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각시조(半刻時調)
반사설시조는 글자 수로는 중형시조에 해당하고 선율은 〈평시조〉와 〈사설시조〉의 선율을 장별로 섞어 부르는 시조이다. 글자 수는 〈평시조〉의 45자 내외보다 많고 〈사설시조〉의 최소 글자 수인 90자 내외보다 적다. 예외적으로 90자 넘는 노랫말을 반사설시조로 부르기도 한다. 음악적으로는 글자 수가 〈평시조〉보다 많은 장은 〈사설시조〉 선율로, 〈평시조〉와 같은 글자 수로 된 장(章)은 〈평시조〉 선율로 불러, 〈평시조〉와 〈사설시조〉가 섞여있는 시조이다.
반사설시조가 언제부터 불렸는지는 알 수 없다. 1940년경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양금보(峨洋琴譜)』의 〈시쥬역난갈악〉에 “앞내나 뒷내나 중에”로 시작하는 노랫말이 적혀 있다. 이 노랫말은 현재의 여창가곡 〈환계락(還界樂)〉과 대체로 같은데, 글자 수는 70여 자로 〈평시조〉로 부르기에는 넘치고 〈사설시조〉로 부르기에는 짧아 반사설시조로 부른다. 따라서 〈평시조〉와 지름 계통의 시조가 만들어진 이후 〈사설시조〉와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넓은 의미로는 〈사설시조〉 계통에 속한다.
○ 문학적 특징 글자 수는 〈평시조〉 45자 내외보다 많고, 〈사설시조〉 최소 글자 수인 90자 내외보다 적은 글자 수인 중형시조(中型時調)를 노랫말로 한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90자가 넘는 〈사설시조〉를 반사설시조로 부르기도 한다. 반사설시조는 늘어난 글자를 〈사설시조〉처럼 초장ㆍ중장ㆍ종장 모두에 고루 배자(排字)하지 않고, 한두 장에만 집중적으로 배자하고 나머지 장은 〈평시조〉와 같이 15자 내외로 배자한다. ○ 음악적 특징 글자 수가 평시조보다 많은 장은 〈사설시조〉 선율로, 글자 수가 〈평시조〉와 같은 장은 〈평시조〉 선율로 부른다. 예를 들어 총 50자의 “초당에”는 초장과 중장은 〈평시조〉로 부르고 종장만 〈사설시조〉로 부른다. 총 67자의 “송하에”는 초장과 종장은 〈사설시조〉, 중장은 〈평시조〉로 부른다. 이처럼 반사설시조는 〈평시조〉와 〈사설시조〉 선율이 섞여 있는 시조이다. 반사설시조의 출현음은 대부분의 시조와 같이 황(黃:E♭4)ㆍ중(仲:A♭4)ㆍ임(林:B♭4)의 3음 음계로 구성된다. 반사설시조는 지방에서 먼저 발생한 시조여서, 〈평시조〉로 부르는 장은 향제(鄕制) 〈평시조〉처럼 속청 없이 부르는 것이 원칙이다.
⋅ 반사설시조 “초당에” (초장) 초당(草堂)에 고이 든 잠 학(鶴)의 소리 놀라 깨니 (중장) 학은 간 곳 없고 들리나니 물소리라 (종장) 동자야 낚시줄 살살풀어 연당에 던지어라 고기 낚게. ⋅ 반사설시조 “송하에” (초장) 송하(松下)에 문동자(問童子)하니 스승은 영주 봉래 방장 삼신산으로 채약(採藥)하러 가셨나이다 (중장) 지재(只在) 차산중(此山中)이언만 운심(雲深)하여 부지처(不知處)라 (종장) 동자야 선생이 오시거든 적송자(赤松子) 왔더라고 여쭈어라.
반사설시조는 글자 수에 따라 〈평시조〉와 〈사설시조〉를 섞어 부르는 시조 갈래로, 문학과 음악 측면에서 시조의 다양성을 보여주며, 기존 음악으로부터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전통음악의 창작 원리를 잘 보여 준다.
반사설시조 “송하에”는 당(唐)나라 시인 가도(賈島)의 오언절구(五言絶句) “심은자불우(尋隱者不遇)”를 우리말로 번역하고 일부 변형한 것이다. 정경태(鄭坰兌, 1916~2003)는 반사설시조 대신 〈반각시조〉라 부르며, 그중 초장이 〈평시조〉이고 종장이 〈사설시조〉이면 ‘선반각시조’, 반대로 초장이 〈사설시조〉이고 종장이 〈평시조〉이면 ‘후반각시조’로 구분한다. 여기에 더하여 ‘농시조’란 명칭도 사용하는데, 구분이 모호하다. ‘반 각시조’는 마치 ‘반각 시조’, 즉 1각(刻, 5박 또는 8박)의 반만큼 장단이 늘어난 시조라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아양금보』
문현(文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