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현금, 휘금(徽琴), 유금(儒琴), 당금(唐琴), 소금(素琴)
고려 예종부터 조선 말기까지 아악에 사용한 중국 고대 현악기
고려 예종 때 대성아악의 유입과 함께 금이 본격적으로 궁중 제례에 사용되었다. 오동나무와 밤나무 위에 일곱 줄을 얹고 안족 대신 열세 개의 휘를 박아 왼손가락으로 누르는 현의 위치를 표시한다. 오른손으로는 현을 뜯거나 쳐서 연주한다.
『삼국사기』에 진나라 칠현금이 고구려에 유입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고려 예종 때 송나라로부터 들여온 대성아악이 제례의식에 사용되면서부터 금이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조선전기의 『악학궤범』에는 금의 도해와 산형, 제작 방법이 수록되어 전하며, 조선후기 문헌인 『시악화성』에는 『악학궤범』과는 다른 조현법이 소개되기도 했다. 중국 『시경』에 등장한 금은 주나라 이후 일ㆍ삼ㆍ오ㆍ칠ㆍ구현금의 다섯 종류가 있어 문인(文人)의 악기로 사용되었고 우리나라에는 칠현금만 전래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제례악에 사용되었으며, 『휘금가곡보』(1893)에 의하면 조선 말기에 윤용구(尹用求, 1853∼1939)가 가곡 반주를 위해 칠현금의 조현법과 연주법을 개발한 일이 있다. 한 때 연주 전통이 끊겼으나, 국립국악원이 아악을 사용하는 제례악 연주 시에 사용한다.
○구조와 형태
〈윗판〉
액(額): 악기의 머리 부분. 좌단에 해당함.
승로(承露): 임악을 받치고 액과 연결된 부분으로 나무판으로 된 장식.
임악(臨岳): 머리 쪽에 현을 올려놓는 부분으로 악산(岳山)이라고도 한다. 현침에 해당함.
휘(徽): 공명통에 흰 조개껍질이나 옥석으로 만든 열세 개의 장식으로서, 손을 짚는 자리를 표시함.
윤율(閏律): 열세 개의 휘 중, 열두 달을 상징하는 열두 개 사이의 가장 가운데 휘를 윤율이라고 함.
가〔邊〕: 악기의 가장자리 변
관각(冠角): 윗판 꼬리 쪽 용은을 중심으로 양옆 변 부분
용은(龍齦): 윗판 꼬리 쪽 가운데 지점에서 일곱 개 현을 밑판 방향으로 넘기는 부분.
〈밑판〉
배(腹): 악기 밑판의 몸통을 이르는 말.
주(柱): 두 개의 주는 둥근 모양의 하늘[天]과 모난 형태의 땅[地]으로 구분하며, 안족(雁足)이라고도 함.
진(軫): 밑판에서 현을 받치고 있는 부분. 거문고의 돌괘의 역할에 해당함.
현안(絃眼): 진에 현을 돌려 말아서 고정한 매듭 부분.
용천(龍泉): 악기 밑판의 중간에 위치한 구멍으로 용지(龍池)라고도 함.
봉지(鳳池): 악기 밑판의 꼬리 부분에 위치한 구멍으로 봉소(鳳沼)라고도 함.
발(足): 밑판 중 악기의 머리 쪽 받침.
은탁(齦托): 밑판 중 악기의 꼬리 쪽 받침
○음역과 조율법
『악학궤범』에 따르면 금의 제1현을 황종에 맞추어 조현(황종균의 조현법)1하며, 제2현부터 제5현을 태주ㆍ고선ㆍ임종ㆍ남려에 맞춘다. 제6현과 제7현은 『악학궤범』의 경우 청황종ㆍ청태주로 조율하나, 『시악화성』에는 응종ㆍ청태주로 조율하여 서로 다르다.
휘의 위치에 따라 다른 음높이를 내며, 음역은 두 옥타브를 넘는다. 제1현의 경우, 개방현인 산성(散聲)일 때 황종음을 내고, 줄의 1/2 지점에 위치한 제7휘를 짚으면 황종의 한 옥타브 위 음인 청황종음을 낸다. 현침으로부터 1/4 위치에 있는 제4휘를 짚으면 청황종의 한 옥타브 위 음인 중청황종음을 낸다. 그리고 제9휘는 임종음을 낸다.
