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전기에 만들어진 당악정재의 하나로, 무용수 여섯 명이 꽃을 들고 궁궐의 봄빛 완연한 풍경과 봄꽃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춤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당악정재의 하나로, 죽간자를 든 무용수 두 명과 중앙의 무용수 한 명이 화답하는 형식으로 시작하여, 꽃을 든 여섯 명의 무용수들이 봄빛 완연한 궁궐의 풍경과 복숭아꽃ㆍ살구꽃 등 봄꽃을 찬미하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며 추는 춤이다. 처음에 좌우로 나뉘어 들어와 서고, 춤을 출 때는 좌우[동서]와 전후[남북]로 대형을 이루어 춤을 춘다.
육화대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악학궤범(樂學軌範)』(1493) 권4 「시용당악정재도의」로, ‘여섯 사람이 각각 꽃을 들고 추는 꽃춤[화무(花舞)]로, 송나라의 대곡(大曲)에서 나온 것 같다’ 고 되어 있다. 이후 약 400년간 등장하지 않다가 고종대의 『(계사)여령각정재무도홀기』(1893), 갑오 『외진연시무동각정재무도홀기』(1894), 신축『외진연시무동각정재무도홀기』(1901)등에 수록되어 전한다. 육화대의 죽간자 구호 ‘육궁(六宮; 고대 황후의 침전 6곳)의 치장을 본받았고’와 중심 무용수의 ‘새로운 노래를 상국에서 가져오고, 옛 고사에서 전고를 얻어 문장을 만들었다’는 악장을 통해 육화대가 중국의 ‘화무(花舞)’를 토대로 제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조선 후기 지방 관아에서 연행된 춤을 기록한 『교방가요(敎坊歌謠)』(1872)에도 육화대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는 궁중 정재인 육화대가 민간으로 전해지면서 춤의 절차와 복식, 내용이 변화된 것으로 보인다.
당악정재 육화대는 1990년대 국립국악원의 주도하에 김천흥(金千興, 1909~2007)에 의해 재현되었고, 2015년에는 『교방가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육화대가 공연되었다. 현재 국립국악원을 비롯하여 민간무용단체의 공연을 통해 전승되고 있다.
○ 내용
육화대의 내용은 꽃을 든 여섯 명의 무용수들이 봄꽃으로 어우러진 화려한 궁궐의 정경과 복숭아꽃ㆍ살구꽃ㆍ해당화ㆍ배꽃ㆍ장미화ㆍ산복숭아나무꽃 등 여섯 꽃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것으로 화려한 미감을 담아내고 있다.
○ 구성
육화대는 의물을 든 열여덟 명과 개를 든 네 명, 중심 무용수(치어인) 한 명, 꽃을 든 여섯 명의 무용수로 구성되어 있으며, 처음 시작은 한 손에 꽃을 든 여섯 명의 무용수가 좌(동쪽)에 세 명, 우(서쪽)에 세 명으로 나눠 서고, 중심 무용수(치어인)가 중앙에 위치한다. 육화대의 진행은 ① 죽간자가 나아가 ‘문화심사(問花心詞)’를 하고 물러나면, 중심 무용수가 오른 소매를 들고 ‘화심답사(花心答詞)’로 답창하고 뒤로 물러나기 ② 동쪽과 서쪽의 좌우대형으로 서 있던 무용수들이 교대로 나아가되 동쪽의 무용수는 오른손으로 꽃을 받들고 왼쪽의 무용수는 왼손으로 잡고 나아가 일념시(一念詩)ㆍ이념시(二念詩) ㆍ삼념시(三念詩)를 부르고 물러나기 ③ 무용수 여섯 명이 둥글게 춤추며 돌아 남[손리곤(巽离坤)]ㆍ북[건감간(乾坎艮)] 전후대형으로 선다. 육화대는 좌우(동서) 두 대로 나뉘어 들어오고, 춤출 때는 육화대는 좌우(동서) 두 대로 나뉘어 들어오고, 춤출 때는 남북대형으로 서서 연행한다. 동서와 남북 간 대형의 자리바꿈·마주보거나 등을 맞대고 춤을 추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ㅇ 구조
육화대는 시대별로 변화되었다. 조선전기에는 여섯 명의 무용수가 칠언 사구((七言 四句)의 한시를 번갈아 한 번씩 부르고 회무(回舞)를 돌면서 춤추는 대형으로 나아갔으나, 조선후기에는 첫 번째 회무 후 좌우(동서)대형으로 나누어 서고, 다시 동쪽의 무용수부터 한 명씩 교대로 여섯 명까지 국문 가사를 부른 뒤 무용수 여섯 명이 좌우로 둥글게 돌면서 춤을 추었다. 중심 무용수는 꽃을 잡지 않았고, 조선 전기에는 동쪽의 무용수는 오른손에 잡고 서쪽의 무용수는 왼손에 꽃을 잡았으나 조선 후기 고종 『(신축)진찬의궤』ㆍ『진연의궤』(1901)에 수록되어 있는 정재도에는 무용수 여섯 명 모두가 오른손에 꽃을 잡고 춤을 추었다.
