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저고리 안쪽에 입는 홑겹의 상의 ② 무용수가 손목에 매달아 착용하는 원통형의 천
한삼이란 속적삼의 궁중어로서 원래 저고리 안쪽에 입는 속옷을 의미하였다. 예의를 갖추고자 손을 가리기 위해 소매가 길어지면서 조선 후기에는 분리되어 손목에 원통형의 천을 두르는 간단한 형태로 바뀌었다. 처음에 손목에 끼는 한삼의 크기는 좁고 짧았으나, 대한제국기를 지나 20세기초반으로 들어서면서 점차 넓고 길어졌다. 현재도 무용수들이 손목에 흰색 한삼이나 오색 한삼을 착용하고 있다.
○ 쓰임 및 용도
고구려 무용총 벽화에서 소매가 긴 의복인 장수의(長袖衣)를 볼 수 있다. 이처럼 긴 소매를 활용하여 춤사위를 강조하고 표현을 확대하는 무용은 예로부터 내려온 전통이다. 한편 한삼은 땀 한(汗)ㆍ적삼 삼(衫)으로 이루어진 명칭으로, 땀받이 속옷이며 홑겹으로 만들어 저고리 안쪽에 받쳐 입는 내의였다. 처용무 복식의 한삼은 손을 가리기 위한 의례적 목적과 춤의 표현력을 높이려는 목적이 더해져서 길이가 매우 길어졌다.
조선 후기 궁중정재복식에서 여령과 무동 모두 기본적으로 갖추는 한삼은 긴 소매통을 잘라내어 손목에 끼우는 형태이다. 처용의 한삼과는 달리 부수적인 복식이지만 손을 가리고 소매길이를 연장하려는 목적은 동일하다. 집박(執拍)을 담당한 여령과 정재 의장(儀仗)을 들고 가는 여령 역시 의례용으로 한삼을 착용하였으나 정재여령과는 화관 ㆍ수공화 등의 다른 장식에서 차이를 두었다.
○ 구조 및 형태
처용무 복식으로 착용된 한삼은 소매가 긴 저고리이다. 『악학궤범』의 한삼 도설에서는 평범한 저고리로 보이지만, 함께 적혀있는 치수를 보면 한삼의 옷길이는 1척3촌, 소매길이는 4척5촌으로 소매가 굉장히 긴 옷이다. 겉에 입는 의의 소매길이는 2척7촌5분으로 한삼의 소매길이가 의의 1.5배가 넘을 정도로 길다. 따라서 한삼 위에 의를 입으면 한삼의 좁고 긴 소맷자락이 의의 소매 바깥으로 길게 늘어지게 된다.
『(무신)진찬의궤』의 복식도 중 처용복식 도설에서는 의의 소매 끝에 가늘고 좁은 한삼이 연결된 모습으로 그려져 있고, 이러한 착용모습은 처용무가 그려진 17세기 《사궤장연회도첩》ㆍ18세기 《기사계첩》ㆍ 19세기 《무신진찬도병》등의 회화 속에서도 확인된다.
여령과 무동의 한삼은 원통형으로, 한삼을 손에 끼운 후 손목 부분의 끈을 조여 착용한다. 여령은 여러 색상을 색동처럼 연결한 오색한삼을 기본으로 착용하였고 무동은 한 가지 색상으로 만들어진 한삼을 착용하였다.
여령은 대부분의 정재에서 오색한삼을 갖추었으나 향령무에서는 홍한삼, 가인전목단에서는 옥색한삼을 착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백한삼을 써서 다채로움을 추구하였다. 이처럼 정재별로 사용하는 한삼을 구분하면서 한삼의 종류가 여러 가지로 분화되었다. 또한 조선 후기의 좁고 짧았던 한삼은 이후 점차 넓고 길어졌고, 오방색(五方色)으로 오단을 연결했던 오색한삼은 일곱 가지 색을 연결하여 칠단으로 만들기도 하였다.
