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短歌), 시절가(時節歌), 시절단가(時節短歌), 시절가조(時節歌調), 싯조
3장(章) 6구(句)의 한글 정형시(定型詩)를 선율에 얹어 부르는 노래
시조(時調)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형시가(定型詩歌)이다. 노랫말은 단형시조에 해당하는 45자 내외로부터 장형시조인 160여 자 내외의 글자 수로 이루어진다. 조선 후기에 서울 일원에서 즐겨 불렀으며, 점차 각 지방으로 확산되었다. 곡조는 〈평시조(平時調)〉를 비롯한 십 수 종류가 전한다.
문학 작품으로서 시조가 언제 성립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이현보(李賢輔, 1467~1555)ㆍ이황(李滉, 1501~1570)ㆍ이이(李珥, 1536~1584)ㆍ정철(鄭澈, 1536~1593) 등의 작품과 〈북전(北殿)〉의 노랫말을 통해 3장 6구로 이루어진 한글 시형은 조선 중기에 형성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최초의 시조창은 서유구(徐有榘, 1764~1845)가 지은 악보집인 『유예지(遊藝志)』(1800년경)와 조선 순조 때 이규경(李圭景, 1788~1856)이 쓴 『구라철사금자보(歐邏鐵絲琴字譜)』에 전한다. 「시조(時調)」라는 제목의 동일한 악곡이 각각 양금악보로 수록되어 있는데, 이는 오늘날의 경제(京制) 〈평시조〉에 해당하는 곡이다.
○ 역사 변천 과정
시조는 조선 후기에 서울 일원에서 중인 이상의 지식인 계층이 시사(詩社)나 가단(歌壇)을 형성하면서 널리 불렸다. 대표적인 가단으로는 18세기에는 김천택(金天澤, ?~?)을 중심으로 한 「경정산가단(敬亭山歌壇)」, 김수장(金壽長, 1690~?)이 형성한 「노가재가단(老歌齋歌壇)」 및 홍대용(洪大容, 1731~1783)의 「유춘오악회(留春塢樂會)」와 19세기에는 박효관(朴孝寬, 1781~1880)이 결성한 「노인계(老人契)」와 「승평계(昇平契)」 등이 있다.
조선 후기의 여러 고악보에 시조가 수록되어 전하는데, 『삼죽금보(三竹琴譜)』(1841)에 시조와 〈소이시조(騷耳詩調)〉, 『서금보(西琴譜)』에 〈시조장단(時調長短)〉ㆍ〈삼장시립(三章時立)〉ㆍ〈평조시조(平調時調)(여음야[女音也])〉ㆍ〈평조삼장시조(여음야[女音也])〉가, 『방산한씨금보(芳山韓氏琴譜)』(1916)와 『장금신보(張琴新譜)』에 〈시절가〉, 『아양금보(峨洋琴譜)』에 〈시조가락〉ㆍ〈질으는시쥬갈악〉ㆍ〈시쥬역난갈악〉 등 다양한 곡목이 보인다.
〈소이시조〉ㆍ〈삼장시립〉은 현행의 〈(남창)지름시조〉에 해당되고, 〈평조시조(여음야)〉는 〈평시조〉, 〈평조삼장시조(여음야)〉는 〈여창지름시조〉에 해당된다고 각각 부기되어 있다. 또한 〈시조가락〉은 〈평시조〉, 〈질으는시쥬갈악〉은 〈(남창)지름시조〉로 추정된다. 〈시쥬역난갈악〉은 ‘자주[數] 엮는[編] 가락’으로 해석되는데, 이 곡의 노랫말은 “앞내나 뒷내나 중에”로 시작하는 다소 긴 엇시조(중형시조) 계통이고, 〈사설시조〉라 하기엔 짧다. 현재는 여창가곡 〈환계락(還界樂)〉에 주로 얹어 부른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 시조시를 노랫말로 공유하는 가곡(歌曲)의 영향으로 여러 종류의 시조가 파생되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가곡과 가사(歌詞)는 서울과 경기 일원에 국한되어 전승된 반면에, 시조는 점차 각 지방으로 확산되면서 지역별로 창제(唱制)가 생겨났다. 이에 따라 서울과 경기 일원의 창제를 경제라 하고, 지방제를 향제(鄕制)로 구분하였는데, 향제는 다시 경상도의 영제(嶺制), 충청남도의 내포제(內浦制) 및 전라도 지역의 완제(完制) 등으로 세분화되었다. 정경태(鄭坰兌, 1916~2003)는 향제로 광주ㆍ나주의 남제(南制), 영광ㆍ무장의 영제(靈制), 춘천을 중심한 강원도의 원제(原制)가 있었다고 하고, 김월하(金月荷, 1918~1996)는 이북 지방의 관서제(關西制) 등의 창제도 있었다고 하나, 현재 전하지 않아 그 실체는 알 수 없다.
