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박(牙拍), 동동(動動), 동동무(動動舞), 동동정재(動動呈才)
고려 때부터 전래하여 조선 후기 지방 관아와 교방에서 추었던 춤으로, 아박(牙拍)을 치면서 추는 춤
아박무는 고려 때부터 조선 시대까지 궁중 잔치나 사신연(使臣宴) 등에서 꾸준히 추어졌던 향악정재(鄕樂呈才)의 하나이다. 「동동사(動動詞)」를 노래하였기 때문에 〈동동(動動)〉으로도 불렸다. 조선 전기 성종조에 편찬된 『악학궤범(樂學軌範)』(1493)에는 무구(舞具) 이름을 따 아박무로 명칭을 바꾸어 기록하였다.
아박무가 지방 교방(敎坊)에서 언제부터 추어졌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읍지와 개인문집, 사행록 등을 통해 조선 후기에는 평안도 평양ㆍ성천ㆍ영변ㆍ삼화, 황해도 황주, 강원도 원주, 경상도 진주와 경주, 전라도 남원 등 전국 각지의 관아와 교방에서 아박무를 추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590년에 편찬된 『평양지(平壤志)』 ‘교방’ 항목에 〈아박〉이 공연종목으로 기록되어 있어 이미 16세기에 평안도 지역에서 아박무가 연행된 정황이 나타난다.
또한 1767년 경주를 유람하고 쓴 「동경유록(東京遊錄)」에는 경주(慶州) 십무(十舞)의 하나로 아박무를 꼽았으며, 1829년(순조 29)에 동지사 일행이었던 박사호(朴思浩)는 황주의 대악부에 아박무가 있다고 기록하였다(『심전고』, 「연계기정(燕薊紀程)」). 아박무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간 양상은 조선 후기에 선상기(選上妓)가 궁중과 지방의 문화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했던 당시의 상황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에는 조합이나 권번의 무용수가 극장무대에서 아박무를 공연하였다.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에서 다동조합 기생들이 네 명 편성으로 아박무를 추었으나, 이후 지방에서는 점차 사라졌다.
지방 교방에서 추었던 아박무의 내용이나 구성에 대한 기록은 매우 단편적이다. 궁중의 아박무는 두 무용수가 아박을 잡고 한 번 앞으로 나갔다가 뒤로 물러나는 일진일퇴(一進一退), 한 번 마주 보았다가 등을 지는 일면일배(一面一背) 등 여러 춤사위로 변모하며 박자에 맞춰 아박을 치는 동작이 핵심을 이룬다. 조선 후기 평안도 성천교방의 풍속을 노래한 「선루별곡」에 “쌍쌍얼너 아박이요”라는 기록을 통해 지방의 아박무 역시 궁중과 마찬가지로 두 명 또는 네 명의 짝수로 구성하였으며, 두 사람씩 박자에 맞춰 아박을 치면서 대무하는 춤임을 알 수 있다.
아박무의 창사는 고려 때부터 「동동사(動動詞)」를 불렀다가 순조 때 효명세자(孝明世子, 1809~1830)가 지은 칠언사구(七言四句)의 한시로 바꾸어 불렀다. 지방 교방의 아박무는 창사를 불렀는지 알 수 없다.
지방의 아박무 복식은 치마저고리가 기본이었으며, 잔치 규모나 성격에 따라 쾌자 혹은 전복을 갖추어 입었던 것으로 보인다. 춤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부벽루연회도〉에 묘사된 평양교방의 무용수는 치마저고리에 쾌자를 입고 있으며, 『교방가요(敎坊歌謠)』(1865)에 묘사된 진주교방의 무용수는 치마저고리가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아박무의 복식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무구인 아박은 『교방가요(敎坊歌謠)』에 묘사된 그림이 전부이다. 『악학궤범』에 의하면 궁중정재의 아박은 상아나 동물의 뼈로 만들며 여섯 조각을 사슴가죽으로 꿰고 오색의 매듭을 드리운다. 진주교방의 아박도 박편(拍片)을 묶고 매듭 장식을 늘어뜨린 형태이다. 다만 궁중정재의 아박이 한 쪽으로 오색 매듭을 늘어뜨린 것과는 달리 진주교방의 아박은 양쪽으로 매듭 장식이 달려 있다.
아박무는 악사의 박 소리와 무용수의 아박 소리가 상응하며 춤이 진행된다는 특징을 지닌다. 아박무는 무고와 함께 박자감 있게 소리의 절주를 맞추는 춤으로, 소리와 춤사위의 호응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춤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아박무가 고려 때부터 조선 말기까지 궁중은 물론 지방 관아에서 지속적으로 연행된 인기 요인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아박무는 청나라 말기에 조선인들이 이주하는 과정에서 중국 연변까지 전파되어 현재 흑룡강성 해림시의 무형문화유산으로 전승되고 있다. 조선족 아박무(呀拍舞)는 한자 표기가 한국과 다르며, 춤의 절차나 구성에서도 궁중의 아박무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아박을 쳐서 박자감 있게 소리 내며 춤춘다는 점은 같다.
『교방가요(敎坊歌謠)』 「선루별곡(仙樓別曲)」 『악학궤범(樂學軌範)』 이종숙, 「조선후기 외방향기(外方鄕妓)의 교방(敎坊) 춤 연구」, 『무형유산』 제11호, 국립무형유산원, 2021. 장선애, 「중국 동북 3성 조선족 비물질 문화재에 대한 연구」, 용인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2.
김은자(金恩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