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병에 꽂힌 연꽃봉오리를 집어 들고 추는 춤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향악정재로 여섯 명의 무용수들이 연화병에 꽂혀있는 연꽃봉오리 꽃을 각각 뽑아들고 산작화무(散作花舞) 대형을 지으며 추는 춤이다. 초연 당시 무동이 추었으며, 연향에 따라 창사를 생략하기도 하였다.
연화무는 순조 『(무자)진작의궤』(1828)에 처음 나타나는데, ‘두 여동이 등장할 때에 두 연화 속에 숨어 있기 때문에 이름을 연화무라 한다’고 되어 있다. 이와 유사한 춤이 『고려사』 「악지」에는 <연화대무>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연화병 여섯 개를 설치하여 앞에 앉힌다. 무동 여섯 명이 각각 병의 꽃 한 가지를 취하여 좌우전후로 나누어 북향하여 춤춘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 춤이 현행 연화무에 해당된다. 『정재무도홀기』에 수록된 연화무 역시 연화병 여섯 개를 놓고 여섯 명이 춤을 추는 것으로 보아, 연화무는 〈연화대무〉를 바탕으로 조선 후기에 새로운 양식으로 창작된 것으로 보인다.
연화무는 한동안 전승이 끊어졌으나, 1993년에 연화무를 수록한 무보가 발견됨에 따라, 2004년에 여자 무용수들의 춤으로 재구성되었다.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립국악원 주요 공연 레퍼토리의 하나로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내용 연화병에 꽂혀 있는 연꽃봉오리를 취하여 즐겁게 춤을 추는 연화무는 연꽃이 의미하는 고결ㆍ청정ㆍ번영이 담긴 연꽃봉오리가 활짝 피어 오랫동안 풍요롭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고자 했던 마음을 담아낸 춤이다. 머리에 활짝 핀 연꽃이 달려있는 연화합립을 쓰고 녹색 의상을 입고 연꽃봉오리를 들고 추는 그 자체가 한 폭의 연꽃을 연상하게 하는 아름다운 춤이다. ○구성 연화무는 받침을 갖춘 연화병을 설치하고, 무용수 여섯 명이 연꽃봉오리를 오른손과 왼손에 각각 잡고 좌우전후로 나누어 서서 북쪽을 향해서 춤을 추는 복합대형 구조로 되어 있다. 음악이 연주되고 악사가 연화병을 놓고 나가면 ① 무동 여섯 명이 일렬대형으로 나아가 한 손에 꽃을 잡고, ② 꽃을 잡은 후에는 꽃이 펼쳐진 모양의 대형[산작화무(散作花舞)]을 이루고, ③ 서로 마주 보거나 한삼을 떨쳐 뿌리고 도는 춤[전환불전이무(轉懽拂轉而舞)]을 춘다. ④ 다시 일렬대형으로 서서 춤을 추며 앞으로 나갔다 뒤로 물러나면 음악이 그친다. 꽃을 잡기 전과 후에 대형과 춤사위에 변화를 주는 점층적 구성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처음 일렬대형으로 나아가 꽃을 잡고 오른쪽으로 돌면서 복합대형인 산작화무대형을 이루어 춤추고 다시 일렬대형으로 춤을 마치는 일련의 과정은 고요하면서도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주요 춤사위 연화무의 핵심적인 춤사위는 연화병의 연꽃봉오리를 보고 어르다가 집어 드는 동작이다. 또한 꽃잎이 펼쳐진 모양의 대형에 서서 꽃을 잡은 한손은 꽃을 놀리고 다른 한손은 한삼을 뿌리며 서로 마주보며 춤추고, 뿌리고 돌면서 추는 산작화무는 순조 『(무자)진작의궤』와 『정재무도홀기』에 전하는 주요 대형이다. 현재 국립국악원에서 추어지는 춤사위로는 ① 처음 일렬대형으로 무작의 춤사위로 앞으로 나와 연꽃봉오리를 취하고, ② 이수고저의 춤사위로 산작화무 대형으로 이동하고, ③ 절요이요(折腰理腰;두팔을 앞으로 지어 여미고 한 발을 내딛어 무릎을 굽히며 몸을 앞으로 숙였다가 무릎을 펴며 뒤로 젖히는 동작)ㆍ비리ㆍ회두의 춤사위를 하고, ④ 두 손을 뒤로 여미고 돌면서 다시 일렬대형으로 이동하여 무작9)의 춤사위ㆍ염수(斂手; 두 손을 앞으로 여미는 동작)와 절을 하면서 마친다. 연화무의 무구인 연화병은 공연의 성격에 따라 무용수와 함께 악사가 들고 나와 설치되기도 하고, 미리 설치된 상태에서 춤이 시작되기도 한다.
