雅樂部) 시기에는 무동(舞童)이 춘앵전에서 춤을 출 때 단령(團領)을 입어 하피가 포함되지 않았으며, 여령의 복식에도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한국전쟁을 전후한 공백기를 거쳐 국립국악원 설립 이후 궁중정재가 다시 재현되기 시작하면서 초록하피가 춘앵전 여자무용수의 복식에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피는 춘앵전에서 독무(獨舞)를 추는 무용수를 돋보이게 하고 춤 동작에 따라 움직임을 더욱 아름답게 표현하는 역할을 하였을 것이며, 노란색의 황초의에 초록하피를 두름으로써 꾀꼬리의 이미지를 잘 전달하는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하피는 색채와 형태는 변화 없이 단지 소재에만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순조기축진찬의궤(純祖己丑進饌儀軌)』(1829)에서 하피(荷帔)에 들어간 재료를 보면. 초록 별문사(別紋紗) 길이 10척(尺) 폭 3촌(寸) 5분(分) 짜리 1조각〔片〕, 안감 진홍 별문사 길이 10척 폭 3촌 5분짜리 한 조각, 홍진사(紅眞絲) 5분으로 기록되어 있다. 『무신진찬의궤(戊申進饌儀軌)』(1848)의 복식도에 보이는 하피의 형태는 별 변화가 보이지 않지만, 재료는 초록 불수단(佛手緞) 길이 6척 5촌, 너비 4촌 2조각으로 옷감의 종류와 크기 등에서 변화가 보인다. 이후 다른 의궤에서도 복식도에 그려진 초록하피는 거의 같은 형태이지만, 정재도에는 시기에 따라 다소 길고 짧은 변화가 보인다. 『정축진찬의궤(丁丑進饌儀軌)』(1877)에는 춘앵전 차비(差備)의 하피에 초록영초단(草綠英綃緞), 『신축진찬의궤(辛丑進饌儀軌)』(1901) 하피에는 초록불수단(草綠佛手緞)이 소용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즉 옷감의 종류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정 없이 별문사, 불수단, 영초단 등이 편의대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의 영친왕비(英親王妃)의 하피 유물를 살펴보면, 길이 492cm, 너비 11.6cm이며, 중간중간에 매듭단추들이 달려 있다. 이러한 대례복용 하피는 단순히 적의 위에 걸치는 것이 아니라, 적의의 고대 양쪽과 등쪽에 달린 고리에 걸어 고정하도록 되어 있다. 즉 하피의 양끝은 옷의 앞단과 가지런하게 길게 내리고, 고대부분에서도 매듭단추로 하피가 깃에서 흘러내리지 않게 고정한 후, 등 뒤로 나머지부분을 넘긴다. 뒤로 넘긴 부분은 하피길이의 중간에 달린 매듭단추를 등 뒤에 있는 고리에 걸게 되는데 완성된 모습은 마치 ‘W’자처럼 등 뒤에서 늘어진 모양이 된다. 이에 비해 진찬의궤의 복식도에서는 하피에 매듭단추는 보이지 않지만 《기축진찬도병(己丑進饌圖屛)》에서 춘앵전에서 춤을 추는 여령의 모습을 보면 등 뒤로 약간 늘어지게 착용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황지현ㆍ박정혜ㆍ장경희, 『잔치 풍경 - 조선시대 향연과 의례』, 국립중앙박물관 2009. 宋芳松ㆍ金恩子ㆍ李丁希ㅡ 『國譯 純祖己丑進饌儀軌』, 민속원 2007. 윤은영, 「궁중정재 춘앵전(春鶯囀) 복식 연구」, 전남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청구논문, 2015.
홍나영(洪那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