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풍류가야금(風流伽倻琴), 정악가야금(正樂伽倻琴/正樂加耶琴), 법금(法琴), 가야고, 가얏고 2. 산조가야금(散調伽倻琴/散調加耶琴), 가야고, 가얏고
나무로 만든 장방형의 공명통에 열두 개의 명주실을 얹어 손으로 뜯거나 튕겨서 연주하는 현악기
전통적으로 연주에 활용한 가야금으로 ‘풍류가야금’과 ‘산조가야금’이 있다. 풍류가야금은 오동나무 속을 파서 공명통을 만들고, 산조가야금은 오동나무와 밤나무로 공명통의 앞판ㆍ뒤판ㆍ옆판을 만들어 붙인다. 풍류가야금은 한반도 남쪽 지역의 고대 유물로 출토되거나 고려 이전의 문헌에서부터 보이며, 궁중음악과 민간음악에 두루 사용되었다. 산조가야금은 시나위와 봉장취ㆍ산조ㆍ병창ㆍ민속춤 반주 등 대부분의 민속악에 활용되며, 조선 후기 풍류방 예술 사조의 변화와 더불어 민간의 풍류에 이르기까지 독주 및 합주에 폭넓게 사용되었다. 특히 19세기 말 이후 산조 명인들에 의해 민속예술음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20세기 이후에는 창작음악의 활성화와 더불어 더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현재 연주되고 있는 가야금 가운데 가장 역사가 오래된 가야금인 풍류가야금은, 고대에서 조선시대까지 도상자료와 문헌 및 악보에 남아있다. 먼저 『삼국사기』에는 가야금의 명칭과 함께 고대 가야국의 가실왕이 중국의 쟁(箏)을 본떠서 가야금을 만들었다는 내용과, 우륵이 지은 가야금 악곡명이 전한다. 한편, 한반도 남부 지방에서 출토된 신라 토우를 비롯한 고대 유물과 문헌자료에 의해 가야금 고형의 존재 사실을 짐작하기도 하며, 해상무역을 통해 악기에 물고기 문양을 지녔을 것으로 보이는 동남아지역 현악기의 영향을 받았으리라는 견해도 제기되었다. 또한, 삼국시대에 ‘시라기고토(新羅琴)’라는 명칭으로 일본에 전래된 이래, 한동안 일본 궁중음악의 일부로 전승되기도 하였다. 고려시대 『고려사』 「악지」와 조선 전기 『악학궤범』에서는 가야금을 향악기로, 『증보문헌비고』에서는 사부(絲部)로 분류하였다. 특히 『악학궤범』에는 실측 크기와 도설까지 제시1되었으며, 신라 이후 현재까지 형태적으로 큰 변화 없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현악기로 전승되고 있다.
한편, 산조가야금의 발생 배경과 시기는 악기의 명칭 그대로 산조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19세기 후반 무속음악인 시나위와 봉장취, 판소리에 바탕을 두고 산조가 발생하면서 그 음악 양식에 맞는 연주를 위해 제작된 악기가 곧 산조가야금이다. 누구에 의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하는 역사적 자료는 전하지 않지만, 산조를 처음 연주하고 본격적으로 사용한 악기가 곧 산조가야금이다. 줄과 줄 사이 간격이 풍류가야금에 비해 좁아 빠른 악곡을 연주하기에 적합한 구조적 특징도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그런데, 조선시대 문헌인 『국조오례의 서례』(1474)와 『종묘의궤』(1697)에 묘사된 가야금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풍류가야금의 모습이라기보다, 그 옆에 수록된 거문고 혹은 지금의 산조가야금과 유사하다. 이렇듯, 양이두와 부들이 없고 윗판과 밑판을 이어붙인 형태가 일찍이 18세기 이전 문헌에 가야금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것은, 산조가야금의 구조적 형태가 19세기 후반보다 상당히 앞선 시기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산조를 창시한 음악집단에 의하면 산조 발생 이전에 이미 민간풍류에 풍류가야금보다 작은 악기가 쓰였다는 전언도 같은 의미를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조가야금의 활용은 산조의 등장과 함께 본격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산조를 연주하는 산조가야금이 19세기 후반 이후 민속예술음악의 발전에 큰 동력이 되었고, 20세기 이후 대학 전공교육에서 산조가 기악 독주곡으로서 활발히 전승되면서 산조가야금 역시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전통악기가 되었다. 주변 국가의 유사한 현악기로는 일본의 고토, 중국의 쟁, 베트남의 단짜인과 몽골의 야탁 등이 있으며, 이들은 형태와 구조, 연주 악곡의 측면에서 가야금과 비슷한 듯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1) 조선 전기 『악학궤범』에는 가야금의 형태 및 구조에 관한 도해가 상세하게 기록되어, 당시 제작방법과 조율법 등을 알 수 있다.