○구음과 표기법
아악을 연주하는 제례악의 악보 표기에는 율자보(律字譜)를 사용한다. 고종 때 윤용구가 고안한 『휘금가곡보』에는 〈가곡〉의 반주를 위한 지법과 구음이 전하며, 구음은 거문고와 같이 당ㆍ동ㆍ징ㆍ흥이다.
(좌. 『휘금가곡보』의 우조초대엽 또는 우. 『휘금가곡보』의 해제)
휘금가곡보는 정간보에 기보되어 있다. 작은 정간 세 개가 모여 큰 한 칸을 이루도록 나누었고, 큰 한 칸에 장구점 한 개를 두어, 장구점 열 개가 한 행을 이루었다. 오른편 행[右行]에는 줄의 순서인 숫자 1ㆍ2ㆍ3ㆍ4ㆍ5ㆍ6ㆍ7과 율명을, 가운데 행[中行]에는 구음을 적었다. 그리고 왼편 행[左行]에 쓰인 1ㆍ2ㆍ3ㆍ4는 왼손으로 짚는 휘의 표시이다.
○연주방법과 기법
『악학궤범』에 의하면, 금을 연주할 때 왼손으로는 줄을 짚고 오른손으로 소리를 낸다. 왼손으로는 맨손과 골무 사용을 겸하는데, 고선음을 짚을 때는 약지를 세워 누르고, 나머지 율을 낼 때는 모두 모지로 비스듬히 짚는다. 오른손으로 줄을 탈 때 고선음은 약지로 뜨고(勾), 이칙ㆍ남려ㆍ무역ㆍ응종ㆍ청대려ㆍ청태주ㆍ청협종은 검지로 내탄다(挑). 나머지는 모두 중지로 떠서 탄다. 줄을 짚지 않고 타는 것은 산성이라 하는데 그것은 허현(虛絃)의 소리라 하였다.
이에 비해 『금학입문』에서는 왼손의 경우 약지와 엄지의 두 손가락만 쓰며, 그중 약지는 고선 줄에 고정되어 있어 엄지 하나만을 쓴다. 이 수법은 다섯 손가락을 다 쓰는 중국의 경우와 다르다. 한편 고선을 제3현의 제7휘에서 내지 않고 제8휘에서 내게 한 것은 제7휘를 약지로 세워 짚으면 엄지로 다른 줄들의 제7휘를 짚기 불편하기 때문이다. 다만 제3현 제8휘에서는 고선음이 날 수 없기 때문에 제8휘에서 그 줄을 밀어 고선음을 낸다.
○연주악곡
금은 궁중의 제례음악 연주에 사용되었으며, 조선 시대에는 사직(社稷)ㆍ풍운뇌우(風雲雷雨)ㆍ산천(山川)ㆍ성황(城隍)ㆍ선농(先農)ㆍ선잠(先蠶)ㆍ우사(雩祀)ㆍ문묘(文廟) 제향 등 아악(雅樂)의 등가에 사용되었다. 조선 후기에 거문고의 연주법을 참작하여 가곡과 영산회상, 을 연주하거나, 생황과 함께 연주한 내용도 문집에 전한다. 현재도 아악을 사용하는 〈사직제례악〉, <문묘제례악>에 편성한다.
○제작 및 관리 방법
『악학궤범』에 의하면 금의 앞면을 오동나무, 뒷면을 밤나무로 만들며 검은 칠을 한다. 열세 개의 휘는 소라 또는 조개로 만들며, 제7휘가 가장 크고 제1휘와 제13휘로 갈수록 작아진다. 줄 일곱 개 중에는 제1현이 가장 굵고 제7현으로 갈수록 점차 가늘어진다.
『시악화성』에서는 삼금조법(三琴造法)ㆍ삼금탄법(三琴彈法)ㆍ안휘분법(安徽分法)ㆍ칠현산성(七絃散聲)의 네 항목으로 나누어 제작원리와 연주법ㆍ휘를 누르는 방법ㆍ칠현에서 내는 음정 등을 매우 상세하게 소개해 놓았다. 금의 구조와 부속의 명칭ㆍ목재와 현ㆍ휘의 재료ㆍ악기의 크기 등을 기록한 것이다.
울림통과 줄은 직사광선과 습도에 취약하므로 이 점에 유의하여 보관해야 한다.
1) 『악학궤범』에 수록된 금의 조현법은 『금학입문』의 것과 같이 황종균의 조현법에 해당한다.
『고려사』「악지」 『삼국사기』 『악학궤범』 『휘금가곡보』
장희선(張希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