연화무의 창사는 호수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연꽃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춤이 진행되는 가운데 세 번에 걸쳐 부른다. 화병에서 꽃을 집어 들기 전에 제일변창사(第一變唱詞)를 하고, 꽃을 취하여 춤추고 제이변창사를 부르며, 꽃잎이 펼쳐진 모양의 대형을 이루며 춤을 추다가 앞으로 나아가 음악이 그치면 제삼변창사를 병창한다. 연향에 따라 무동이 출 때는 창사를 부르지 않기도 하였다.
원문 | 해설 | |
「제일변창사」 | 荷葉羅裙一色裁, 芙蓉向臉兩邊開. 하엽나군일색재, 부용향검양변개. 亂入池中看不見, 聞歌始覺有人來. 난입지중간불견, 문가시각유인래. | 비단치마 연잎처럼 한 색으로 지었더니, 부용은 뺨을 향해 양쪽에서 피었구나. 연못 속에 섞여 들어 보려도 뵈지 않아, 노래 듣고서야 사람 있는 줄 알게 되네. |
「제이변창사」 | 翠蓋紅幢耀日鮮, 西湖佳麗會羣仙. 취개홍당요일선, 서호가려회군선. 波平十里鋪雲錦, 風度淸香趂畵船. 파평십리포운금, 풍도청향진화선. | 푸른 일산 붉은 깃발 햇빛 받아 선명한데, 서호 아름다운 경치에 뭇 신선들 모여들고. 잔잔한 십리 물결에 구름 비단 깔았는데, 바람결에 맑은 향기 화선(畫船, 아름답게 장식한 배)을 쫓아가네. | 「제삼변창사 병창」 | 紅白蓮花開共塘, 兩般顔色一般香. 홍백연화개공당, 양반안색일반향. 恰如漢殿三千女, 半是濃糚半淡糚 흡여한전삼천녀, 반시농장반담장. | 붉고 흰 연꽃이 같은 연못에 피었으니, 빛깔은 둘이지만, 향기는 꼭 같다네. 흡사 한(漢)나라 궁전 삼천의 궁녀들이 반은 짙은 화장, 반은 옅은 화장 한 것 같네. |
원문: 김천흥, 『정재무도홀기 창사보2』 번역: 강명관
연화무는 흰색 한삼을 끼고 한손에 연꽃봉오리를 들고 추는 춤으로, 상의 의상은 백질흑선중단의(白質黑單中單衣)와 녹색의 소매가 넓은 두루마기 같은 녹라포(綠羅袍)을 겉에 입으며, 하의 의상은 홍질남선상(紅質藍縇裳)을 입고 학정대(鶴頂帶)를 찼다. 머리에 쓰는 화관은 금주모(金珠帽)와 활짝 핀 연꽃이 달려있는 삿갓 모양의 연화합립을 쓰고, 신발은 비두리(飛頭履)를 신었다. 현대의 공연에서는 일반 정재 여령의 복식인 화관을 쓰고 안에는 남색상을, 겉에는 홍초상을 입고, 그 위에 황초삼을 입는다. 붉은 공단에 금박 무늬를 넣은 수대를 띠고 오색한삼을 사용했으며, 초록혜를 신고 추기도 한다.
고려시대 〈연화대무〉에 연원을 두고 있으나 연꽃 속에서 어린 동녀가 나오는 〈연화대무〉와는 달리 연화병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창작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또한 무구에서 사선무와는 다르게 아직 피지 않은 연꽃봉오리를 들고, 활짝 피어 날 연꽃이 상징하는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함축적 의미를 담아내고 있는데, 복식은 이미 활짝 핀 연꽃을 표상하고 있는 특징이 있다.
손선숙, 『한국궁중무용사』, 보고사, 1990. 이의강, 『국역순조무자진작의궤』, 2006. 『왕실문화도감』, 궁중악무, 국립고궁박물관, 2014. 국립국악원, 토요명품공연, 2012.6.30. 프로그램.
김경숙(金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