○ 구조와 형태
풍류가야금의 경우, 대개 오동나무를 통으로 깎아 만든 장방형의 몸통을 가지고 그 속을 파내어 공명통을 만드는데, 이러한 구조와 형태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다른 현악기에서 볼 수 없는 풍류가야금만의 오래되고 독특한 제작방식이다. 반면 산조가야금은 울림통의 윗판과 밑판을 다른 종류의 나무로 만들고 결합하는 방식으로서 풍류가야금과 차이가 있다. 풍류가야금은 대체로 길이 160cm, 폭 30cm이며, 산조가야금은 길이 144cm, 폭 20cm 정도로, 풍류가야금에 비해 크기가 작고 줄 간격도 좁다. 악기의 끝부분은 양이두 혹은 봉미 모양으로 깎아서 만드는데, 각각 양의 귀와 봉의 꼬리 등 동물의 일부를 형상화하여 악기를 장식한다. 두 악기 간 이같은 차이점이 있지만, 열두 줄과 열두 개의 안족, 학슬로 묶는 부들과 돌괘 등 부속품의 구성은 대동소이하다.
오동나무 통 속을 파내어 울림통을 만든 풍류가야금과 오동나무와 밤나무를 붙여 만든 장방형의 산조가야금은, 울림통 위에 안족 열두 개를 얹고 명주실로 만든 열두 줄을 각각 걸어 양이두 혹은 봉미 부분에 학슬 모양으로 각각 묶고 열두 개의 부들을 모아 얹는다. 그리고, 머리 부분인 좌단 위에 둔 현침을 관통한 줄을 밑판에 돌괘로 묶는다.
1. 풍류가야금
조선시대 고악보나 악서에서 풍류가야금의 산형이나 조현을 설명하였으므로, 악기 형태와 구조에 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그중, 『악학궤범』 향악기조의 풍류가야금 도해에서는, 오동나무로 된 몸통과 장식의 악기의 각 부분 명칭으로서, 담괘(擔棵, 絃枕), 양이두(羊耳頭), 부들(染尾), 담수(淡峀)와 열두 줄, 그리고 크기가 다른 안족(柱, 속칭 歧棵)을 명시하였다.