○주요 춤사위
육화대의 춤사위는 족도ㆍ염수족도ㆍ사수무ㆍ팔수무ㆍ협수무ㆍ퇴수무가 사용되었다. 두 대 좌우대형에서 북향하여 춤출 때 사수무를 추고, 좌우대형에서 전대 세 명과 후대 세 명이 환대할 때에는 팔수무를 추며, 종결부에 좌우 여섯 명이 무진ㆍ무퇴할 때에는 협수무와 퇴수무를 추었다.
죽간자는 도입부에 ‘다행히 뜰에서 펼쳐진 놀이에 참여했으니 궁궐에 나온 뜻을 아뢰고자 하나이다.’라는 문화심사를 부르고 종결부에는 ‘푸르고 붉은 아름다운 자태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고운 모습 저마다 뽐내고 맑은 노래 아름다운 춤으로 화려한 연회에서 마음껏 재주를 펼쳤습니다. 아정한 음악 끝나려 하여 절하고 물러납니다.’ 라는 퇴구호를 부른다. 치어를 하는 중심무용수는 죽간자의 문화심사에 ‘죽지사는 곡조는 아름다우나 치세의 음악은 아니옵고 도엽가는 정은 많지만 정인의 들음에는 맞지 않습니다. 새로운 소리를 상국에서 채취하고 옛일을 전인에게서 찾아 편창으로 만들어야 제일가는 명품이 되옵니다. 변변치 못하여 부끄러우나 즐거운 자리를 돕고자 합니다.’ 라는 화답의 노래를 한다. 좌우 무용수 여섯 명은 차례로 봄과 꽃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일념시ㆍ이념시ㆍ삼념시를 불렀다.
원문 | 해설 | |
[죽간자 구호:문화심사(問花心詞)]) | 新花在手, 逞綽約之春光. 신화재수, 영작약지춘광. 寶帶圍腰, 學六宮之粧束. 보대위요, 학육궁지장속. 幸預在庭之樂, 願陳陣詣闕之由. 행예재정지락, 원진예궐지유. | 새 꽃 손에 들고 고운 봄빛을 바치옵니다. 육궁(六宮)[고대 황후의 침전 6곳]의 단장과 매무새 배워 다행히도 궁궐 뜨락 잔치에 참여하여 예궐(詣闕)한 뜻을 말씀드리고자 하나이다. |
[창:화심답사(花心答詞)] | 顧慚微品, 願助陳歡. 고참미품, 원조진환. 金縷聲催, 凝行雲而可駐. 금루성최, 응행운이가주. 華茵影過, 知回雪之將飄 화인영과, 지회설지장표. 未敢自專, 伏候宸旨. 미감자전, 복후신지. | 생각건대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 부끄럽지만, 즐겁게 하는 일을 돕기 원하옵니다. 금루곡(金縷曲)[당나라 때 금(琴曲)의 이름] 소리 잦아드니 지나던 구름도 멈추어 머물게 하고 화려한 잔치 자리 시간이 지나가매 맴도는 눈송이 장차 흩날릴 줄을 알겠나이다. 하지만 감히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엎드려 임금님의 뜻을 기다립니다. | [창:일념시(一念詩)] | 折得慇懃色正新, 嬌紅嫩綠露初均. 절득은근생정신, 교홍눈록로초균. 休言能解應傾國, 高壓香城艶占春. 휴언능해응경국, 고압향성염점춘. | 정성스럽게 꺾어 보니 빛깔도 정말 고와 어여쁜 붉은 빛, 연록빛 꽃에 이슬 고루 맺혔네. 사람말 알아듣고 나라를 기울이겠다고 말하지는 마오, 고운 자태 선경(仙境)의 봄을 독차지 했을 뿐이라오. | [창:일념시(一念詩)] | 艶杏暗燒錦色新,1 谷園初折一枝均.2 염행암소금색신, 곡원초절일지균. 