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藍衣)

조선 시대 종묘제례에서 일무악공이 〈보태평지무〉와 〈정대업지무〉를 출 때 입었던 남색 비단[藍紬]으로 만든 겉옷

남주의는 조선 시대 종묘제례에서 〈보태평지무〉와 〈정대업지무〉를 추는 일무악공이 입었던 겉옷으로, 남색 명주[藍紬]로 만든 옷깃이 둥근 포[袍]이다. 조선 전기에는 소매가 좁고 양 옆에 삼각형 무가 달린 형태였으나 조선 후기에는 소매가 넓고 사각형 무가 뒤로 젖혀져 뒷길에서 고정된 형태, 즉 조선 후기의 관복 단령과 동일한 형태로 변화되었다. 남주의는 조선 전기부터 후기까지 일무악공의 무용복으로 착용되었는데 대한제국기 또는 일제강점기에 남주의 대신 홍주의가 착용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조선 시대 종묘제례에서 일무악공은 〈보태평지무〉와 정태업지무를 추었다. 〈보태평지무〉는 역대 왕들의 문덕을 기리는 일무이고, 〈정대업지무〉는 선왕들의 무공을 칭송하는 일무이다. 일무악공은 무용복으로 남주의⋅적상조연(赤裳皂緣)⋅적말대(赤抹帶)⋅백포말(白布襪)⋅오피리(烏皮履)를 공통으로 입었고, 〈보태평〉 일무악공은 진현관(進賢冠)을 쓰고 〈정대업〉 일무악공은 피변(皮弁)을 쓰는 것으로 구별되었다. 일무악공 무용복의 구성과 형태는 조선 전기와 후기에 거의 동일하였다. 조선 전기의 남주의는 『국조오례의서례』와 『악학궤범』에 기록되어 있고, 조선 후기의 남주의는 『종묘의궤』⋅『경모궁의궤』⋅『춘관통고』⋅『육전조례』에 기록되어 있다. 일무악공이 남주의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은 《종묘친제규제도설병풍》 〈오향친제반차도〉와 『시용무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무악공의 남주의는 홍주의로 변화되었는데 변화된 시기는 명확하지 않다. 대한제국기의 『대한예전』과 『증보문헌비고』에는 이전 문헌과 마찬가지로 남주의가 일무악공의 무용복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조선악개요』에는 1897년(광무 1)에 일무악공의 무용복이 ‘홍주의ㆍ남사대’로 개정되었고 1917년에도 일무악공 무용복으로 홍주의가 착용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일제강점기의 『조선아악요람』에는 종묘제례 일무악공의 관복이 ‘복두ㆍ홍단령ㆍ남사대ㆍ목화’로 기록되어 있어 일제강점기에는 남주의가 일무악공의 무용복으로 사용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현행 종묘대제에서는 일무악공의 무용복으로 남주의가 아닌 홍주의를 사용하고 있으나 국립국악원에서는 일무악공의 무용복으로 남주의와 홍주의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

○ 쓰임 및 용도 남주의는 조선 시대 종묘제례에서 일무악공이 〈보태평지무〉와 〈정대업지무〉를 출 때 입었던 겉옷이다. 일무악공은 머리에 진현관이나 피변을 쓰고 남색 비단으로 만든 겉옷[남주의]과 검은 색 선이 둘러진 홍색 치마[적상조연]를 입은 다음 허리에 붉은 색 천으로 만든 대[적말대]를 두르고 흰색 버선[백포말]과 신목이 없는 검은색 신발[오피리]을 신는 차림을 하였다. 『악학궤범』에 따르면 남주의는 종묘제례 등가에서 둑[纛]을 드는 공인의 겉옷으로도 착용되었다. ○ 형태 및 구조 남주의의 형태는 『악학궤범』, 『종묘의궤』, 『경모궁의궤』의 남주의 도식화에서 볼 수 있다.