경제ㆍ영제ㆍ내포제ㆍ완제 등 시조의 지역별 창제는 지방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아 전승되고 있으나, 각 창제별 고유한 특징은 모호해졌다. 근대 시조의 명인 정경태가 여러 지방의 창제를 하나로 통일한 석암제(石菴制)를 만들어 전국에 보급하면서 현재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석암제를 부르게 되었다.
○ 글자 수에 따른 시조창의 종류
국문학에서는 시조시 전체를 아우르는 용어로 ‘정형시조(定型詩調)’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글자 수에 따라 45자 내외의 단형(短型)시조(평시조), 90자 이상의 장형(長型)시조(사설시조) 및 그 중간 자수의 중형(中型)시조(엇시조) 등으로 시조 노랫말을 구분한다. 〈평시조〉를 시조 창작 문인들은 ‘단(형)시조’라 부르기도 한다.
음악적으로, 단형 시조시를 노래하는 시조는 〈평시조〉, <중허리시조〉, 남ㆍ여창 〈지름시조〉 등이다. 특히 〈평시조〉는 같은 가락에 노랫말을 얼마든지 바꿔 부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형시조를 노래하는 시조는 〈사설시조〉, 〈수잡가〉 등이다. 과거에는 글자 수가 130자 이상인 〈사설시조〉를 ‘주심시조’ 또는 ‘습조(拾調)시조’라 구분하여 부르기도 하였다. 중형시조를 노래하는 시조로는 〈반사설시조〉, 〈사설지름시조〉 등이 있다.
한편 〈우조시조〉는 〈평시조〉와 마찬가지로 단형시조를 노래하지만, 노랫말이 “월정명”ㆍ“나비야 청산가자” 등 종류가 한정되어 있다. 〈우조지름시조〉와 〈각시조〉는 한시(漢詩) 칠언율시(七言律詩)에 우리말로 토를 달아 노래한다.
○ 창제에 따른 시조창의 종류
현재 가장 성창되는 것은 경제와 석암제의 두 가지이다. 전승되는 시조에는 총 스물한 종이 있으며, 이중 경제와 석암제에서 중복되는 열두 곡 정도가 주로 불리는 시조이다.
경제 | 석암제 | 기타 명칭 | 비고 |
평시조(두자머리시조, 두자머리식 시조) | 평시조 | 평거시조 | 경제와 향제 |
중허리시조 | 반질림(叱音) | 중거시조 | 석암은 원래의 경제 중허리시조로 부른 곡은 ‘반질림’으로 달리 명칭을 붙였음 |
(남창)지름시조 | 남창질림 | 두거시조, 삼수시조, (남창)평지름시조, 중거(중허리)지름시조 | |
여창지름시조 | 여창질림 | ||
사설시조(주심시조, 습조시조) | 사설시조(주심시조) | 사설시조 중 약 120자 이상의 사설시조는 주심시조로 구분했음 | |
반사설시조 | 반각시조(선반각, 후반각) | ||
사설지름시조 | 사설질림 | 남창사설지름시조, 엇시조 | |
수잡가(사설엮음지름시조, 엮음지름시조) | 엮음질림 | 남창사설엮음지름시조, 엮음시조, 휘모리시조, 반시조반잡가 | |
우조시조 | 우시조 | 우조평시조, 우평시조 | |
우조지름시조 | 우조질림 | ||
각시조 | 각시조 | ||
온지름시조 | 온질림 | ||
파연곡(罷宴曲)시조 | 악곡명처럼 잔치를 마칠 때 부르는 시조로, 평시조와 비교하여 초장 첫 장단의 선율형만이 다른데, 이곳은 여창가곡 〈평롱(平弄)〉의 첫 부분과 흡사함 | ||
좀는평시조 | 장사훈, 『시조음악론』 부록편에 이문언(李文彦) 창제로 실려 있음 | ||
중허리시조 | 중거지름시조 | ||
굿거리시조 | |||
굿거리사설 | |||
편시조 | 편시조는 교육용으로 3-5점 장단으로 만든 곡으로 선율은 평시조와 같음 | ||
편사설시조 | 사설시조와 선율은 같음 | ||
편지름남창 | 남창지름시조와 선율은 같음 | ||
편지름녀창 | 여창지름시조와 선율은 같음 |
○ 음악적 특징
평시조, 중허리시조 및 사설시조(반사설시조 포함) 등은 남성의 음역대로 볼 때 황(黃:E♭4)ㆍ중(仲:A♭4)ㆍ임(林:B♭4)의 3음으로 구성되고, 그 외의 시조들은 여기에 태(太:F4)ㆍ남(南:C5)ㆍ무(無:D♭5) 등이 추가되어 4~5음으로 구성된다. 종지음은 종류에 상관없이 종장 마지막 박에서, 남창의 경우 중(仲:A♭4)에서 황(黃:E♭4)으로, 여창의 경우 황(潢:E♭5)에서 임(林:B♭4)으로 완전4도 하행 종지한다.