이중, 크기가 다른 안족과 담수는 현재와 차이가 있으며, 그밖에는 대체로 옛 형태를 유지하여 전승되고 있다. 현재 사용하는 구조와 명칭은 아래와 같다. 가) 윗면
1) 울림통 오동나무를 반으로 가르고 속을 파서 만든 악기의 몸통이자 공명통 2) 좌단(坐團) 가야금의 머리 부분으로, 연주할 때 오른손을 얹는 자리. 『악학궤범』 가야금 도설에는 이 명칭이 없으나, 거문고 도설에 동원된 명칭이 현행 가야금에 적용된 것으로 보임. 3) 현침(絃枕) 좌단의 몸통 쪽에 붙여서 열두 줄을 얹어 지탱하는 곡선 형태의 대. 『악학궤범』의 ‘담괘’ 4) 안족(雁足) 가야금의 열두 줄을 좌단과 양이두 사이의 각기 다른 위치에서 떠받치는 나무로 깎아 만든 부속. 『악학궤범의 ‘주[柱, 속칭 기괘(岐棵)]’ 5) 12현(十二絃) 누에고치의 생사(生絲)를 가공하여 12개가 각기 다른 굵기의 명주실. 합사한 실의 개수, 합사 횟수와 속도, 그리고 줄의 강도 및 굵기 등에 따라 음의 높낮이가 달라지는데, 최저음을 가장 굵게 합사하고 최고음을 가장 가늘게 합사함. 악기의 음색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한 가지 6) 학슬(鶴膝) 부들의 실고리 끝에 색실로 감은 부분으로, 고대 문헌에서 현악기의 상징. 『악학궤범』 가야금 도설에는 이 명칭이 없으나, 거문고 도설에 동원된 명칭이 현행 가야금에 적용된 것으로 보임. 7) 부들 현침에서 안족을 거쳐 길게 이어지는 줄을 당겨 양이두나 봉미에 고정시키기 위하여 무명실로 굵게 짠 끈. 짙은 색으로 염색하기 때문에 『악학궤범』에서는 염미(染尾, 속칭 부들)라 하였고, 타래를 틀듯 독특한 모양을 내어 양이두나 봉미에 장식함. 8) 양이두(羊耳頭) 가야금의 부들을 걸어매는 부분으로, 양의 귀와 닮았다고 하여 불리는 명칭 나. 밑면 1) 돌괘 현침에 걸린 줄을 밑판에서 잡아 줄의 팽팽함을 조절하는 작은 원통형 나무 괘 2) 울림구멍 윗면은 둥글고 아랫면은 평평하게 다듬은 장방형 오동나무의 아래쪽에서 속을 파내어 만든 길다란 공명통. 가야금을 들 때 손으로 한쪽 부분을 잡기도 함. 2. 산조가야금
가. 윗판 1) 울림통 오동나무로 만든 윗판과 밤나무로 만든 밑판 사이에 졸대를 붙여 공명 공간을 확보하여 만든 악기의 몸통 2) 좌단(坐團) 가야금의 머리 부분으로 연주할 때 오른손을 얹는 자리 3) 현침(絃枕) 좌단의 몸통 쪽에 붙여서 열두 줄을 얹어 지탱하는 둥근 대 4) 속감 울림통의 머리 부분인 좌단과 봉미 쪽 부분의 통마감을 해주면서 줄의 떨림을 잡아주고, 전체 뒤틀림을 방지하는 부속 5) 안족(雁足) 열두 줄을 좌단과 양이두 사이의 각기 다른 위치에서 떠받치는 나무로 깎아 만든 부속 6) 12현(十二絃) 누에고치의 생사를 가공하여 만든 명주실을 각기 다른 횟수로 꼬아 만든 열두 줄 7) 학슬(鶴膝) 부들의 실고리 끝에 색실로 감은 부분으로, 학의 무릎을 상징한 장식 8) 부들(梁尾) 현침에서 안족을 거쳐 가야금의 다른 쪽 끝에서 줄을 지탱하는 유색의 굵은 무명실 9) 봉미(鳳尾) 현침의 반대편으로, 봉의 꼬리를 밤나무 등에 조각한 악기의 맨 끝 부분 나. 밑판 1) 돌괘(軫棵) 현침에 걸린 열두 줄을 밑판에서 잡아 줄의 팽팽함을 조절하는 작은 원통형의 나무 괘 2) 울림구멍 울림통의 공명을 증폭하는 역할과, 악기 이동시 필요한 손잡이 용도로 밑판에 낸 구멍 3) 운족(雲足) 봉미쪽 울림통 바닥에 붙이는 구름모양으로 된 ‘ㄷ’자의 받침 장식 ○ 음역과 조율법 풍류가야금과 산조가야금 모두 두 옥타브 반 정도의 음역을 가지며, 음높이는 풍류가야금이 산조가야금에 비해 전체적으로 약 3~4도 낮다. 정확한 음을 맞추기 위해 부들을 조금 당기거나 조이기도 하며, 음정 간격에 따라 안족의 위치를 바꾸기도 한다. 세밀하게 조율할 때에는 돌괘를 조이거나 풀어서 줄의 장력을 조절하며 조율한다. 한편, 왼손 주법으로 제12현을 눌러서 더 높은 음을 얻으면 음역대가 넓어지는 산조가야금과 달리, 풍류가야금은 개방현의 음역대 그대로이다.
