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타령(梅花打令), 매화곡(梅花曲)
한국 전통 성악곡의 한 갈래인 12가사 중 하나로, 첫 소절인 ‘매화야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를 온다’에서 제목을 차용한 노래
12가사의 한 곡으로 매화곡ㆍ매화타령 등으로 불렸는데, 오늘날에는 매화가 또는 매화타령으로 통용된다. 매화가의 제목은 첫 소절인 ‘매화야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를 온다’에서 차용한 것이다. 전체 13장으로 되어 있고, 빠른 6박 장단으로 노래한다. 노래의 속도는 대략 1분에 70정간이며, 약 9분이 소요된다.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창작된 시기는 19세기 무렵으로 추정된다. 『(육당본)청구영언(靑丘永言)』(1852 추정)ㆍ『남훈태평가(南薰太平歌)』(1863) 등에 노랫말이 전한다.
○ 역사 변천과정
매화가는 19세기에 12가사의 한 곡으로 등장한다. 형성 초기에는 제1장의 선율이 단순 반복되는 구조였으나, 달거리와 같은 새로운 선율이 추가되고 한배도 점차 빨라지는 등의 변화를 거쳐 지금에 이른다.
『삼죽금보(三竹琴譜)』(1841)에는 〈매화곡〉이라는 곡명으로 거문고 반주선율이 전하여 19세기 중엽에 매화가를 가창할 때에 거문고로 반주된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보다 시기가 늦은 『아양금보(峨洋琴譜)』에 매화가ㆍ『(기묘)금보(琴譜)』와 『장금신보(張琴新譜)』에 매화타령의 곡명으로 양금 반주선율이 전한다.
현전 고악보에는 거문고ㆍ양금의 반주선율만 남아 있으나, 이들 악기와 더불어 장구나 다른 관악기가 함께 어울려 반주했을 가능성이 높다.
『남훈태평가』에는 여섯 곡의 가사가 실려 있는데ㆍ〈춘면곡〉ㆍ〈상사별곡〉ㆍ〈처사가〉ㆍ〈어부사〉 4곡은 ‘가사’로, 매화가는 〈백구사〉와 더불어 ‘잡가’로 분류되어 있다. 이는 매화가가 빠른 한배로 불리고 민속악적 요소가 특별히 강하게 가미된 음악적 특징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매화가가 창작된 19세기에 가사는 주로 풍류방에서 연행되었다. 소리는 전문가가 부르고 반주 중 거문고ㆍ양금 등의 일부 악기는 선비들이 연주하기도 하였다. 가사는 가곡과 달리 남창과 여창의 구별이 없어, 전문음악인이라면 누구나 불렀다. 서울 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불려서 가사가 가곡ㆍ시조와 같이 전국적으로 불리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에는 무대에서 공연형태로 주로 연주된다.
○ 악대와 악기편성
19~20세기 고악보 중에는 거문고ㆍ양금ㆍ생황 등의 악기가 연주했던 가사 반주선율이 기록되어 있다. 가사를 노래할 때에 현악기나 관악기로 반주된 사실을 보여주는데, 점차 현악기 반주는 하지 않고 관악기 위주의 편성으로 연주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근자에는 피리ㆍ대금ㆍ해금ㆍ장구 위주로 반주되고, 상황에 따라 악기의 수를 가감이기도 한다. 반주 선율은 가곡처럼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노래 선율의 흐름에 따라 연주자가 자유롭게 연주한다. 이처럼 노래선율을 따라 즉흥적으로 반주하는 가락을 수성(隨聲)가락이라고 한다.
○ 용도ㆍ악곡 구성ㆍ연주 악대 및 악기편성ㆍ형식ㆍ장단ㆍ음계 및 선법ㆍ기타
매화가는 총 13장으로 구성된다. 한 장단은 6박으로 제1장은 7장단, 제2~12장은 8장단, 제13장은 10장단의 길이로 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빠른 6박 도드리장단으로 되어 있어 다른 가사에 비해 경쾌한 느낌을 준다.