○재질 및 재료
『악학궤범』에 기록된 처용의 한삼은 동ㆍ서ㆍ남ㆍ북ㆍ중앙의 오방 처용 모두 백색 비단[白綃]으로 만들었다. 여령과 무동의 한삼 역시 초(綃)ㆍ갑사(甲紗)ㆍ면주(綿紬)ㆍ화주(禾紬) 등 비단으로 만들었으나 한삼의 종류와 용도ㆍ정재ㆍ신분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첫째, 오색한삼은 다섯 가지 색상의 비단을 색동처럼 연결하여 만들었고 홍한삼ㆍ녹한삼ㆍ옥색한삼은 한 가지 색상의 비단만으로 만들었다. 궁중기록화에서 보이는 오색한삼의 색은 대부분 오방색에 가까우며 색상 배열순서는 일치하지 않지만 여러 색의 옷감을 같은 너비로 연결하여 만들었다. 둘째, 용도에 따라 본 공연용과 연습용[習儀] 한삼을 구분하여 제작하였다. 셋째, 정재의 중요도에 따라 옷감의 품질을 다르게 하여 춘앵전 정재의 한삼은 다른 정재보다 고급 비단으로 제작하였다. 넷째, 신분에 따른 차등도 있어서 선천(宣川) 지역에서 뽑아 올린 기녀[選上妓]에게는 일반여령에 비해 고급 한삼을 만들어주었다.
○ 제작방법
오색한삼 혹은 오채한삼이라 기록된 한삼은 길이와 너비가 동일한 다섯 가지 색상의 비단을 색동처럼 연결하여 원통형이 되도록 만들었다. 『(정축)진찬의궤』로부터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면, 정축년인 1887년의 궁중잔치에서 춘앵전 정재를 연습하기 위한 오색 한삼을 새로 만들었는데 이때 한삼 재료로 홍색ㆍ남색ㆍ황색ㆍ백색ㆍ자적색의 비단[綃]을 각 길이 2척ㆍ너비 3촌이 사용되었다. 따라서 다섯 가지 색상의 비단을 똑같은 크기로 잘라서 연결하였다. 한삼의 윗부분에는 오색 비단실[五色眞絲]로 만든 매듭끈을 관통시켜 잡아당기고 끝은 술장식을 하였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20세기 초 여령의 한삼 유물을 보면 길이 65cmㆍ둘레 90cm 크기이고, 일곱 가지 색상의 비단이 자적색ㆍ백색ㆍ홍색ㆍ황색ㆍ분홍색ㆍ연두색ㆍ홍색ㆍ남색ㆍ백색 순서로 연결되어 있다. 손목부분에 해당하는 자적색 비단 끝에는 끈목이 끼워져 있으며 여러 가지 색실로 사색판매듭을 엮고 끝부분은 딸기술로 마무리했다
○ 착용방식
처용무 복식의 한삼은 저고리처럼 입고 그 위에 의를 착용하였으며, 여령과 무동 정재복식의 한삼은 손목에 매어 착용하였다. 문헌기록에서 오색한삼ㆍ홍한삼ㆍ옥색한삼 등을 착용하는 동사로 항상 ‘繫(맬 계)’를 사용하였다. 이는 한삼의 위쪽 가장자리에 매듭끈을 끼워 넣은 후 잡아당겨 손목에 매어서 착용했기 때문이다.
한삼은 상의의 안쪽에 받쳐 입은 흰색 내의로 시작하여 점차 소매가 길어지면서 분리되어 무용할 때 손목에 두르는 형태의 복식으로 분화하였다. 긴 소매의 처용 한삼과 분리된 소매의 여령 한삼 모두 손을 가려 의례적인 성격을 지니고 궁중정재의 춤사위를 풍부하게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손목에 두르는 한삼은 착용자의 성별이나 신분에 따라, 정재별ㆍ용도별로 색상과 재료에 차이가 있었으며 점점 크기가 커져서 시대를 추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국립민속박물관 편, 『(기생 100년), 엽서 속의 기생읽기』, 서울: 국립민속박물관, 2008. 김정자, 「한국전통무용복식에 나타난 장수의에 관한 연구」, 서울: 명지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7. 박은미, 「한삼에 관한 고찰 : 궁중정재에 나타난 한삼의 의미」, 포천: 대진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0. 박가영, 「궁중정재복식에 사용된 한삼의 변천 : 조선시대 이후 일제강점기까지」, 『국악원논문집』 34, 2016. 한국학중앙연구원 편, 『조선후기 궁중연향문화』1-3, 민속원, 2005.
박가영(朴嘉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