盈盈不慣梅花發, 半倚樓臺笑早春 영영불관매화발, 반의누대소조춘. | 살구꽂 남몰래 타듯 피니 비단처럼 새뜻하여 곡원(谷園, 石崇의 아름다운 장원)에서 처음 한 가지에 고루 피었구나. 끼끗한 모습 매화 핀 것과는 사뭇 달라 반쯤 누대(樓臺)에 기댄 채 이른 봄을 비웃는다오. | [창:이념시(二念詩)] | 海棠花發錦江新, 宮女紅粧醉未均. 해당화발금강신, 궁녀홍장취미균. 不放東君容易去, 一枝須折蜀州春. 불방동군용이거, 일지수절촉주춘. | 해당화 피어나니 금강(錦江)이 새뜻한데, 궁녀들 붉은 단장 술 취해 흐트러졌네. 봄날 쉬이 놓아 보낼 수 없으니 촉주(蜀州) 봄날을 한 가지에 꺾어 두어야만 하리. | [창:이념시(二念詩)] | 玉容淡佇對佳新, 輕折枝枝傅粉均. 옥용담저대가신, 경절지지부분균. 素色最宜明月下, 何須紅紫壓芳春. 소색최의명월하, 하수홍자압방춘. | 옥 같은 자태를 기다리다 곱고 새뜻한 모습 마주하니, 가볍게 꺾은 가지마다 분단장 고루 했네. 흰 빛은 밝은 달 아래 가장 어울리니 어찌 붉은 빛, 자줏빛만 고운 봄에 으뜸일까? | [창:삼념시(三念詩)] | 金刀初剪露痕新, 輕疊羅黃密綴均. 금도초전노흔신, 경첩나황밀철균. 碧玉枝頭開遍到, 裊嬈偏稱上都春. 벽옥지두개편도, 요요편칭상도춘. | 금 칼로 자르자말자 이슬 흔적 새롭고 살짝 포갠 누런 비단은 고르게 꼼꼼히 이었네. 벽옥 가지 끝마다 두루 피었으니 가녀린 그 모습만 유독 서울의 봄 경치라고 일컫네. 어여쁜 그 모습만 서울의 봄 경치라고 하네. | [창:삼념시(三念詩)] | 小桃破萼錦鮮新, 迎日夭夭美艶均. 소도파악금선신, 영일요요미염균. 靑帝施工偏着意, 一枝先折滿城春. 청제시공편착의, 일지선절만성춘. | 작은 복사꽃 꽃망울 터뜨리니 비단처럼 새뜻하고 햇볕 맞아 가녀린 모두 고루 아리땁다. 청제(靑帝, 봄의 신)가 봄 꾸밀 적에 각별히 뜻을 두었으니, 한 가지 먼저 꺾으매 온 성이 봄이로다. | [창:삼념시(三念詩)] | 金刀初剪露痕新, 輕疊羅黃密綴均. 금도초전노흔신, 경첩나황밀철균. 碧玉枝頭開遍到, 裊嬈偏稱上都春. 벽옥지두개편도, 요요편칭상도춘. | 금 칼로 자르자말자 이슬 흔적 새롭고 살짝 포갠 누런 비단은 고르게 꼼꼼히 이었네. 벽옥 가지 끝마다 두루 피었으니 가녀린 그 모습만 유독 서울의 봄 경치라고 일컫네. 어여쁜 그 모습만 서울의 봄 경치라고 하네. | [창:삼념시(三念詩)] | 小桃破萼錦鮮新, 迎日夭夭美艶均. 소도파악금선신, 영일요요미염균. 靑帝施工偏着意, 一枝先折滿城春. 청제시공편착의, 일지선절만성춘. | 작은 복사꽃 꽃망울 터뜨리니 비단처럼 새뜻하고 햇볕 맞아 가녀린 모두 고루 아리땁다. 청제(靑帝, 봄의 신)가 봄 꾸밀 적에 각별히 뜻을 두었으니, 한 가지 먼저 꺾으매 온 성이 봄이로다. | [창:일념가(一念歌)] 농 | 절득은극(折得慇懃)하였으니 빛이 정(正)히 새롭도다. 교홍눈록(嬌紅嫩綠)에 이슬이 초균(初均)하고, 능해응경국(能解應傾國)이라 이르지 마쇼. 높이 향성(香城)을 눌러 고흔 봄을 점(占)쳤더라. | [창:일념가(一念歌)] 계락 | 염행(艶杏)이 암소(暗燒)하여 금색(錦色)과 새롭도다. 곡원(谷園)에 초절(初折)한 일지(一枝)가 고루럿고, 차고 찬 것은 매화(梅花) 핌을 익이지 마쇼. 