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성악곡의 한 갈래인 12가사 중 하나로, 세상공명을 하직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은둔 선비의 마음을 표현한 노래
세상공명을 하직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은둔 선비의 마음을 표현한 노래로, 제목은 제2장 ‘양한수명허여 운림처사 되오리다’에서 차용한 것이다. 전체 16장으로 구성되며, 5박 장단으로 되어 있다. 오늘날에는 주로 8장까지만 부른다. 노래의 속도는 대략 1분에 24정간(♩=24)으로 약 15분 정도 소요된다.
정확한 유래는 알수 없으나, 19세기 전반기 시가 자료에 출현하므로 늦어도 19세기 중후반에는 노래로 불린 것으로 보인다. 『지수염필(智水拈筆)』(1863)에는 처사가를 이황(李滉:1501~1570)의 작품으로 소개하였다. 곡의 형성 초기 단계에서는 <상사별곡>의 영향을 받았고, 그 후에는 시조의 형태가 가미되면서 변형되었다.
○ 역사 변천과정
처사가는 19세기 중후반 무렵 불리기 시작하였는데, 그 반주선율이 양금악보인 『(기묘)금보(琴譜)』에 전한다.
이 악보의 처사가 선율은 〈상사별곡〉과 유사하여, 창작과정에서 〈상사별곡〉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즉, 『(기묘)금보』의 처사가 제1ㆍ2행은 〈상사별곡〉과 같고, 제3행 이하는 〈상사별곡〉 선율을 확대 변주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노래의 처음 부분을 시조 초장, 끝 부분은 시조 종장과 같이 바꾸고, 중간 부분은 〈상사별곡〉 선율을 확대ㆍ변주한 형태로 변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시조의 선율을 차용하는 과정에서 장단도 시조와 같은 5박 장단을 사용하게 되었다.
여러 가집에 수록된 처사가의 노랫말은 조금씩 다르다. 특히 현행 처사가의 끝인 ‘아마도 차강산임자는 나뿐인가 하노라’는 『(육당본)청구영언(靑丘永言)』(1852 추정)에는 없고, 『남훈태평가(南薰太平歌)』(1863)에 처음으로 보이는데, 노래의 끝을 시조 종장처럼 만들기 위해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처사가는 다른 12가사와 마찬가지로 전문가가 불렀고, 그 노래를 즐긴 향유층은 선비들이었으므로 주로 풍류방이나 누정(樓亭)과 같은 풍류공간에 연행되었을 것으로 본다. 오늘날에는 무대에서 공연형태로 주로 연주된다.
○ 악대와 악기편성
19~20세기 고악보 중에는 거문고ㆍ양금ㆍ생황 등의 악기가 연주했던 가사 반주선율이 기록되어 있다. 가사를 노래할 때에 현악기나 관악기로 반주된 사실을 보여주는데, 점차 현악기 반주는 하지 않고 관악기 위주의 편성으로 연주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피리ㆍ대금ㆍ해금ㆍ장구 위주로 반주되고, 상황에 따라 악기의 수를 가감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대개 장구에 피리 또는 대금 관악기 하나로 반주한다. 반주 선율은 노래 선율의 흐름에 따라 연주자가 자유롭게 연주하는 수성(隨聲)가락으로 연주한다.
○ 용도ㆍ악곡 구성ㆍ연주 악대 및 악기편성ㆍ형식ㆍ장단ㆍ음계 및 선법ㆍ기타
처사가는 총 16절로 구성된다. 한 장단은 5박으로 되어 있는데, 장별 길이는 다르다. 즉 제1장은 7장단, 제2장은 11장단, 제3~10장은 12장단으로 구성된다.
