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거시조(中擧時調), 중거지름시조(中擧—時調), 반지름시조(半—時調), 반질림[半叱音]
중허리시조는 전체적인 선율형은 〈평시조〉와 대동소이하며, 초장 셋째 장단(8박)의 첫 박을 높은 음의 속성(속소리)으로 부르는 시조이다. 가곡 〈중거(中擧)〉와 성격이 유사하여 〈중거시조〉라고도 부른다.
중허리시조가 언제부터 불렸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중허리시조에 해당하는 가곡이 〈중거(中擧)〉이고, 〈중거〉는 〈평시조〉에 해당하는 〈평거(平擧)〉와 거의 동시대에 파생된 악곡이므로, 〈평시조〉에 이어 지름 계통의 시조가 파생될 때 중허리시조도 함께 생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 명칭
정경태(鄭坰兌, 1916~2003)의 중허리시조는 그가 새로 만든 시조이고, 원래의 중허리시조를 〈반질림[半叱音]〉이라고 따로 구분하고 있다.
○ 음악적 특징
중허리시조는 〈평시조〉와 같이 45자 내외의 노랫말을 얹어 부른다. 전체적인 선율형은 〈평시조〉와 대동소이하나, 초장 셋째 장단(8박)의 첫 박을 높은 청황(潢:E♭5)의 속성으로 부르는 점만 다르다.
정경태가 따로 만든 중허리시조는 초장뿐 아니라 중장 둘째 장단과 셋째 장단에서 〈각시조(刻時調)〉의 선율을 차용하여 높은 음의 속소리와 진성(眞聲)을 섞어 부른다. 이양교(李良敎, 1928~2019)의 경제(京制) 중허리시조 “임그린 상사몽이”는 정경태의 중허리시조를 본따 악보화하여 그의 『시조창보(속)』에 수록하였다.
⋅중허리시조 〈춘광〉(이양교 노래) (초장) 춘광(春光) 구십 일에 꽃 볼 날이 몇 날이며 (중장) 인생 백 년이로되 소년행락(少年行樂)이 몇 날이냐 (종장) 두어라 약몽부생(若夢浮生)이니 아니 놀고 (어이리).
⋅경제 중허리시조 “임그린 상사몽이”(이양교 노래) (초장) 임 그린 상사몽(相思夢)이 실솔(蟋蟀)의 넉시이 되어 (중장) 추야장(秋夜長) 긴긴 밤에 임의 방에 들었다가 (종장) 날 잊고 깊이 든 잠을 깨워 볼까 (하노라). ⋅〈반질림〉 “임그린 상사몽이”(정경태 노래) (초장) 임 그린 상사몽(相思夢)이 실솔(蟋蟀)이의 넉시이 되어 (중장) 추야장(秋夜長) 깊은 밤에 임의 방에 들었다가 (종장) 날 잊고 깊이 든 잠을 깨워 볼까 (하노라). ⋅반질림시조 〈산마을〉(정경태 노래) (초장) 산마을 깊은 밤을 뜰에 가득 달이로다 (중장) 마음을 둘 데 없어 사립 열고 나와 선 제 (종장) 귓도린 누구를 그리워 저대도록 (우느니).
중허리시조는 가곡 <중거>와 음악적으로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 이를 통해 같은 시조시를 노랫말로 하는 시조와 가곡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양교, 『시조창보』(증보재판), 현대문화사, 1994. 이양교, 『시조창보(속)』, 민속원, 2008. 정경태, 『수정주해 선율선 시조보』(5판), 명진문화, 1996.
문현(文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