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성악곡의 한 갈래인 12가사 중 하나로, 백이숙제(伯夷叔齊)의 고사를 시작으로 중국 고사를 차례로 열거한 후 오늘을 즐기자는 내용으로 마무리하는 노래
12가사의 한 곡으로 수양산가의 제목은 ‘수양산의 고사리를 꺾어 위수빈의 고기를 낚아’로 시작하는 제1장의 노랫말에서 차용한 것이다. 백이숙제(伯夷叔齊)의 고사를 시작으로 중국 고사를 차례로 열거한 후 오늘을 즐기자는 내용으로 마무리하는 노래이다. 전체 6장이며, 6박 도드리장단으로 노래한다.
정확한 유래와 발생 시기는 알 수 없다. 『가곡원류(歌曲源流)』(1872)ㆍ『증보신구잡가(增補新舊雜歌)』(1915)ㆍ『정선조선가요집(精選朝鮮歌謠集)』(1931) 등에 노랫말이 실려 있으나, 수양산가를 수록한 고악보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다른 가사 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시기인 19세기 중ㆍ후반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 역사 변천과정
수양산가는 『교주가곡집(校註歌曲集)』(1908년 이전 추정)에 처음 등장하지만, 노래와 반주선율이 전하는 고악보가 없어 변천 과정을 알 수 없다.
20세기 전반에 활동한 가곡 명인 하규일(河圭一, 1867~1937)은 수양산가가 노래의 격조가 낮다고 부르지 않았고, 임기준(林基俊, 1868~1940)에 의해 이왕직아악부 아악생들에게 전수되어 현행에 이르고 있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수양산가는 다른 가사에 비해 늦게 발생하였기 때문에, 18세기에 가창되어 역사가 오래된 〈춘면곡〉ㆍ〈어부사〉ㆍ〈춘면곡〉 등 에 비해 그 음악을 향유한 공간이나 방식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18세기 풍류방 문화가 활발히 전개되었던 시기에는 풍류방에서 전문가가 부르는 가사에 선비들이 악기로 반주를 했던 형태와 달리 다소 유흥적인 공간에서 연행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고악보에 거문고ㆍ양금 등의 반주선율이 전하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 악대와 악기편성
19~20세기 고악보 중에는 거문고ㆍ양금ㆍ생황 등의 악기가 연주했던 가사 반주선율이 기록되어 있다. 이는 가사를 노래할 때 현악기나 관악기로 반주된 사실을 보여주는데, 점차 현악기는 반주에 쓰이지 않고 피리ㆍ대금ㆍ해금ㆍ장구 위주의 반주로 바뀌었다. 주로 단재비로 연주하고, 상황에 따라 악기의 수를 줄이기도 한다. 요즘에는 대개 장구에 피리 또는 대금 등 관악기 하나로 반주한다. 반주 선율은 일정한 선율 없이 노래 선율의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연주하는 방식인 수성(隨聲)가락으로 연주한다.
○ 악곡 구성ㆍ형식ㆍ장단ㆍ음계 및 선법ㆍ기타
수양산가는 총 6장으로 구성된다. 도드리 계통의 6박 장단으로 되어 있다. 각 장의 길이와 선율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제1장은 4장단, 제2장은 6장단, 제3ㆍ4장은 7장단, 제5장은 8장단, 제6장은 6장단으로 되어 있다. 많은 글자 수로 인해 노랫말 한 자가 한 박에 해당하는 등 초기 가사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선율구성은 제1장을 중심으로 하여 제2ㆍ3ㆍ4ㆍ6장은 앞부분에 새로운 선율을 채택하고, 종지는 제1장의 종지 선율을 반복하거나 변주한다. 제5장은 다른 장의 선율과 전혀 다르다. 따라서 수양산가는 종지 선율을 제하면 각 장의 선율이 모두 다른 통절형식에 가깝다.
음계는 황(黃:E♭4)ㆍ태(太:F4)ㆍ중(仲:A♭4)ㆍ임(林:B♭4)ㆍ무(無:D♭5)로 되어 있다. 황(黃:E♭4)이 중심음이 되는 레(re)선법에 해당한다. 도약진행이 많고, 씩씩한 느낌의 서도소리 창법이 많이 쓰인다.
