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창지름시조(男唱—時調), 두거시조(頭擧時調), 삼삭시조(三數時調), 소이시조(騷耳時調), (남창)평지름시조([男唱]平—時調), 중거(중허리)지름시조(中擧—時調)
초장을 높은 음으로 질러 시작하는 시조
〈평시조〉와 같이 단형(短型)시조의 노랫말에 초장만 높은 음으로 시작하여 부르는 시조이다. 중장과 종장의 선율은 대개 〈평시조〉와 같다.
오늘날의 지름시조에 해당하는 곡이 『삼죽금보(三竹琴譜)』(1841)에 〈소이시조(騷耳詩調)〉로, 『서금보(西琴譜)』에는 〈삼장시립(三章時立)〉으로, 그리고 1940년경의 악보로 추정되는 『아양금보(峨洋琴譜)』에 〈질으는시쥬갈악〉이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고악보에 지름 계통 시조가 〈평시조〉 다음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미루어, 지름시조를 비롯한 지름 계통의 시조는 〈평시조〉에 바로 이어서 19세기 초에 파생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초장을 질러서 내는 시조를 〈두거시조〉ㆍ〈삼삭시조〉ㆍ〈소이시조〉 등으로 부르는 것은 가곡에서 초장을 높은 음으로 지르는 〈두거(頭擧)〉ㆍ〈삼수대엽(三數大葉)〉ㆍ〈소용이(騷聳伊)〉(소용ㆍ소이[騷耳])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 전승 현황
지름 계통의 시조에는 〈(남창)지름시조〉와 〈여창지름시조〉의 두 가지가 있다. 시조는 가곡처럼 남창과 여창을 구분하여 부르지 않는다. 다만, 곡명에 남녀창 구분이 있는 것은 곡태가 〈남창지름시조〉는 남성스러운 호기로움과 기백이 있고, 〈여창지름시조〉는 여성스러운 아기자기함과 섬세한 아름다움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지름 계통의 시조는 주로 서울과 경기 일원의 경제(京制)로만 불렸고, 지방에서는 〈평시조〉와 〈사설시조〉 계통의 시조를 주로 불렀다.
○ 음악적 특징
지름시조는 〈평시조〉와 같이 단형시조를 노랫말로 하지만, 모든 단형시조를 얹어 부르는 〈평시조〉와 달리 즐겨 부르는 단형시조가 정해져 있다.
지름시조는 〈평시조〉가 황(黃:E♭4)ㆍ중(仲:A♭4)ㆍ임(林:B♭4)의 3음 음계로 이루어진 것과 달리, 초장 처음부터 청태(汰:F5) 의 높은 음을 진성(眞聲)으로 질러 시작한다. 초장 제3장단(제3각, 8박)까지 높은 음이 지속적으로 출현하며, 중간에는 남(南:C5) 출현한다. 지름시조의 초장 첫째~둘째 장단 선율형은 〈평시조〉의 해당 부분보다 전체적으로 완전5도 높다. 이 점은 〈여창지름시조〉가 초장 처음은 〈평시조〉처럼 중간 음인 평성(平聲, 남자 음고 기준 중(仲:A♭4) )으로 시작하고, 둘째 장단부터 높은 음이 출현하나 진성이 아닌 속성으로 부르며, 셋째 장단 첫 박에서만 진성의 높은 음이 잠깐 출현하는 것과 다르다.
중장과 종장은 지름시조ㆍ<여창지름시조〉 모두 경제 〈평시조〉의 중장ㆍ종장 선율과 대동소이하다.
지름시조와 〈여창지름시조〉의 노랫말은 〈평시조〉와 같은 단형시조이지만, 모든 시조를 다 지름시조로 노래하지 않고 일부 시조로 한정되어 있다. 지름시조는 “바람아”처럼 초장 셋째 장단(8박)의 글자 수가 일반 단형시조의 3~4자보다 늘어난 노랫말을 선호하는데, 이 부분의 글자 수에 따라 지름시조 특유의 다양한 선율형이 나온다. 반면 〈여창지름시조〉는 〈평시조〉와 같은 45자 내외의 단형시조만을 부른다. 다만, 지름시조도 초장 셋째 장단에 3~4자가 배자(排字)될 경우는 〈여창지름시조〉와 같은 선율로 노래한다.
⋅지름시조 “바람아”(초장 셋째 장단 9자[밑줄]) (초장) 바람아 부지 마라 후여진 정자나무 잎이 다 떨어진다 (중장) 세월아 가지마라 옥빈홍안(玉鬢紅顔)이 공로(空老)로다 (종장) 인생이 부득항소년(不得恒少年)이라 그를 설워 (하노라). ⋅지름시조 “바람도”(중형시조) (초장) 바람도 쉬어(수여)를 넘고 구름이라도 쉬어(수여) 넘는 고개 (중장) 산진(山陣)이 수진(水陳)이 해동청(海東靑) 보라매라도 다 쉬어(수여) 넘는 고봉(高峯) 장성령(長城嶺) 고개 (종장) 그 넘어 임이 왔다 하면 나는 한 번도 아니 쉬어 넘으리라.
지름시조는 가곡 〈두거〉와 음악적으로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 이를 통해 같은 시조시를 노랫말로 하는 시조와 가곡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국립국악원의 『한국음악 제9집: 가사, 시조, 단가』에 “바람도 쉬어를 넘고”와 홍원기의 『남여창 가곡보: 가사ㆍ시조보』에 “바람도 수여를 넘고”를 포함하여 “태백이”와 “주렴에”로 시작하는 시조가 〈중거지름시조〉로 되어 <평지름시조>와 구별하고 있다. 같은 악보에 실린 (남창)지름시조에 속하는〈평지름시조〉와 비교하면, 지름시조 초장의 선율형에서 <중거지름시조>는 높은 음의 속성이 더 들어간 선율형으로 구성되어 있어 달리 명명하는 것 같다. 그러나 초장에서 이러한 미세한 차이가 나는 선율형도 모두 지름시조로 통칭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고 여겨진다. <중거지름시조>라는 명칭은 『인간문화재 홍원기의 예술세계』(신나라) CDⅣ 시조편에서는 <중허리지름시조>라는 명칭으로 곡명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삼죽금보』 『서금보』 『아양금보』
국립국악원, 『한국음악 제9집: 가사, 시조, 단가』, 1972. 성경린, 『한국음악논고』, 동화출판공사, 1976. 이양교, 『시조창보』(증보재판), 현대문화사, 1994. 장사훈, 『국악논고』, 서울대학교 출판부, 1966. 홍원기, 『남여창 가곡보: 가사․시조보』, 홍인문화사, 1981. 『인간문화재 홍원기의 예술세계』(신나라) CD(4매 1조)
문현(文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