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진보』에 수록된 「전적벽부(前赤壁賦)」를 우리말로 재구성하여 노래하는 송서
적벽부는 『고문진보』에 수록된 소식의 「전적벽부」를 우리말로 재구성하여 노래하는 송서이다. 서도 창자들이 주로 가창하였으며 마지막 구절을 수심가조로 부른다.
『고문진보』에 수록된 소식의 「전적벽부」가 서도소리 창자들에 의해 불리면서 서울식 송서인 <전적벽부>와 구별되는 송서의 한 곡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 역사ㆍ변천 과정 적벽부는 북송(北宋)대의 시인 소식(소동파[蘇東坡], 1036~1101)의 「전적벽부」를 부르는 서도식 송서이다. 서울식 송서 「전적벽부」와 「후적벽부」는 『고문진보』의 「전적벽부」와 「후적벽부」에 토만 달아 부르는 것에 비해, 적벽부는 우리말로 재구성한 노랫말을 부른다. ○전승 현황 적벽부는 주로 서도 창자가 불렀다. 한동안 전승이 끊겼다가 2010년대 중반 한명순(韓明順)이 죽사(竹史) 김수영(金守英)에게 배웠던 기억을 바탕으로 복원하여 전승하고 있다.
○ 음악적 특징
박은 유동적이지만 대체로 3박이 많이 쓰인다. 마지막 구절인 ‘생각을 하니 인생무상(人生無常)이 서러워 나 어이나 할거나’를 수심가조로 부르기 때문에 간혹 서도잡가로 구분되기도 하나, 일정한 장단과 반주 없이 낭송조로 부른다는 점에서 잡가와 구별된다.
임술지추칠월기망(壬戌之秋七月旣望)에 적벽강(赤壁江) 배를 띄워 임기소지(任其所之) 노닐 적에 청풍(淸風)은 서래(徐來)하고 수파(水波)는 불흥(不興)이라 술을 들어 객을 주며 청풍명월(淸風明月) 읊조리고 요조지장(窈窕之章) 노래할 제 이윽고 동산(東山)에 달이 돋아 두우간(斗牛間)에 배회(徘徊)하니 백로(白露)는 횡강(橫江)하고 수광(水光)은 접천(接天)이라 가는 곳 배에 맡겨 만경창파(萬頃蒼波) 떠나가니 호호(浩浩)한 빈 천지(天地)에 바람 만난 저 돗대는 그칠 바를 몰라 있고 표표(飄飄)한 이내 몸은 우화등선(羽化登仙)되었세라 취흥(醉興)이 도도(陶陶)하여 뱃전 치며 노래할 제 그 노래에 하였으되 계도혜란장(桂棹兮蘭槳)으로 격공명혜소류광(擊空明兮泝流光)이로다 묘묘혜여회(渺渺兮余懷)여 망미인혜천일방(望美人兮天一方)이로다 퉁소(洞簫)로 화답(和答)하니 그 소리 오오(嗚嗚)하여 여원(如怨) 여모(如慕) 여읍(如泣) 여소(如訴) 여음(餘音)이 요요(嫋嫋)하여 실같이 흐르나니 유학(幽壑)에 잠긴 어룡(魚龍) 흥에 겨워 춤을 추고 고주(孤舟)의 이부(嫠婦)들은 망부한(亡夫恨)을 못 이겨라 초연(愀然)히 일어 앉아 옛일을 생각하니 만사(萬事)가 꿈이로다 월명성희(月明星稀)에 오작(烏鵲)이 남비(南飛)하니 조맹덕(曹孟德)이 지은 시(詩)요 서망하구(西望夏口) 동망무창(東望武昌) 산천(山川)이 상유(相繆)하여 울호창창(鬱乎蒼蒼)하였으니 맹덕(孟德)의 패(敗)한 데요 형주(刑州)를 파(破)한 후에 강릉(江陵)으로 나려가니 축로(舳艫)는 일천리(一千里)요 정기(旌旗)는 패공(空)이라 창(槍)을 비껴 술 마시고 글을 지어 읊을 적에 일세영웅(一世英雄)이언마는 이제 간 곳 모를세레라 후세(後世)에 태인 몸이 강상(江上)에 고기 낚고 산간(山間)에 나무할 제 어하(魚鰕)로 짝을 하고 미록(麋鹿)으로 벗을 삼아 울울(鬱鬱)한 장부(丈夫) 뜻이 술잔(盞)을 의지(依支)코자 기부유어천지(寄蜉蝣於天地)하니 묘창해지일속(渺滄海之一粟)이라 무궁한 천리장강(千里長江) 어이 아니 부러우리 이 몸이 신선(神仙)되어 강상명월(江上明月) 이 가운데 장생불로(長生不老) 못할 일 한(限)없이 슬퍼하랴 흉중(胸中)에 쌓인 한(恨)을 퉁소(洞簫)로 붙임이라 아서라 모두 다 취담(醉談)일다 유유(悠悠)한 세상사(世上事)를 덧없다 한(恨)을 말고 이윽히 눈을 들어 우주(宇宙)를 살펴보라 쉬지 않고 흐르는 물 간다 한들 끊어지고 기울었다 돋는 달도 아주 소장(消長)되단 말가 덧없다 볼작시면 천지(天地)가 일순(一瞬)이요 변(變)함없다 생각하면 만물(萬物)이 무궁(無窮)이라 강상청풍(江上淸風)과 산간명월(山間明月)은 귀로 들어 소리 되고 눈에 뵈어 경개(景槪)로다 취지무금(取之無禁) 용지불갈(用之不竭) 하나님의 무궁조화(無窮造化) 무엇이 서러워 탄식(嘆息)인가 허무(虛無)한 인생(人生)이 덧없이 늙어 과거지사(過去之事)가 꿈이로구나 생각을 하니 인생무상(人生無常)이 서러워 나 어이나 할거나 노랫말 출처 : 하응백 편저, 『唱樂集成』, Human&Books, 2011
고문진보 소대 「전적벽부」와 「후적벽부」에서 유래한 송서는 세 곡이 있다. 이중 고문에 현토(懸吐)하여 낭송조로 부르던 서울식 송서 <전적벽부>와 <후적벽부>는 전승이 단절된 반면, 「전적벽부」를 우리말로 재구성하여 서도식으로 부르는 송서 적벽부는 오늘날까지 불리고 있다. 송서 적벽부는 전통사회 성독 문화를 바탕으로 하되 우리말과 음악의 어법으로 오늘날까지 가창된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김정연, 『서도소리대전집』 경원각출판사, 1979. 이창배, 『한국가창대계』, 홍인문화사, 1976. 하응백 편저, 『唱樂集成』, Human&Books, 2011.
임영선(林映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