시조는 한 박이 2초가량이고 평시조를 다 부르면 약 4분이 소요되는 느린 곡이다. 그러나 유성기음반에 수록된 시조는 다 부르면 3분대가 일반적이고 2분대에 마치는 경우도 있어, 현행보다 빠르다.
일반적인 시조 장단은 초장과 중장은 5-8-8-5-8박이고 종장은 5-8-5-8박으로 이루어진다. 종장 마지막 8박 중 첫 박에서 노래는 물론 수성(隨聲)가락으로 반주한 악기들이 모두 마친다. 현재와 같이 5박과 8박의 시조 장단형이 성립되기 전에는 박 대신 ‘점(點)’을 써서 5박은 3점, 8박은 5점의 이른바 ‘점장단’으로 세기도 하였다.
향제시조는 초장과 중장이 5-8-8-8박으로, 종장은 5-8-8박으로 구성되는데, 이는 지방에서 반주 악기를 다 갖추어 노래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초장과 중장에서 노래가 끝나면 곧바로 다음 장으로 넘어가 불렀던 전통에 기인한다.
한편, 석암제 시조는 악기가 갖추어져 있어도 초장은 5-8-8-5-4(또는 3)박으로, 중장은 5-8-8-5-6(또는 5)박으로, 종장은 경제의 실제 박수와 같은 5-8-5-1박으로 구성되어, 초장과 중장의 장단형은 일반 향제시조의 장단형과 또 다르다. 석암제에서는 현행 경제시조의 장단법과 정반대로 초장 마지막 장단의 지속 길이보다 중장의 마지막 장단의 지속 길이가 2박만큼 더 긴데, 실제 노래할 때는 장구 주자가 노래 끄는 부분에서 장구를 빨리 쳐 주기 때문에 초장과 중장이 거의 같은 길이로 연주된다.
한편 사설지름시조와 각시조에서는 초장이나 특히 중장에서 글자 수에 따라 장단 수가 늘어나기도 한다. 넓게 사설지름시조에 속하는 수잡가(엮음지름시조)와 굿거리 계통의 시조에서는 3소박계의 속악풍 장단으로 노래하기도 한다.
○ 반주악기
시조는 장구와 세피리ㆍ대금ㆍ해금ㆍ단소 등으로 구성된 세악(細樂) 편성으로 반주하거나, 형편에 따라 장구와 한두 가지 관악기로만 반주하기도 한다.
시조는 한국의 대표적인 정형시가이다. 늦어도 조선 중기에 노랫말의 시형이 확립되어 조선 후기에 성행하였고, 전국적으로 보급되면서 대중 친화적인 전통음악으로 자리잡았다. 노랫말 길이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시조가 만들어졌고, 전국에 보급되어 경제ㆍ영제ㆍ내포제ㆍ완제 등으로 분화되어 이어져 온 전통 음악 유산이다.
경제시조: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2016) 영제시조: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1990), 경상남도 무형문화재(2010) 내포제시조: 충청남도 무형문화재(1992) 완제시조: 전라북도 무형문화재(2000) 석암제시조: 충청북도 무형문화재(2012),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2016) 윗내포제시조: 충청남도 무형문화재(2014)
『방산한씨금보』 『삼죽금보』 『서금보』 『아양금보』 『유예지』 『장금신보』
이양교, 『시조창보』(증보재판), 현대문화사, 1994. 장사훈, 『시조음악론』, 서울대학교 출판부, 1986. 정경태, 『수정주해 선율선 시조보』(5판), 명진문화, 1996. 문현, 「평시조의 창제별 음악적 특징 연구」,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학위논문, 2004. 신웅순, 「시조창 분류고」, 『시조학논총』 24, 2006.
문현(文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