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연화관(銅蓮花冠)
연꽃 모양의 관모이다. 조선 전기에는 궁궐에서 처용무 공연을 구경하는 무동이 구리 가면이 붙은 연화관을 썼으나 개항기 이후 연화대무를 추는 동기는 연화관의 양쪽에 자적색 비단 끈을 드리웠다.
○ 쓰임 및 용도
동연화관(銅蓮花冠)은 『악학궤범』에 기록된 무동의 쓰개 중 하나로, 관처용(觀處容)이라 하여 궁중에서 공연하는 처용무를 구경할 때 무동이 썼다.
같은 상황, 같은 착용자라도 공연 장소에 따라 가면의 사용 여부가 결정되었다. 창경궁에서의 관처용 때는 가면이 달려 있는 동연화관을 썼고 창덕궁에서의 관처용 때는 가면이 없는 동연화관을 썼다. 이는 1525년(중종 20) 『용재총화(慵齋叢話)』의 기록대로 창경궁에서는 여기(女妓)가 처용무를 추고 창덕궁에서는 가동(歌童)이 처용무를 추었기 때문이다. 무동이 여기의 처용무를 구경할 때에는 가면을 쓰고 가동의 처용무를 구경할 때에는 가면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다른 연화관으로는 연화대를 추는 동기의 쓰개가 있다. 1887년 『(정해)진찬의궤』까지는 조선 전기부터 이어져오던 방식대로 연화대무 동기가 합립을 썼으나, 5년 뒤인 1892년 『(임진)진찬의궤』부터는 연화관으로 바뀌었다.
이후 1901년 『(신축)진찬의궤』ㆍ1902년 4월과 11월의 『(임인)진연의궤』의 복식도(服飾圖)에서도 연화관으로 그려져 있고, 《신축진찬도병》 등의 궁중기록화에서도 연화관의 착용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1893년과 1901년에 간행된 『여령각정재무도홀기(女伶各呈才舞圖笏記)』에서도 연화대무 동기는 “蓮花冠”으로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개항기와 대한제국기에는 연화관을 머리에 썼다. 최근의 공연에서는 조선전기 『악학궤범』과 조선후기 의궤에서 보이는 모습처럼 합립을 쓰고 붉은색 단의 혹은 초록색 단의에 보로를 입은 차림으로 연화대를 공연하고 있다.
○ 구조 및 형태
무동의 동연화관은 머리 위에 연꽃을 뒤집어씌운 모양이며, 관 아래로 앞쪽에는 어린 남자아이 얼굴의 가면이 있고 뒤쪽은 연잎을 늘어뜨린 형태이다. 한편 연화대무 동기의 연화관은 머리 위에 연꽃을 얹은 모양이고 관의 양쪽 옆으로 잔잔한 무늬가 있는 끈 장식을 드리웠다. 동기의 연화관에는 가면이 달려있지 않기 때문에 뒤쪽을 덮는 부분 역시 없다. 두 가지 연화관을 비교해보면 무동의 동연화관은 연꽃의 방향이 아래를 향한 반면 동기의 연화관은 연꽃이 위를 향하고 있다.
○ 재료 및 제작방법 무동의 동연화관은 구리와 쇠[銅鐵]를 얇게 펴서 관을 만드는데, 위쪽은 연꽃이 덮인 모양으로, 아래쪽은 연잎을 늘어뜨린 모양으로 제작했다. 가면은 옻칠한 베[柒布]로 틀[殼]을 만들고 그 위에 색칠하였다. 동기의 연화관 재료에 대해서는 상세한 기록이 전해지지 않지만 『(임진)진찬의궤』 악기풍물 기록에 의하면 연화관 한 개를 만드는 가격은 10냥이었다. 당시 동기의 화관(花冠) 한 개 제작비용은 50냥으로, 연화관의 다섯 배가 들었다. 그리고 연화대무 동기 복식은 연화관 한 건ㆍ은개구리비녀를 갖춘 첩지[接只銀蛙簪具] 한 건ㆍ자적색 비단 댕기[紫的禾紬唐只] 두 건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연화대무 동기 복식에는 연화관 한 건ㆍ은개구리비녀를 갖춘 첩지[接只銀蛙簪具] 한 건ㆍ자적색 비단 댕기[紫的禾紬唐只] 두 건이 포함되어 있다. 이로부터 연화관의 좌우에 좁고 길게 늘어뜨린 끈은 자적색 비단으로 만들고 금박으로 무늬를 장식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궁중정재에서 연꽃은 정재의 주제나 무대배경으로 사용될 뿐 아니라 복식에 있어서도 자주 나타난다. 무동의 복식 중 부용관(芙蓉冠)은 연꽃을 그린 쓰개이고 동연화관은 연꽃의 형태를 그대로 표현한 쓰개이다. 고려시대에도 연행된 연화대는 연꽃으로 세상에 나온 아리따운 동녀(童女) 둘이 군왕의 덕(德)을 칭송하는 내용으로, 머리에 연화관을 쓴 동기가 큰 연꽃 속에 숨어 있다가 나타나면 연꽃의 색과 형태가 연결되는 효과가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엮음, 『왕실문화도감: 궁중악무』, 2014. 이혜구 역주, 『신역 악학궤범』, 서울 : 국립국악원, 2001. 김경실, 「조선시대 연화대무 동기복식 고증 및 재현」, 『服飾』52(6), 2002. 박가영, 「『악학궤범』 복식의 착용에 관한 연구」, 『국악원논문집』16, 2004. 오혜경, 「조선시대 舞童服飾에 관한 연구」, 단국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6.
박가영(朴嘉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