* 산조가야금 악보의 기보음이 실음과 다른 경우
1. 풍류가야금 풍류가야금의 개방현 음역은 배탁황종(㣴:E♭2)에서 중려(仲:A♭4)에 이른다는 점에서, 배탁성과 탁성, 중성의 음역대를 모두 아우르며, 서양식 음역으로 약 두 옥타브와 4도에 해당한다. 풍류가야금의 조율은 크게 평조와 계면조에 따라서 차이가 있으니, 열 줄의 음고는 동일하게 맞추되, 제6현과 제9현이 달라진다. 평조는 제6현과 제9현을 각각 탁태주(㑀:F3)와 탁남려(㑲:C4)로, 계면조는 제6현을 탁황종(僙:E♭3), 제9현을 탁무역(㒇:D♭4)으로 다르게 조율한다. 이것은 평조와 계면조의 구성음이 다르고, 특히 역사적 변천 과정에서 계면조의 구성음 중, 협종(夾:G♭)이 더 이상 쓰이지 않고, 황종(黃:E♭)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그밖에 악곡 별로 조율법이 다른 경우는 다음과 같다.
〈기타 조율법〉2. 산조가야금 산조가야금의 음역은 실음 기준으로 G2(제1현) 에서부터 D5음(제12현)까지 약 두 옥타브 5도에 이른다. 단, 지금까지 통용되어온 in F 기보방식의 오선보에서는 레(제1현)음부터 라(실음 D5, 제12현))음 까지의 동일한 음역을 가진다. 다음은 실음으로 기보된 가야금산조의 음계이다.(in F: C를 기준으로 실음 F의 5도 위를 기보한다는 의미)
<산조가야금의 음계와 음역> ※ 실음은 5도 아래
산조가야금의 제1현을 최저음(실음 G2)으로 하여 전체 ‘G2-C3-D3-G3-A3-C4-D4-E4-G4-A4-C5-D5’ 의 열두 음으로 조율한다.(기보음과 실음은 동일)
산조가야금의 기본 조현에서 제1현과 제4현과 제9현, 그리고 제2현과 제6현과 제11현은 각각 옥타브 관계이다. 악기 합주시 산조대금의 청(실음 C4)에 제6현 ‘징’(G4, 실음 C4)을 맞추어 기준음(청)으로 삼고, 나머지 모든 줄을 조율한다. 그 외, 시나위 구음, 민요 등 가창자의 청에 맞추는 경우나 합주할 때의 음고는 다소 유동적이다. 산조는 구전심수의 음악이므로 산조 연주용 가야금의 기보는 오선보를 편의상 차용할 뿐이며, 서양의 평균율이 아닌 고유의 전통적인 음정에 의해 연주하고, 조성에 따른 시김새를 고려하여 각 음의 높낮이를 조절한다. 따라서, 실제 연주시 음고는 조성별 시김새의 특성과 연주자가 시김새를 활용하는 정도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 과거 오선보를 차용하되 높은음 자리표를 사용한 기보에서는 실음이 완전 5도 아래임을 별도로 명시하였으나, 오늘날에는 실음대로 적기 위해 가온음자리표를 쓰거나, in F를 악보의 첫머리에서 안내하기도 한다. 산조, 시나위, 풍류 등은 전통적인 조율법에 의해 연주하며, 창작음악 연주에서는 작곡자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음역, 음계, 조율법을 사용하고 있다.