처사가는 〈상사별곡〉ㆍ〈양양가〉와 마찬가지로 5박 장단을 사용한다. 음계는 제1장의 경우에는 황(黃:E♭4)ㆍ태(太:F4)ㆍ중(仲:A♭4)ㆍ임(林:B♭4) 4음이 쓰여 황종 평조처럼 보이나 제2장부터 무(無:D♭5) 가 쓰여서 황(黃:E♭4)ㆍ태(太:F4)ㆍ중(仲:A♭4)ㆍ임(林:B♭4)ㆍ무(無:D♭5) 의 레(re)선법을 띤다. 간혹 중려(仲:A♭) 평조로 보기도 하지만, 제2~8장까지 종지음이 황(黃:E♭4)으로 되어 있어 황(黃:E♭4)이 중심음이 되는 레(re)선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처사가의 노랫말은 한시에 한글로 토를 단 형태이다. 내용은 세상공명을 하직하고 운림처사가 되어 허름한 옷을 몸에 걸치고 죽장(대나무 지팡이)을 손에 쥐고 산수 자연을 노닐면서 별유천지가 바로 여기라고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제8장까지의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장 | 노랫말 | 해설 |
1장 | 천생아재(天生我才) 쓸데없어 세상공명(世上功名)을 하직(下直)허고 |
타고난 재능 쓸데없어 부귀공명 이별하고 |
2장 | 양한수명(養閑守命)허여 운림처사(雲林處士) 되오리라 구승갈포(九繩葛布) 몸에 걸고 |
한가로이 천명 지켜 숨은 선비 되리라 칡베 옷 몸에 걸치고 |
3장 | 삼절죽장(三節竹杖) 손에 쥐고 낙조강호경(落照江湖景) 좋은데 망혜완보(芒鞋緩步)로 나려가니 |
세 마디 대지팡이 손에 들고 저녁놀 물든 물가 경치 좋은 곳으로 짚신 신고 천천히 내려가니 |
4장 | 적적송관(寂寂松關) 닫었는데 요요행원(寥寥杏園) 개 짖는다 경개무궁(景慨無窮) 좋을시고 |
고요히 소나무 문 닫혔는데 그윽한 살구나무 동산에 개 짖는다 끝없이 아름다운 경치 좋을시고 |
5장 | 산림초목(山林草木) 푸르렀다 창암병풍(蒼岩屛風) 둘렀는데 백운심처(白雲深處) 집을 삼고 |
산림초목 푸르렀다 푸른 바위 병풍처럼 둘렀는데 흰 구름 깊은 곳에 집을 삼고 |
6장 | 강호어부(江湖漁夫) 같이 허여 죽관사립(竹冠簑笠) 들러메고 십리사정(十里沙汀) 나려가니 |
물가에 노니는 어부같이 대삿갓 기울여 쓰고 십 리 모래사장으로 내려가니 |
7장 | 백구비거(白鷗飛去) 뿐이로다 일위편범(一葦片帆) 높이 달고 만경창파(萬頃滄波) 흘리저어 |
흰 갈매기 날아갈 뿐이로다 조그마한 배에 작은 돛 높이 달고 넓고 푸른 바다로 흘러가게 저어 |
8장 | 수척은어(數尺銀魚) 낚아내니 송강노어(松江鑪魚) 비길소냐 일모창강(日暮蒼江) 저물었다 |
두어 자 은빛 물고기 낚아내니 송강의 농어에 견주겠도다 석양녘 푸른 강 저문 날에 |
처사가는 초기에는 <상사별곡>의 선율을 차용하였고, 이후에는 시조의 영향을 많이 받아 처음과 끝 선율을 시조처럼 만들고, 장단도 시조와 같은 5박 장단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 과정으로 볼 때, 처사가는 시조와 같은 음악 권내에서 불렸을 것으로 짐작된다. 12가사 중에는 <양양가>와 관련이 깊은데, 두 곡은 노랫말만 다르고 선율은 동일하다.
국가무형문화재(1971)
하규일(河圭一, 1867~1937)은 처사가를 격조가 낮은 4가사에 포함시켜 이왕직아악부 아악생들에게 전수하지 않았다. 처사가는 하규일 이후 이왕직아악부에 초빙된 임기준(林基俊, 1868~1940)에 의해 전수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육당본)청구영언』 『남훈태평가』 『(기묘)금보』
김창곤, 「상사별곡 · 처사가 · 양양가의 파생관계 재고」, 『한국음악연구』 37, 2005. 임병옥, 「처사가와 양양가의 악조에 대한 연구」, 『국악교육』 48, 2019.
김창곤(金昌坤),임미선(林美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