반은 누대(樓臺)를 의(倚)지하여 조춘(早春)을 우으더라. | [창:이념가(二念歌)] 편 | 해당화(海棠花) 픠여고야 금강(錦江)이 새로오니, 궁녀홍장(宮女紅粧)은 취(醉)하여 미균(未均)토다. 동군(東君)이 용이(容易) 감을 놓지 않어, 일지(一枝)를 모름지기 촉주춘(蜀州春)에 꺾었더라. | [창:이념가(二念歌)」 | 옥용(玉容)이 담저(淡佇)하여 가신(佳新)함을 대(對)하도다. 경절지지(輕折枝枝)하여 부분(傅粉)이 고루럿고, 흰빛을 명월하(明月下)에 마땅하니, 어찌 모름지기 홍자(紅紫)로 방춘(芳春)을 누르리오? | [창:삼념가(三念歌)] | 금도(金刀)로 초전(初剪)하니 노흔(露痕)이 새롭도다. 경첩라황(輕疊羅黃)은 밀철(密綴)하여 고루럿고, 벽옥지두(碧玉枝頭)에 열기를 편도(遍到)하니 요요(裊嬈)하여 편(偏)벽히 상도춘(上都春)을 일컷더라. | [창:삼념가(三念歌)] | 소도(小桃)가 파악(破萼)하니 비단갓치 선신(鮮新)하다. 영일요요(迎日夭夭)하여 고흠이 고루럿고, 청제(靑帝)의 시공(施工)으로 편(偏)벽히 뜻을 붓쳐, 일지(一枝)를 먼져 만성춘(滿城春)에 것거더라. |
[죽간자 구호] | 新花在手, 逞綽約之春光. 嫩綠嬌紅, 共爭姸於麗景. 눈록교홍, 공쟁연어려경. 淸歌妙舞, 俱效技於華筵. 청가묘무, 구효기어화연. 雅音垂成, 拜辭以退. 아음수성, 배사이퇴. | 어여쁜 붉은 빛, 연한 초록빛은 화려한 경치 중에서 아리따움을 다투고 맑은 노래, 오묘한 춤사위로 모두 화려한 잔치에서 자기 기량을 바치네. 전아한 음악 연주 마치옵고 절하며 하직하고 물러나려 하옵니다. |
1) ‘艶杏暗燒錦色新’의 ‘暗燒’는 진연의궤(進宴儀軌)에는 ‘暗消’ 임하필기(林下筆記)에는 ‘燒晴’으로 되어 있다. 2)‘谷園初折一枝均’의 ‘折’은 ‘拆’ 자
『악학궤범』에 의하면, 조선 전기에는 동쪽의 무용수 세 명은 홍의(紅衣), 서쪽의 무용수 세 명은 남의(藍衣)를 입었다. 조선 후기에는 복식에 변화가 생기는데, (계사)여령각정재무도홀기에 나오는 복식은 조선 전기와 동일하지만 신축진찬도병(1901)에는 동쪽 세 명은 옥색의(玉色衣)ㆍ자적의(紫赤衣)ㆍ양람의(洋藍衣)를 입고, 서쪽 세 명은 초록의(草綠衣)ㆍ진홍의(眞紅衣)ㆍ분홍의(粉紅衣)를 입었다.
육화대는 대개의 당악정재와는 달리 죽간자를 든 무용수와 치어를 부르는 중심 무용수가 서로 묻고 화답하는 형식이 특징이다. 춤 자체에 큰 의미를 함축하지 않고 봄철의 꽃을 찬미하는 노래를 불렀다. 춤의 절차에 있어서 시작과 마침을 동서 대형으로 하며, 무용수 여섯 명이 차례로 노래를 부르고 춤이 전개되면서 남북대형으로 바꿔 서로 마주 보고, 혹은 등을 맞대고 춤을 추는데, 동서남북이라는 시공간의 이동을 통해 균형과 조화의 미를 보여준다.
손선숙, 조선왕조 의궤 정재도의 무용기록, 역락, 2019. 김영희 외 4인, 한국춤통사, 보고사, 2014. 이혜구 역주, 신역 악학궤범, 한국음악학 학술총서 5, 국립국악원, 2000. 왕실문화도감 궁중악무, 국립고궁박물관, 2014.
김경숙(金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