○ 구음과 표기법 궁중음악과 풍류음악용 가야금의 구음은 제1현부터 제12현까지 차례로 흥ㆍ동ㆍ덩ㆍ둥ㆍ당ㆍ동ㆍ징ㆍ징ㆍ지ㆍ당ㆍ동ㆍ딩이다. 산조와 병창 등 민속악에 사용되는 산조가야금의 구음은 청ㆍ흥ㆍ둥ㆍ당ㆍ동ㆍ징ㆍ땅ㆍ지ㆍ찡ㆍ칭ㆍ쫑(총)ㆍ쨍(챙) 이다. 산조가야금을 사용하는 민간풍류의 경우, 구음을 동일하게 사용하기도 하며, 연주자에 따라서 자신만의 조현법에 따른 구음을 별도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크게 다르지는 않다. 풍류가야금 구음의 역사와 용례는 가야금곡이 수록된 조선시대 고악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졸장만록』(1796)에는 가야금수법록, 산형, 우수 탄현법과 좌수 안현법, 그리고 조현법 등이 수록되었고, 『방산한씨금보(금보전서)』(1916)에는 가야금의 줄 이름이 전한다. 이처럼 풍류가야금의 고악보 상의 구음 기보를 통해서, 악보와 시대마다 12줄 이름의 차이가 있고, 주법에 대한 구음 사용의 차이와 변화를 알 수 있다. 한편 줄의 성음을 묘사하고 사용해온 점에서 또 다른 현악기인 거문고의 구음도 유사한 부분이 있다.
이렇듯 구음으로 기보한 경우를 구음보라고 하는데, 한자의 음을 차용하거나, 한자와 한글 병기, 한글을 사용하는 경우 등으로 구분되며, 숫자를 한자로 표기하기도 한다.
산조가야금의 교습은 주로 구음을 통해서 이루어졌으며 이는 곧 전통적인 학습과 전승의 주요 방편이다. 구음은 악기의 소리를 다양하게 흉내 내고 대략의 연주법을 지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음악인 산조의 교육에 매우 효과적이다. 가야금의 각 열두 줄을 지시하는 줄이름 뿐 아니라, 주법과 악상 등을 구음으로 표현함으로써, 악기를 익히고 음악을 학습하는데 활용도가 높다. 20세기 초 산조 교육에 오선보가 도입되면서 구음보다 서양식 계명창을 사용하는 경향이 많았으나, 최근 산조 교육에서 전통적 학습 방법에 따른 구음의 중요성과 학습용 가치를 이해하고 다시 활용하는 추세이다. 현재 가야금산조는 주로 오선에 기보되며, 대표적인 악보로 국립국악원 『한국음악(오선보)』 시리즈 제3집 ‘산조(가야금ㆍ거문고ㆍ대금ㆍ피리ㆍ해금)’를 비롯해 여러 연주자들이 제작, 발간한 다수의 악보가 있다. ○ 연주방법과 기법 풍류가야금과 달리, 왼손으로 줄을 깊게 누르는 등 다양한 농현 기법을 통해 감정을 표출하고, 오른손으로 장단의 변화에 맞추어 다양한 조성의 선율을 연주한다. 1. 연주방법 시나위, 산조, 그리고 민간풍류 등을 연주할 때는 전통적인 연주 방법을 따라 오른손을 현침의 우측에 놓고, 줄을 손가락으로 직접 뜯어 소리를 내며, 식지ㆍ모지ㆍ장지를 주로 사용한다. 왼손은 안족의 좌측에 놓고 다섯 손가락을 가지런하게 펴서 식지, 장지로 힘을 가감하여 다양한 기법으로 줄을 눌러 시김새를 표현한다. 한편, 산조가야금으로 창작음악을 연주할 때는 왼손연주 및 화음연주ㆍ글리산도ㆍ트레몰로ㆍ줄 문지르기ㆍ안족 왼쪽 연주ㆍ안족 양쪽 동시 연주ㆍ한 줄 두 손으로 연주ㆍ불특정음 클러스터ㆍ안족 들어서 치기ㆍ악기 두드리기ㆍ특수도구 사용 등의 창의적 주법들이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이렇듯 산조가야금의 전통적인 연주법이 현대에도 가야금 연주의 가장 기본적인 연주법으로 계승되는 동시에, 더욱 세분화하여 확장되었다. 가. 