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재경영(十載經營)
서울ㆍ경기 지방에서 즐겨 부르던 시창(詩唱)의 하나로, 금강정의 아름다운 경치를 읊은 노래
금강정은 서울ㆍ경기 지방에서 불린 시창의 하나이다. 조선 중종 무렵의 인물인 정문손(鄭文孫, 1473~1554)이 지은 한시를 노랫말로 한다. “십재경영옥수연(十載經營屋數椽)~”의 노랫말로 시작하기 때문에 〈십재경영〉으로도 알려져 있다. 한시의 내용은 금강정의 아름다운 경치를 읊은 것이며, 시창의 일반적인 음악적 특징과는 차이를 보이는 악곡이다.
금강정은 나주시 왕곡면 송죽1리에 있는 금사정(錦社亭)의 옛 이름이다. 1519년(중종 14년) 기묘사화(己卯士禍) 후 조광조(趙光祖, 1482~1519)를 따르던 무리들이 고향인 나주로 낙향하여 금강계(錦江契)라는 모임을 조직하고, 영산강에 금강정이라는 작은 정자를 짓고 모임 장소로 삼았다. 이 중 한 사람인 정문손이 금강정을 소재로 한시를 지었는데, 이 시가 현재 전해지는 금강정의 노랫말이다.
○ 역사 변천 과정
처음에는 문인들 사이에서 불렸으나 이후 전문 음악인들에 의하여 음악적으로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언제부터 불렸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무쌍신구잡가(無雙新舊雜歌)』(1915)ㆍ 『현행일선잡가』(1916)ㆍ 『대증보무쌍유행신구잡가부가곡선』 등 다수의 잡가집에도 수록된 것으로 보아, 20세기 초반에 널리 불린 것으로 파악된다. 유성기 음반 취입 기록은 전해지지 않으며, 현재 전해지는 음원 중 오래된 것은 1996년 김월하(金月荷, 1918~1996)가 신세계레코드에서 취입한 김월하 시조집 3집에 수록된 곡이다.
○ 음악적 특징
금강정은 칠언율시의 한시를 노랫말로 하는데, 이는 대부분의 시창이 칠언의 한시를 노랫말로 하는 점과 같다. 그러나 장단ㆍ가사 붙임새ㆍ 형식 구조 등에서 일반적인 시창과는 다른 특징을 보인다.
‘sol-la-do-re-mi’의 5음 음계로 구성되며, 한 구는 7~25박으로 불규칙하다. 가사 붙임새도 각 구별로 일자다음(一字多音)식과 일자일음(一字一音)식이 모두 나타나는데, 이는 일반적인 시창이 일자다음식의 가사 붙임새를 사용하는 것과 다르다.
○ 연주 악대 및 악기 편성
대금ㆍ단소 등 관악기 연주자가 선율의 진행에 맞춰 반주한다.
○ 형식
시창의 보편적인 형식 구조에서 벗어나 비교적 자유롭게 읊는 것으로, 일정한 형식 구조가 없다.
원시 | 해석 |
십재경영옥수연(十載經營屋數椽)금강지상월봉전(錦江之上月峰前)도화읍로훙부수(桃花浥露紅浮水)유서표풍백만선(柳絮飄風白滿船)석경귀승산영외(石逕歸僧山影外)연사면로우성변(烟砂眠露雨聲邊)약령마힐유어차(若令摩詰遊於此)불필당년화망천(不必當年畵輞川). | 십 년을 경영하여 집 한 칸 마련하니금강의 위쪽이요 월봉의 앞이로다이슬 젖은 붉은 복사꽃잎 물 위에 흘러가고버들꽃 바람에 날려 배 안에 하얗게 쌓였네산 그림자가 내린 돌길로 스님은 돌아가고빗소리 안개 낀 모래톱 백로는 졸고만약 마힐(왕유)이 이곳을 유람하였다면망천을 그리느라 수고하지 않았을걸. |
금강정은 서울ㆍ경기 지방에서 즐겨 부르는 시창의 하나로, 음악적 특징에 있어 일반적인 시창과는 다른 점이 다수 발견된다. 이는 다양한 유형의 시창이 있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으로, 시창의 또 다른 유형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악곡이다.
송서ㆍ율창: 경기도 무형문화재(2011)
『무쌍신구잡가』 『현행일선잡가』 『대증보무쌍유행신구잡가부가곡선』
김영운, 「시조의 음악적 연구」, 『한국음악연구』 37, 2005. 이창배, 『한국가창대계』, 홍인문화사, 1976. 하응백 편저, 『창악집성』, 휴먼앤북스, 2011.
이성초(李星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