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대무(蓮花臺舞)
금(金)으로 만든 방울이 달린 연화관(蓮花冠)을 머리에 쓰고 추는 춤
고려 시대부터 전승되어 온 연화대는 당악정재(唐樂呈才)이다. 연꽃의 꽃술로 태어난 어여쁜 여자 아이가 덕(德)으로써 나라를 교화한 임금에게 감동되어 노래와 춤으로 즐거움을 드리러 봉래(蓬萊)에서 왔다는 노래를 부르고, 금으로 만든 방울이 달린 연화관(蓮花冠)을 머리에 쓰고 도약(跳躍)하며 춤을 춘다.
연화대의 유래는 『고려사』 「악지」에 전한다. ‘본래 탁발위(拓跋魏)에서 나왔다’고 기록되어 있고, 이는 중국 북위(北魏)의 왕조를 세운 선비족(鮮卑族), 즉 탁발(拓跋)의 무용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나라와 송나라에서는 자지무(柘枝舞)라고 불렸는데, 여러 연구에서 자지무를 석국(石國; 중앙아시아 소그디아나 지방, 속특(粟特) 또는 속독(束毒))의 춤으로 보기도 한다. 중국 당(唐)나라 때 크게 유행하였으며, 송(宋)나라 때 연화대라는 이름으로 고려의 교방(敎坊)에 전승되었다. 순조 『(기축)진찬의궤』 악장(樂章) 기록에 의하면, 연화대가 만들어지게 된 시원(始原)에 대해 “어린 여자 아이가 연꽃 속에 숨어 있다가 꽃이 터진 후에 일어나 춤을 춘 것에 두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연꽃에서 출현하는 모습 대신 무용수들이 궁 뜰에 미리 배열한 다음에 춤을 시작하고, 방울이 달린 연화관(蓮花冠)을 머리에 쓰고 추었다는 기록이 『정재무도홀기』의 연화대 초입배열도(初入排列圖)에서 확인되고, 『원행을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 및 여러 의궤의 연화대 정재도에서 확인된다. 한편 연화대와 같은 시원을 둔 〈연화무(蓮花舞)〉는 화병에 꽂힌 꽃을 집어 들고 산작화무(散作花舞) 대형을 지으며 추었다.
연화대는 독자적으로 추기도 하고, 〈학무〉 및 〈처용무〉와 합설로 춘 기록이 『용재총화(慵齋叢話)』(1525), 『조선왕조실록』, 각종 의궤, 『악학궤범(樂學軌範)』(1493)에 전한다.
연화대는 고려 및 조선 시대에 궁중과 지방 관아 교방에서도 추어졌고, 현대에는 한국전쟁 후 국립국악원 주도하에 김천흥(金千興, 1909~2007)과 이흥구(李興九, 1940~ )의 안무로 재현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때의 연화대 내용은 『정재무도홀기』를 참고삼아 무대화한 것으로 문헌[고무보] 내용과는 다소 차이가 있으며,『궁중무용무보』제8집에 전한다.
연화대 무용수는 무구인 연화관을 설치하고 끈을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 악사(樂師), 무용수들을 이끄는 역할을 하는 죽간자(竹竿子), 그리고 주인공인 어린 여자 아이 동녀(童女)와 동녀 곁에서 춤추는 협무(挾舞)로 구성된다. 죽간자 및 악사의 무용수 구성에는 변함없지만 고려와 조선 초기에 동녀 두 명이 춘 것에서 조선 후기에 협무가 함께 추는 것으로 확장되면서, 동녀는 북쪽 협무는 남쪽에 선 대열[전후대형(前後隊形)]에서 춤추는 구조로 변화되었다.
『정재무도홀기』에 전하는 조선 후기 연화대 춤은, ①악사가 무구[연화관]를 설치하는 춤, ②죽간자가 진구호(進口號)를 부르는 춤, ③동녀가 병거외수(並擧外袖)로 노래[唱詞]를 부르는 춤, ④팔수무(八手舞)를 추며 연화관을 잡는 춤, ⑥연화관을 서로의 머리에 씌워 주는 대수(戴首)춤, ⑤악사가 연화관 끈을 묶어주는 [결관영(結冠纓)] 춤, ⑦동녀와 협무가 마주보고 추는 혹면(或面)ㆍ등지고 추는 혹배(或背)ㆍ발을 굴리며 뛰면서 추는 도약무(跳躍舞)ㆍ북쪽을 바라보고 춤추는 북향무(北向舞), ⑧ 죽간자가 퇴구호(退口號)를 부르는 춤 등으로 구성되는데, 무용수들이 춤 출 때마다 연화관에 달린 방울소리가 청아하게 울려 퍼진다.
현재 추어지는 연화대는 조선 후기 『정재무도홀기』의 기록을 토대로 무대화하면서 악사는 두 명으로 변화되었고, 죽간자의 구호나 동녀의 창사는 첫 소절만 부른다. 춤 또한 도약무를 2005년 이전에는 좌우 손을 각각 위로 들어 휘두르며 돌면서 추는 춤과 왼쪽으로 빙그르르 도는 주선(周旋)을 추고, 전대[북쪽]에 선 동녀와 후대[남쪽]에 선 협무가 서로 좌우 어깨를 끼고 돌며 제자리로 돌아와 서는 환복기대이무(還復其隊而舞)를 추었다. 반면 2005년 이후로는 도약무를 좌우 무용수가 두 팔을 양옆으로 펴 드는 무작(舞作)을 하고 서로 마주보고 뛰어 제자리로 돌아와 서는 환복기대이무로 추었다.