전통 주법 1) 오른손 주법 ∎ 식지, 장지를 줄의 현침 쪽으로 제쳐 뜯기 ∎ 식지, 장지로 줄을 당겨 뜯기 ∎ 튕기기 연속음 연주시 주법 • 식지를 엄지에 대고 동그랗게 말아서 줄을 튕기기 • 식지와 장지를 엄지에 대고 동그랗게 말아서 줄을 연달아 튕기기 ∎ 모지로 줄을 제쳐 뜯기 ∎ 손목을 들어올리고 모지로 줄을 밀어 뜯기 ∎ 싸랭: 두 개의 음 중 앞의 음을 짧게 하여 빠르게 붙여 연주하기 • 주로 4도 관계의 줄을 식지와 모지로 잡아 식지의 음길이를 짧게 하여 순차로 뜯기 • 옥타브 관계의 줄을 장지와 모지로 줄을 잡아, 장지의 음길이를 짧게 하여 순차로 뜯기 ∎ 슬기둥: 첫 음을 식지로 당겨 뜯고(슬), 손목을 들어 장지와 모지를 각 줄에 대고 중심을 향해 줄을 빠르게 당기고 밀어 뜯기(기둥) • 주로 옥타브 관계에서 먼저 아래 옥타브음의 한 줄 위를 식지로 뜯고, 장지와 모지로 옥타브 관계의 아래음과 윗 음을 각각 잡고 중심을 향해 순차로 뜯기(기둥) • 최저음역(제1~4현)의 경우, 5도 관계의 줄을 동일한 방식으로 뜯기 ∎ 현침과 안족의 중간을 손바닥으로 막고 줄 뜯기(귀곡성, 《김병호류 가야금산조》의 하모닉스) 2) 왼손 주법 ∎ 요성: 식지와 장지로 일정한 폭만큼 줄을 누르며 장력을 활용하여 흔들기 ∎ 전성: 식지와 장지로 한번 줄을 강하게 찌르듯이 눌렀다가 반동으로 올라오기 ∎ 퇴성: 식지, 장지, 무명지를 가지런하게 모아서 줄을 몸쪽으로 잡아당겼다가 제자리로 돌아오기 ∎ 추성: 식지와 장지로 지그시 줄을 누르기 나. 창작 주법 1) 오른손 주법 ∎ 여러 음 동시에 뜯기 ∎ 한 음을 농현하면서 동시에 다른 음을 연주하기 ∎ 소리를 낸 뒤 바로 현을 막기 ∎ 현침과의 거리를 달리하여 뜯기 ∎ 손톱 면으로 줄을 문지르기(트레몰로) ∎ 오른손으로 안족의 왼쪽 부분을 연주하기 2) 왼손 주법 ∎ 여러 음 동시 농현 또는 전성 ∎ 여러 음을 소리내면서 특정음만 농현 또는 전성하기 3) 오른손 왼손 동시 주법 ∎ 왼손을 오른손 연주 영역으로 옮겨서 화음, 반주 등 소리내기 ∎ 손가락 지문면으로 여러 음을 차례로 쓰다듬 듯이 소리내기(글리산도) ∎ 왼손으로 현을 완전히 막고 오른손으로 연주하기 4) 악기 울림통을 활용한 주법 ∎ 좌단, 몸통 등을 두드려 타악기 효과내기 ∎ 활, 장구채, 거문고 술대 등 도구를 이용하기 ○ 연주 악곡 풍류가야금은 궁중의례용 음악 등 대규모 관현합주와 풍류음악과 같은 소규모 관현합주에 두루 사용된다. 대규모 관현합주곡에는 〈여민락만〉ㆍ《종묘제례악》 등이 있고, 소규모 관현합주곡에는 대체로 조선 후기에 파생, 변화한 악곡들이 해당된다. 즉, 경제(京制) 풍류와 향제(鄕制) 풍류 등이 있고, 향제 풍류의 경우 산조가야금으로 연주하기도 한다. 현재 국립국악원 『가야금정악보』에 수록되어 있는 〈여민락〉ㆍ〈도드리(환입)〉ㆍ《영산회상》ㆍ《천년만세》ㆍ《평조회상》ㆍ〈취타〉ㆍ〈보허사〉와 가곡 반주곡, 〈현악취타〉 등이 풍류가야금으로 연주하는 대표곡들이다. 산조가야금은 기악 독주곡의 꽃인 산조를 비롯하여, 시나위ㆍ봉장취ㆍ병창ㆍ무속음악ㆍ민속춤 반주 등 다양한 민속악과 민간풍류에 이르기까지 독주 및 합주에 폭넓게 사용된다. 이처럼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등장한 민속예술음악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20세기 이후로는 25현 가야금이 등장하기 전까지 산조가야금을 창작음악에 도입하면서 조성, 음역 및 음계와 연주법의 변화를 시도하고, 협주곡 등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한편, 20세기 초 산조 명인의 구술에 따르면 ‘어려서 풍류를 연주할 때 산조가야금과 같은 작은 악기로 연주했다’라고 하여 산조가야금과 같은 형태의 작은 악기를 풍류에도 사용했음을 짐작케 한다.
