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중장에서 각(刻)이 덧붙어 총 장단 수가 늘어난 시조(時調)
각시조(刻時調)는 한시(漢詩) 칠언율시(七言律詩)에 우리말로 토(吐)를 붙여 부르는 시조이다. 같은 방식으로 칠언율시에 현토하여 부르는 <우조지름시조>가 있지만 노랫말을 공유하지 않고 각시조만의 노랫말과 선율형으로 불린다.
널리 불리는 각시조로는 당(唐)나라 이백(李白, 701~762)의 「등금릉봉황대(登金陵鳳凰臺)」를 부르는 “봉황대상에”와, 작자 미상의 “행궁견월(行宮見月)”이 있다.
시조 장단에서 5박이나 8박 단위를 ‘각’이라 부르는 데서 각시조라는 이름이 붙었다. 내포제(內浦制) 시조 명인 유한경(兪漢慶)에 따르면, 각시조는 본래 서울제였으나 전주에 전해진 것이다. 정경태(鄭坰兌, 1916~2003)가 전주의 우송여관 주인 주순옥(호: 우송, 예명: 백운선)에게 배워 전승하게 되었다. 현재 각시조는 서울 일원에서는 거의 불리지 않고 정경태의 석암제(石菴制)로 지방에서만 불린다.
○ 음악적 특징
각이 늘어난 시조에는 각시조와 〈사설지름시조〉가 있는데, 〈사설지름시조〉는 초장ㆍ중장ㆍ종장 중 한두 장의 각을 늘리지만 각시조는 대개 중장에서만 각을 덧붙여 부른다. 글자 수가 늘어난 중장에서 5박 또는 8박이 신축성 있게 더해지면서 총 장단 수가 늘어난다.
각시조는 〈평시조〉처럼 평성(남창 기준으로 중(仲:A♭4) )으로 시작하지만, 중장 중간 부분에서 높은 음으로 속청과 진성을 섞어 질러 내는 곳이 나타난다. 이 선율형은 〈남창지름시조〉와 〈여창지름시조〉의 초장 둘째ㆍ셋째 장단의 선율형과 거의 같다. 그 외에는 각시조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선율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 각시조 “봉황대상에” (초장) 봉황대상(鳳凰臺上)에 봉황유(鳳凰遊)러니 봉(鳳)은 가고 대(臺)는 비었는데 흐르나니 강수(江水)로고나 (중장) 오궁화초(吳宮花草)는 매유경(埋幽徑)이요 진대의관(晉代衣冠) 성고구(成古丘)라 삼산(三山)은 반락청천외(半落靑天外)요 이수중분백로주(二水中分白露州)이로다 (종장) 총위부운능폐일(總爲浮雲能蔽日)하니 장안(長安)을 불견(不見) 사인수(使人愁)를. ⋅ 각시조 “행궁견월” (초장) 행궁견월상심색(行宮見月傷心色)은 달 보아도 임의 생각 야우문령단장성(夜雨聞鈴斷腸聲)은 빗소리 들어도 임의 생각이로고나 (중장) 원앙와랭(鴛鴦瓦冷) 상화중(霜華重)한데 비취금한(翡翠衾寒) 수여공(誰與共)고 경경성하(耿耿星河) 욕서천(欲曙天)에 고등(孤燈)이 도진(挑盡)토록 미성면(未成眠)이로고나 (종장) 아마도 천장지구유시진(天長地久有時盡)이로되 차한(此限)은 면면(緜緜)하여 무절기(無絶期)를.
각시조는 글자 수가 늘어난 노랫말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여러 방식 중 하나이다. 한시 칠언율시에 현토하여 부르는 각시조는 〈사설지름시조〉ㆍ〈시창(詩唱)〉과 함께 외래문학을 우리 노래로 탈바꿈시켜 부르던 전통사회의 단면을 보여 준다.
이양교, 『시조창보』(증보재판), 현대문화사, 1994. 정경태, 『수정주해 선율선 시조보』(5판), 명진문화, 1996.
문현(文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