연화대에서 죽간자는 춤을 추기 전에 진구호(進口號)와 춤을 마친 다음 퇴구호(退口號)를 부르는데, 진구호는 “좋은 날 연꽃에서 아주 기묘하고 아리따운 춤을 추어 보인다”라는 내용이고, 퇴구호는 “춤을 마치고 봉래산으로 다시 돌아간다”라는 내용이다. 동녀는 “봉래(蓬萊)에서 내려와 연꽃 술로 환생(幻生)하여, 군왕의 덕화(德化)에 감격하여 가무로써 그 즐거움을 가져다주러 온 것입니다”라는 「미신사(微臣詞)」를 부른다. [죽간자 구호] 綺席光華卜晝開, 千般樂事一時來. 기석광화복주개, 천반낙사일시래. 蓮房化出英英態, 妙舞姸歌不世才. 연방화출영영태, 묘무연가불세재. [죽간자 구호] 좋은 날 가려 화려한 잔치 여니, 온갖 즐거운 일 한꺼번에 몰려드네. 연꽃에서 나온 곱디 고운 자태에 묘한 춤, 고운 노래는 세상에 없는 재주지요. [동녀창사: 미신사(微臣詞)] 住在蓬萊, 下生蓮蘂. 주재봉래, 하생연예. 有感君王之德化, 來呈歌舞之懽娛. 유감군왕지덕화, 내정가무지환오. [동녀 창사 : 미신사(微臣詞)] 봉래산에서 살고 있다가 세상에 내려와 연꽃에서 태어났지요. 임금님의 덕화에 감동하여 노래와 춤으로 즐거움을 바치나이다. [죽간자 구호] 雅樂將終, 拜辭華席. 아악장종, 배사화석. 仙軺慾返, 遙指雲程. 선초욕반, 요지운정 [죽간자 구호] 청아한 음악 끝나려 하니, 잔치자리에 절하며 하직인사 올리고 신선 수레 돌려 떠나고자 멀리 구름 사이 길을 가리킵니다. -원문출처: 김천흥, 『정재무도홀기 창사보1』 -번역: 강명관
연화대의 반주음악은 시대별과 연향별 그리고 지금의 공연의 성격에 따라 변화를 주어 연주한다. 조선 전기에는 〈전인자(前引子)〉ㆍ〈후인자(後引子)〉ㆍ〈중선회인자(衆仙會引子)〉ㆍ〈헌천수만(獻天壽慢)〉ㆍ〈반하무(班賀舞)〉로 구성하였다. 조선 후기에는 〈보허자(步虛子)〉와 〈향당교주(鄕唐交奏)〉에 맞춰 춤추었고, 현재는 〈보허자〉ㆍ〈도드리〉ㆍ〈타령〉을 연주한다.
연화대 동녀의 복식은 홍라단의(紅羅丹衣)ㆍ홍라상(紅羅裳)ㆍ홍초말군(紅綃襪裙)을 입고, 금화홍라대(金花紅羅帶)를 띠고, 방울[금령]이 달린 합립(蛤笠)을 머리에 쓰고, 유소(流蘇)를 늘어뜨리고 황홍장미(黃紅薔薇)를 꽂는 것으로 『악학궤범』에 전한다. 현재 동녀는 연두색 단의ㆍ붉은 치마ㆍ옥색 한삼을 착용하고, 협무는 노란색 단의인 황초단삼(黃綃丹衫)을 입고 오색한삼을 착용하고, 악사는 비란삼(緋鸞衫)을 입고, 복두(幞頭)를 쓰고, 기량대(起粱帶)를 허리에 두르고, 흑피화(黑皮靴)를 신는다. 연화대에 사용하는 죽간자는 당악정재에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의물(儀物)로서 대나무로 만들고 붉을 칠을 한다. 두 사람이 죽간자를 잡고 무용수들을 이끄는 역할을 하는데,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는 어린 여자 아이가 들기도 한다. 연화대에서 사용하는 무구는 머리에 쓰는 연화관이 있는데, 이것을 합립(蛤笠)이라고도 불렀다. 합립은 송사 악지에서는 호모(胡帽)라 하였는데, 이것은 원산지(原産地)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반면 합립과 연화관은 모자의 형태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연화대는 백성을 위해 어진 정치를 펼친 임금의 덕화에 감사함을 표하는 고마움이 담겨있는 「미신사」 노래에서 드러난다. 노랫말 중 봉래산은 신선이 사는 상징적 요소로서, 신선이 머무는 곳에 사는 아리따운 처녀가 임금의 덕화에 감동하여 연꽃 속에 숨었다가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노래와 춤을 올리는데, 모든 춤 가운데 가장 오묘하고 절묘한 춤으로『악학궤범』에 전한다.
『정재무도홀기』 기록을 토대로 무대화한 연화대는 1993년에 궁중 〈학무〉와 합설하여 종목 명칭을 〈학연화대합설무〉로 지정받았고, 보유자는 이흥구이다. 이 때의 연화대는 연꽃 속에서 동녀가 걸어 나오는 것으로 재구성되었고, 현재는 학연화대합설무보존회를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다.
서인화 외, 『한국음악학자료총서 제35집: 조선시대 진연 진찬 진하병풍』, 국립국악원, 2000. 이흥구 외, 학연화대합설무, 피아, 2006. 손선숙, 「연화대 재현의 실제와 문제점, 나아갈 방향」, 『한국문학과 예술』 17, 2015. 송지원, 「조선시대 궁중학무(鶴舞)의 연행 양상연구」, 『공연문화연구』15, 2007. 이숙희, 「지당판(池塘板)의 구조와 성격」, 『공연문화연구』 28, 2014.
손선숙(孫善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