○ 제작 및 관리 방법 1. 제작 가. 제작 구성 울림통 건조와 대패질, 그리고 현 만들기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가공이 적은 자연 재료라는 점에서, 세부적인 내용과 순서는 지역과 악기장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현재 전승되고 있는 전체적인 방식은 대동소이하다. 대패ㆍ톱ㆍ칼ㆍ끌ㆍ그무개ㆍ천연염료ㆍ아교ㆍ인두 등 전통적인 재료와 도구를 사용하며, 실꼬기 등 중요한 단계에 악기장 개인이 고안한 기계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1) 목재 건조 및 선별하기 1년 사계절 기후의 시간을 거쳐 건조된 목재의 결과 울림 소리로써 악기용 목재 선별한다. 2) 울림통 만들고 인두질하기 ∎ 풍류가야금은 통나무를 통째로 깎고 밑면의 속을 파내고 겉을 다듬어 울림통 제작 후 인두질한다. ∎ 산조가야금은 윗판과 밑판의 목재를 따로 준비하고 다듬어 가장자리에 졸대와 속감을 활용하여 뒤틀림이 없도록 잘 붙인 후, 명주끈으로 감아 하룻밤 동안 건조한다. 3) 부속품 제작하여 붙이기 풍류가야금은 양이두, 산조가야금은 좌단의 장식ㆍ봉미ㆍ속감ㆍ운족ㆍ운곽을 제작하고, 그 외 현침ㆍ부들ㆍ줄ㆍ돌괘ㆍ안족은 공통 부속품. 울림통의 형태에 맞추어 칼, 끌, 대패 등을 이용하여 정교하게 만들어 붙인다. 4) 줄 만들고 걸기 ∎ 사계절과 누에고치의 생사를 이용하여 세밀하고 꼼꼼한 작업 과정을 거쳐서 울림이 좋은 줄 만들기. 12현에 따라서 줄의 굵기를 다르게 제작한다. 굵기가 가장 가는 제12현의 경우, 물레에서 실패에 옮긴 열한 가닥을 합사하여 세 개의 실패를 만들고, 같은 방식으로 제1현까지 가닥 수를 늘려 세 개의 실패를 감는다. 가닥이 다른 세 개의 실패가 일정한 꼬임을 유지하도록 하면서 ‘속실 비비기’를 거쳐 장력이 강한 실을 만든다. 소나무 방망이에 감아서 수증기에 찌면 완성된다. ∎ 현침 앞에 뚫은 구멍을 거쳐 밑판의 돌괘에 묶고, 학슬에 줄을 감아 봉미나 양이두에 건다. 5) 최종 조율 및 완성하기 12줄의 음계에 맞도록 줄의 장력을 조절하면서 조율하여 완성한다. 나. 제작 순서 악기 구조와 형태가 다른 두 종류의 가야금은 제작 순서에 다소 차이가 있다.