총 6장 중 제1장은 백이숙제 이야기, 제2장은 술과 함께 달구경 가자는 이야기, 제3장은 밝은 달이 흘러가는 모습의 묘사, 제4장은 입타령, 제5장은 목왕(穆王)ㆍ항우(項羽)ㆍ명황(明皇)과 양귀비(楊貴妃)의 이별 이야기, 제6장은 천하영웅들이 모여 앉아 마음껏 놀아보자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제4장은 “네로니 네로노느니 나네헤루허고 …”의 의미 없는 입타령으로 되었는데, 입타령을 중심으로 노래의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입타령이 들어가는 〈길군악〉과 같이 잡가적 요소가 강하다.
장 | 노랫말 | 해설 |
1장 | 수양산(首陽山)의 고사리를 꺾어 위수빈(渭水濱)의 고기를 낚아 |
수양산의 고사리 꺾어 위수 가에서 고기 낚아 |
2장 | 의적(儀狄)의 빚은 술 이태백(李太白) 밝은 달이 등왕각(籘王閣) 높은 집에 장건(張騫)이 승사(乘槎)허고 달구경 가는 말명을 청(請)허자 |
의적이 빚은 술 이태백 밝은 달이 등왕각 높은 집에 장건이 뗏목을 타고 달구경 가는 말미를 청하자 |
3장 | 바람불고 눈비오랴는가 동(東)녁을 바라보니 자미봉(紫薇峯) 자각봉(紫閣峯) 자청청(自淸淸) 밝은 달이 벽소백운(碧霄白雲)이 층층방곡(層層坊曲)이 절로 검어 휜들휘휜들 |
바람 불고 눈비 오려는가 동녘을 바라보니 자미봉 자각봉이 저절로 맑아 밝은 달이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마을 마다 절로 가며 휜들휜들 |
4장 | 네로 니네로 노느니나 네헤루니루허고 (중략) 나느니나노 느니 나노 노느니나 |
5장 | 목왕(穆王)은 천자(天子)로되 요지(瑤池) 연락(宴樂)허고 항우(項羽)는 장사(壯士)로되 만영추월(滿營秋月)에 비가강개(悲歌慷慨)허고 명황(明皇)은 영주(英主)로되 양귀비(楊貴妃) 이별 후(離別後) 마외역(馬嵬驛)에 울었느니 |
목왕은 천자이지만 요지의 잔치에서 즐기고 항우는 천하장사이지만 진영 가득히 비친 가을 달빛에 탄식하며 슬피 노래하고 명황은 뛰어난 군주이지만 양귀비와 이별한 후 마외역에서 울었나니 |
6장 | 한벽당(寒碧堂) 청풍월(淸風月)에 만고천하영웅준걸(萬古天下英雄俊傑)이 앉어 오날같이 좋고 좋은 날 만나 아니 놀고 무엇 일을 허자느니 |
한벽당의 맑은 바람과 달빛에 아득한 역사 속의 영웅과 호걸들이 앉아 오늘같이 좋고 좋은 날 만났으니 아니 놀고 무슨 일을 하겠느냐 |
수양산가는 다른 가사에 비해 늦은 시기인 19세기 후반에 등장하였다. 따라서 노랫말ㆍ 선율구성ㆍ창법 등이 초기 가사들과는 다른 음악적 특징을 보여준다. 수양산가는 12가사에 속해 있지만 민속악적인 요소가 많은 노래이다.
국가무형문화재(1971)
『가곡원류』 『증보신구잡가』 『무쌍신구잡가』 『정선조선가요집』
김창곤, 『12가사』, 동양음악연구소 학술총서5, 민속원, 2018. 임병옥, 「수양산가의 악조(樂調)에 대한 연구」, 국악교육 38, 한국국악교육학회, 2014. 이준아, 『가사』, 한국문화재단, 2020.
김창곤(金昌坤),임미선(林美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