조선 전기의 남주의는 『악학궤범』에 따르면 옷깃이 둥글고 소매는 전체적으로 좁은데 소매 끝으로 갈수록 더 좁아지는 형태이다. 『악학궤범』의 남주의와 흑단령 도식화를 비교해 보면, 옷깃이 둥글고 소매가 좁은 점은 서로 같지만 남주의는 삼각형 무, 흑단령은 사각형 무가 달려 있는 것으로 그려져 있으므로 남주의와 조선 전기의 단령이 동일한 형태는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 남주의의 형태는 『종묘의궤』와 『경모궁의궤』에서 볼 수 있다. 『악학궤범』과 비교해 보면 옷깃이 둥근 점은 동일하지만 소매가 넓어진 점이 다르다. 조선 시대 겉옷의 소매 모양은 전기에서 후기로 갈수록 소매통이 좁은 착수형에서 소매통이 넓은 광수형으로 변화되었다. 이러한 소매모양의 변화 양상이 남주의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악학궤범』⋅『종묘의궤』⋅『경모궁의궤』의 남주의 도식화를 보면 편찬된 시기에 따라 소매통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음이 확인된다. 조선 후기 남주의 도식화에는 양 옆에 삼각형 무가 달린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각형 무가 뒤로 젖혀져 뒷길에서 고정된 형태를 묘사한 것으로 조선 후기의 관복 단령과 동일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남주의의 형태는 《종묘친제규제도설병풍》 〈오향친제반차도〉의 일무악공과 『시용무보』의 일무악공의 복식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립국악원에서는 2005년에 『종묘의궤』를 토대로 한 남주의를 고증ㆍ재현한 바 있는데, 현행 종묘제례악 공연에서 일무악공의 무용복으로 남주의와 홍주의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 재질 및 재료
『악학궤범』과 『종묘의궤』에 따르면, 남주의는 남색 명주[藍紬]로 만들었다. 조선 후기에 착용된 단령 형태의 남주의를 만들기 위한 옷감과 실의 필요량에 대해서는 『경모궁악기조성청의궤』의 기록을 참조할 수 있다. 남주의 한 벌을 만드는데 남색 명주 35척, 남색 실[藍鄕絲] 1전이 사용되었는데, 안감에 대한 기록은 없으므로 홑옷으로 볼 수 있다. 2005년에 『종묘의궤』를 토대로 고증ㆍ재현된 일무악공의 남주의에는 겉감으로 남색 운문사, 안감으로 홍색 운문사가 사용되었다.

세조 9년(1493)에 보태평과 정대업이 종묘제례악으로 채택되었다. 종묘제례의 음악과 춤이 달라짐에 따라 복식도 아악 일무와는 다르게 제정되었다. 『세조실록』 「악보」의 ‘무도부고정(舞圖附考定)’, ‘관대의상지제(冠帶衣裳之制)’에는 역대 제도를 참작하여 〈보태평〉과 〈정대업〉 일무악공의 옷을 ‘진현관ㆍ피변, 남의, 적상조연, 적말대, 백포말, 오피리’로 정했다는 기록이 있다. 성종 대의 아악 일무 복식은 진현관ㆍ피변ㆍ조주삼ㆍ백주중단ㆍ백주군ㆍ금동혁대로 구성되었다. 종묘제례 일무악공의 복식을 성종 대의 아악 일무 복식과 비교해 보면, 관모ㆍ버선ㆍ신발은 동일하지만 중단을 입지 않고 소매가 좁은 겉옷을 입고 적말대를 두른 점이 다르다. 세조 때 종묘제례악을 아악에서 속악으로 변경한 것은 선왕들이 평소에 들으시던 음악을 연주함으로써 선왕들을 기쁘게 하고자 하였던 것인데, 의복 또한 아악에서 입던 소매가 넓은 공복 형태의 옷 대신 친근한 형태인 소매가 좁은 남주의와 적상을 입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일무악공의 연주복에는 오방색이 조화롭게 사용되었다. 남주의에 청색이, 적상과 적말대에 홍색이, 버선에 백색이, 관모와 오피리에 흑색이 사용되었으며, 황색은 진현관의 가장자리에 사용된 자황색과 피변의 동운월아(銅雲月兒)에서 볼 수 있다.

송지원⋅이숙희⋅김영숙, 『종묘제례악』, 민속원, 2008. 고윤정, 「조선시대 궁중악인 복식 연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5. 박가영, 「『악학궤범』복식의 착용에 관한 연구」, 『국악원논문집』 16, 2004. 박소연, 「종묘제례악 악인 복식 연구」,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3. 이숙희, 「궁중 제례악 복식의 변천과 그 의미 -개화기 이후 일제강점기까지-」, 『국악원논문집』 33, 2016. 이종숙, 「일제강점기 종묘제례악무 고찰」, 『한국음악사학보』 31, 2003.

이주영(李珠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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