선율은 제1장의 선율이 제2~10장에서 변주되어 반복되는 유절형식을 띠고, 제11~13장은 다른 선율이 추가된다. 고(姑:G4)ㆍ임(林:B♭4)ㆍ남(南:C5)ㆍ황(潢:E♭5)ㆍ태(汰:F5) 의 5음 음계이고, 미(mi)선법으로 되어 있다. 모두 남(南:C5)로 종지하고 예외적으로 제11장만 고(姑:G4)로 종지한다.
매화가 노랫말 1~3장 부분은 시조 매화가 ‘매화야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를 온다/옛 피었던 가지마다 피염즉도 하다마는/춘설(春雪)이 난분분(亂紛紛)하니 필지말지 허다마는’을 시작으로 삼는다. 그 이하는 여러 편의 시조를 엮어서 불러 내용의 일관성이 없다.
장 | 노랫말 | 해설 |
1장 | 매화(梅花)야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를 온다 | 매화 해묵은 등걸에 봄철이 돌아온다 |
2장 | 옛 피였든 가지마다 피염직도 하다마는 | 옛 피던 가지마다 필 만도 하다마는 | 3장 | 춘설(春雪)이 난분분(亂紛紛)허니 필지말지 허다마는 | 봄눈이 어지럽게 날리니 필지 말지 하는구나 | 4장 | 북경(北京)가는 역관(譯官)들아 당사(唐絲)실을 부부침을 허세 |
북경으로 사신 가는 역관들아 중국 명주실을 붙이자 | 5장 | 매세 매세 그물을 매세 오색당사(五色唐絲)로 그물을 매세 | 짜세 짜세 그물을 짜세 오색 중국 명주실로 그물을 짜세 | 6장 | 치세치세 그물을 치세 부벽루하(浮碧樓下)에 그물을 치세 |
치세 치세 그물을 치세 부벽루 아래에 그물을 치세 | 7장 | 걸리 걸리 걸리소서 정든 사랑만 거걸리소서 | 걸리 걸리 걸리소서 정든 사람만 걸리소서 | 8장 | 물 아래 그림자 젓다 다리 우에 중이 지나를 간다 | 물 아래 그림자 졌다 다리 위에 중이 지나간다 | 9장 | 중아 중아 거기 잠간 섯거라 네 가는 인편(人便)에 말 물어를 보자 |
중아 중아 거기 잠깐 섰거라 너 가는 편에 말 물어 보자 | 10장 | 그 중놈이 백운(白雲)을 가르치며 돈담무심(頓談無心)만 허는구나 |
그 중놈이 흰구름을 가리키며 무심히 가는구나 |
11장 | 성천(成天)이라 동의주를 이리로 접첨 저리로 접첨 저물에 접첨 개여 놓고 한 손에는 방추 들고 |
성천의 통의주를 이리로 접첨 겹겹이 접첨 개어 놓고 한 손에는 방추 들고 |
12장 | 또 한 손에 물박 들고 흐르는 청수(淸水)를 드립떠 덤석 이리로 솰솰 저리로 솰솰 출렁출척 |
또 한 손에 물바가지 들고 흐르는 맑은 물을 들입다 듬뿍 이리로 솰솰 저리로 솰솰 출렁 출렁 |
13장 | 안 남산(南山)에 밖 남산(南山)에 개암을 개암을 심어라 심어라 못다먹는 저 다람의 안과 |
안쪽 남산 바깥쪽 남산에 개암을 개암을 심어라 못다 먹는 저 다람쥐의 마음과 |
매화타령은 12가사 중 유일하게 노래의 속도가 빨라 다른 곡들과 구별된다. 『삼죽금보』에는 느린 속도의 노래인 〈행로곡〉과 〈황계곡〉 사이에 〈매화곡〉이라는 제목으로 현행 제1장만 수록되어 있다. 『삼죽금보』 이후 현행 제11~13장에 해당하는 새로운 선율이 추가되고, 노래가 빨라지는 등 초기 〈매화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노래가 되어 현행에 이르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1971)
『(육당본)청구영언』 『남훈태평가』 『삼죽금보』 『아양금보』 『장금신보』
김창곤, 『12가사』, 동양음악연구소 학술총서5, 민속원, 2018. 이준아, 『가사』, 한국문화재단, 2020.
김창곤(金昌坤),임미선(林美善)