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난간(十二欄干)
한시 「강릉경포대(江陵鏡浦臺)」를 노래하는 시창(詩唱)
경포대는 서울ㆍ경기 지방에서 불린 시창으로, 조선 순조~철종대의 인물인 심영경(沈英慶, 1890~?)이 지은 한시 「강릉경포대(江陵鏡浦臺)」를 노랫말로 한다. “십이난간벽옥대(十二欄干碧玉臺)~”라는 사설로 시작하기 때문에 〈십이난간(十二欄干)〉이라고도 한다.
한시 「강릉경포대」는 심영경이 삼척부사로 재임할 당시 지은 시로, 경포대에 비친 봄의 빼어난 경치와 유유자적한 모습을 표현한 내용이다. 이 시는 경포대(누각) 내부에 조선 숙종의 어제시(御製詩)와 율곡(栗谷)의 「경포대부(鏡浦臺賦)」ㆍ강릉부사 조하망(曺夏望, 1682~1747)의 「상량문(上樑文)」 등 옛 명사들이 지은 시와 함께 현판으로 걸려 있다. 1900년대 초반에는 경포대에 관련된 기록 및 음원을 찾을 수 없고, 현재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음원은 20세기 중반 김월하(金月荷, 1918~1996)가 신세계 레코드에서 취입한 김월하 시조집 2집에 수록되어있다.
○ 역사 변천 과정 강릉 경포대의 빼어난 경치와 주변의 아름다움을 읊은 칠언율시(七言律詩)의 한시를 노랫말로 하는 시창의 하나이다. 처음에는 문인들 사이에서 불렸으나 이후 전문 음악인들에 의하여 음악적으로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현재는 김월하의 시창이 유일하게 전승된다.
○ 음악적 특징
시창은 한시에 곡조를 얹어부르는 것으로, 한글로 된 시조를 노래하는 시조창과 구별된다. 음계와 장단 등 음악적 내용에 있어서도 시조와는 차이를 보인다.
시창 경포대는 ‘sol-la-do-re-mi’로 구성된 5음 음계로, 1옥타브+완전4도의 음역대로 구성된다. 순차진행과 도약진행이 함께 사용되는데, 순차진행은 주로 고음역에서, 도약진행은 저음역에서 많이 나타난다.
1구를 14~24박으로 부르며, 각 구를 연주하는 소요 시간은 20~30초 정도이다. 가사 붙임새는 대부분 일자다음(一字多音)식이며, 각 구의 일곱 글자를 4+3자로 나누어 숨을 쉬고, 앞의 네 글자를 두 자씩 나누어 어단성장(語短聲長)으로 부른다.
○ 연주 악대 및 악기 편성
대금이나 단소 혹은 세피리 연주자가 노래 선율의 진행에 따라 반주한다.
○ 형식
전 여덟 구 중 홀수구인 제1ㆍ3ㆍ5ㆍ7구는 좁은 음역대에서 담담하게 부르는데 반해 짝수구인 제2ㆍ4ㆍ6ㆍ8구는 넓은 음역으로 노래하며 음악적으로 더 세련된 표현을 구사한다. 8구 중 제1~4구의 구조가 제5~8구에서 반복되며, 이때 제3~4구의 선율이 제7~8구에서 다르게 변화되어 A-B-A-C의 형식으로 구성된다.
원시 | 해석 |
십이난간벽옥대(十二欄干碧玉臺)대영춘색경중개(大瀛春色鏡中開)녹파담담무심천(綠波淡淡無深淺)백조쌍쌍자거래(白鳥雙雙自去來)만리귀선운외적(萬里歸仙雲外笛)사시유자월중배(四時遊子月中盃)동비황학지오의(東飛黃鶴知吾意)호상배회고불최(湖上徘徊故不催). | 푸른 빛이 나는 고운 옥으로 만든 벽옥대 열두 개의 난간에봄을 맞는 대영의 봄빛이 거울 속에 비치는구나푸른 녹색 빛이 감도는 물결은 깊은지 얕은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맑디맑고갈매기는 짝을 지어 이리저리 오가는구나먼 길 되돌아가는 신선은 구름 밖 젓대요사계절 풍류를 즐기는 사람은 달 가운데 술잔이 비치는구나동쪽으로 날아가는 누른 학이 내 뜻을 알아호수 위를 빙빙 돌면서 짐짓 재촉하지 않는구나. |
경포대는 서울ㆍ경기 지방에서 즐겨 불렀던 시창의 보편적 특징을 지니고 있는 악곡이다. 시창은 전통음악 갈래의 하나이지만, 관련 악곡은 몇 곡만이 한정적으로 전승되기 때문에, 시조시를 노랫말로 한 가곡과 시조창에 비해 활발히 연행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경포대는 서울ㆍ경기 지방 시창의 보편적인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악곡이다.
경기송서-송서ㆍ율창: 경기도 무형문화재(2011)
김영운, 「시조와 시조창의 비교 연구」, 『한국전통음악연구』 6, 2005. 김영운, 「시창의 음악적 연구」, 『한국음악연구』 37, 2005. 민수민, 「서울ㆍ경기시창과 영남시창의 비교분석: 김월하와 채숙자를 중심으로」, 한양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2. 이창배, 『한국가창대계』, 흥인문화사, 1976.
이성초(李星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