풍류가야금 | 산조가야금 | |
1 | 목재 건조 및 선별하기 | 목재 건조 및 선별하기 |
2 | 울림통 만들기(속파고 형태 다듬기) | 울림통 만들기(윗판과 밑판 만들어 붙이기) |
3 | 인두질하기 | 목(좌단) 만들기 |
2 | 현침과 양이두 만들기 | 울림통의 옆면 마감하기 |
3 | 현 구멍뚫기, 현침 만들기 | 좌단과 봉미 만들기 |
4 | 부속(돌괘,부들,안족) 만들기 | 인두질하기 |
5 | 줄 만들기 | 부속(운족, 현침, 운곽) 만들기 |
6 | 12줄 걸어 최종 조율 및 완성하기 | 현 구멍뚫기, 현침 만들기 |
7 | 부속(돌괘,부들,안족) 만들기 | |
8 | 줄 만들기 | |
9 | 12줄 걸어 최종 조율 및 완성하기 |
2. 관리 방법 울림통을 만드는 나무와 줄을 만드는 명주실 등 주재료의 성질에 유의하여 관리한다. 첫째, 사용 후에는 줄의 장력을 약간 느슨하게 한다. 둘째, 안전한 곳에 세워서 보관한다. 셋째, 직사광선을 피하고, 습도에 유의하여 보관한다. 특히 습기를 많이 받으면, 줄이 풀려 장력이 느슨해지며, 악기 부속의 접착 부분에 습기가 들어가 진동이 잘 전달되지 않고 소리가 약해지거나 음질이 변하며, 심한 경우에는 접착이 떨어져 악기가 훼손될 수 있다. 넷째, 심한 열과 건조한 환경을 피한다. 나무가 마르고 갈라질 수 있고 줄의 강도가 강해져 줄이 끊어지기 쉽다. 다섯째, 통풍과 환기가 잘 되는 곳에 보관한다.
고대부터 현악기인 가야금을 제작ㆍ전승하고 이를 주변 국가에 전파한 점을 통해서, 일찍이 우리의 음악 문화의 수준이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과거 궁중과 풍류방 음악에 사용된 풍류가야금은 현재에도 음악과 더불어 전통문화 유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풍류가야금에 비해 후대에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산조가야금은 제작구조와 형태의 측면에서 다르고 연주 악곡의 성격도 다소 차이가 있다. 20세기 이후로도 창작음악의 발전에 깊은 영감을 주며 많은 작곡가와 청중들에게 전통악기의 현대적 의미와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가야금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볼 때, 형성과 파생의 창조 작업은 악곡 자체뿐 아니라 악기의 역사적 변용에도 적용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국조오례의서례』 『금보전서』 『삼국사기』 『삼국유사』 『악학궤범』 『졸장만록』 『종묘의궤』 국립국악원, 『가야금정악보』, 국립국악원, 2015. 김정자, 『정악가야금보』, 민속원, 2007. 문재숙, 『가야금의 첫걸음』, 현대음악출판사, 2005. 성심온, 『가야금 주법과 실습』, 세광음악출판사, 1991. 송혜진, 『한국악기』, 열화당, 2001. 이재숙, 『가야금산조』, 세광음악출판사, 1996. 이지영, 『작곡가를 위한 현대 가야금 기보법』,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1. 장희선, 『가야금 제작』, 대전광역시, 2021. 김영운, 「가야금 구음의 변천에 관한 연구」, 『국악원논문집』 2, 1990. 김영운, 「가야금의 유래와 구조」, 『국악원논문집』 9, 1997. 김정자 「국립국악원의 영산회상과 민간풍류의 비교 연구-가야금 가락에 기하여-」, 『동양음악논총』, 1997. 박소현, 「몽골 야탁의 유래와 북한 가야금과의 관계」, 『가야세계문화축전자료집』, 2005. 이용식, 「아시아 현악기의 역사와 가야금: 가야금의 기원에 관한 재고찰」, 『가야세계문화축전자료집』, 2006. 이재숙, 「가야금의 구조와 주법의 변천」, 『음악학논총』, 1998. 국립국악원(http://www.gugak.go.kr/)
장희선(張希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